과학

과학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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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렸던 게이야. 이 뉴스에서도 그렇고, 댓글로 달린 글을 보면 "과학자들이 다 타당한 실험을 해서 얻은 결과인데" 라는 말이 보여서 그걸 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글을 써보려고 해.


'과학' 이 최근 150년 정도 사이에 워낙 사람의 삶을 많이 바꿔놓다보니, 과학을 맹신하게 된 사람들이 많이 생겼어. 하지만 과학이 종교처럼 되어서는 안 돼. 과학자도 실수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잘못된 연구를 내놓기도 해.


막걸리를 이용해 실험을 하려고 해. 실제로 막걸리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물론 막걸리의 항암효과는 막걸리 안에 들어있는 '파네졸'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은 접시에 암세포를 놔두고, 막걸리를 고르게 깔아보자.

며칠 후, 암세포가 죽어가기 시작했어. 자, 이제 막걸리의 항암효과가 입증되었다.


개소리죠 시팔. 막걸리가 아니라 수돗물에 암세포를 담가도 마찬가지일거다. 콜라, 사이다도 다 마찬가지일걸?


특히 신문기자들이 자극적인 뉴스를 내보내는데,

"막걸리의 항암효과 입증!"

이라고 해서 눌러보면 "막걸리 속에 항암효과를 내는 파네졸이 들어있었다." 라는 내용이겠지.

근데 막걸리 안에 파네졸만 들어있는 건 아니잖아....막걸리로 암 고치려다가 간암으로 뒤질 만큼 파네졸이 적게 들어있다면?


과학자들이 똑똑한데 그걸 모를 리 있냐고? 당연히 알지.

하지만 그런 말이 있잖아. 과학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국경이 있다.



적포도주는 심장병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

하지만 이건 "프랑스 포도주가 너무 안 팔릴 때" 나온 연구 결과야. 실제 이 연구가 발표된 다음, 포도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물론 막걸리의 항암효과 보도 이후에도 막걸리는 불티나게 팔렸었고.

심지어 담배가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필립모리스의 연구도 매우 유명하지.

글루코사민 역시 관절염에 좋다고 많이 팔리는데, 실제로는 효능이 매우 미미하다고 해. 잘 생각해봐. 효과가 좋으면 더 비싼 약으로 팔겠지 왜 건강기능식품이겠어.


실제로 글루코사민과, 가짜 약(그냥 밀가루 덩어리) 를 섞어서 환자들이 먹어본 결과, 글루코사민과 가짜약의 효능 차이는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가끔 인터넷에 "약으로 팔려다가 더 많은 사람들이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도록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허가를 받아....." 설마 진짜 믿는 사람은 없겠지?


그럼 왜 이렇게 될까.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이 연구를 지원해 준 회사 또는 기관"을 찾아보면 돼. 막걸리 회사에서 돈을 주면서 막걸리에 대한 연구를 해달라고 했는데, 연구하는 사람이 미친척하고 "과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이딴 걸 연구하겠냐고.


두번째로는, 실제로 과학자들이 무식하기 때문이기도 해. 다행히 이러한 경우는 그리 자주 나오진 않아. 어쩌다 발표해도 곧 정정발표를 하게 되겠지.

예를 들면, 내가 있는 연구실에서 예전에 아주 값싼 식물을 이용해서 실험을 하던 도중, 우연히 이 식물이 항생효과, 즉 나쁜 미생물을 죽이는 효과가 있단 걸 찾았어. 

그래서 바로 분석에 들어갔지.


알고보니 이건 식물 키울 때 들어간 농약이었지. 물론 발표는 안 됐지만.


요약 

1. 연구 결과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2. 바퀴벌레에서 에이즈 치료물질 찾았다고 그 회사 주식을 구입하는 짓은 하지 마라.

3. 과학은 종교가 아니다. 믿으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의심하라고 있는 거다.

