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반짝이는 당신의 미소가 가지고 싶었다
너무나 따뜻했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닿을 수 없을 것을 알았기에 슬펐다
빛에 타버려서 고통스러워할 내 모습이 안쓰러워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떠나려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없는, 표현조차 불가능한 무엇인가가 나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리고 그 것은 내 존재에 관한 오랜 고찰과 맞닿아 나를 괴롭혔다
여담이지만 나는 운명론자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난 몇 년간의 일로 인해 인간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답을 요구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운명은 나에게 답을 요구했을 뿐 그 거대한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잔악하고 슬픈 일이다
결국 나는 당신에게 닿을 수 없지만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젠가 고통스럽게 재가 되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선택했다
나를 태워 당신이 타오를 수 있다면 그게 나의 흐름이라면 슬프지만 덤덤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에게서 당신의 빛이 사라지길 소망하면서 당신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반대로 시간이 지나 옅어지길 소망했던 태양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고 그 빛을 뽐냈다
우습게도 운명이 나에게 속삭인 것처럼 이제는 그 찬란한 빛에 나의 눈이 멀었고, 온기인지 열기인지 모를 그 것에 나의 모든 것이 까맣게 타버렸다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는 공포감에 질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악다구니를 썼다
너무 고통스러워요
두 번 다시 태양에 다가가지 않을게요
그 결정을 후회해요
그리고 그렇게 오랜시간 빛에 타버린 나에게 태양이 다가와 이야기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해석할 수 없는 감정이 담긴 그 문장을 듣고 나는 드디어 나의 세상이 완벽하게 무너졌음을 직감했다
찬란히 빛났던 태양은 산산이 조각나 부서져버렸고, 심연 속에 들어온 듯 칠흑같은 어둠과 고요한 적막함이 나를 찾아왔다
기이하게도 그 것은 편안했고 봄같았다
당신에게 못다한 말을 이 곳에 남긴다
이제야 당신에 대한 나의 운명이 끝난 듯 합니다
이제서야 재가 되어 날아갈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