25개의 댓글

2013.05.30
음.. 개념!
0
그래서 검증에 검증에 검증을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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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
과학을 맹신하는건 과학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종교를 믿는거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본질은 끊임없는 의심과 탐구다

생각 끄적인 글 중 그래도 고퀼이다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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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
2013.05.30
ㄴㄴㄴ 주식은 사도됨
물론 그 연구결과가 정말 웰메이드 연구결과라면.. ㅋㅋ

사람들은 합리적일 수 없거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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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
2013.05.30
퀄이 너무 높아서 순간 유개인줄 알았네...
0
2013.05.30
삼겹살이 기관지에 좋다는 것
돼지껍질에는 콜라겐이 있어서 피부에 좋다 등등


또 어느 연구에서 삼겹살이 기관지에 좋다는 걸 반박하자 양돈협회에서 반박했던 것

사실연구가 결국 가치문제로 귀결되는 건 다 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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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
종교와 과학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과학은 의심을 바탕으로 생긴거라면
종교는 믿음을 바탕으로 생긴거지.
0
정신문화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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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
좋은데. 항상 의구심들었던 부분이다. 뭐가 좋다고 뉴스뜨더만 얼마안가 그건 또 뭐가 안좋다고 뉴스뜨고, 매번 되풀이다. 식생활에 관련된 최신뉴스는 이제 절대 못믿겠다. 의심가져야 겠다. 요약 3번보고 눈이 확뜨이네 고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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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05.30
근대 요즘 과학자들은 옜날처럼 무언가를 계속의심하고 찾고 결과가 나오면 그 과정에서의 모순점을 찾고 과정이 다르면 다른결과가 나올지 찾고 다시하고 등 무언가를 찾고 해결하고 발전시키려는게 아니라 대충 실험결과 발표하고 논문쓰고 받은돈으로 먹고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요즘 나오는 정보는 신뢰할만한게 거의 없음
추가로 우리나라 찌라시들은 해외에서 논문이나 실험결과로 이럴수도있다 라고 한것을 이러이러해서 이러함 그니까 이거 사실임 믿으센 하는게 대부분이라 우리나라 들어와서 외곡되는경우도 꽤 있는걸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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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05.30
@ㅇㅇ
정보// 논문이나 실험결과
외곡// 왜곡 으로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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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ㅇㅇ
제대로 된 학교 랩 소속돼서 어느정도 학회 참석해봤으면 그런 소리 절대 못할걸.
니가 말하는 '요즘 과학자들'이 분명히 있긴 한데 정말 학자마인드로 탐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단지 니가 아는 '옛날 학자'들 중에선 훌륭한 사람들만 기록에 남고 대충 하던 사람들은 묻혔으니 그리 생각하는거지.
0
2013.05.30
그래 이런게 개념글이지
힐링이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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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사실 이런거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랑 딱 맞다고 생각하는게
뭐 먹으면 안 좋다 뭐 먹으면 좋다 이런거 그냥 무시하고
운동하고 처먹고 싶은거 먹고 해도 언젠가 자기 죽을날에 뒈짓하는게 제일 나은거 같아 이런거 신경쓰는거보다

근데 과학도 과학 나름이지 물리학이나 다른 순수과학쪽은 적당히 믿어도 나쁠거 없지 않을까 싶다(물론 이해는 둘째치고)
0
좋다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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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2013.05.31
과학자의 논리전개방법을 조금만이라도 배웠으면 좋겠다. 적어도 흑백논리는 없어질테니.
과학은 항상 의심해야하지만, 회의에 빠지지만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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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올ㅋ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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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읽판 10추천받아도 개드립갔으면좋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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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글 잘읽었음...
근데 이형 아이디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작년말에 우주의 크기 쓴 형이었네...
형 다음글 계속 기다렸는데 안올라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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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mellllon
ㅠㅠ 별로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서 접었었는데. 2편도 한번 끄적여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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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1
이렇게 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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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L
2013.05.31
이렇게 추천 많이 받은 글은 처음본다.
그만큼 이 글이 지적하는게 정확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사람들이 다들 과학을 어느정도 알면 더 속지 않을텐데.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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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1
개념글은 추천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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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2
이래서 내가 애매모호한건 안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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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2
어느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인가를 보는 것도 신빙성을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물론 SCI급 논문이라고 해도 허위논문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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