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씨조선'은 비하표현이 아니다. 그냥 오해다.

다운로드.jpeg

이 땅 덩어리를 우리는 뭐라 부르지? 그래, 한반도라 부르지.

 

그런데 말야, 우리 주변 나라들도 그렇게 부를까? 그렇지 않아. 한자문화권에 있는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곳을 '조선반도'라고 불러.

 

갑자기 '조선반도' 하니까 한복입은 북한애들, 조선족들이 튀어나와서 떠들어대는 풍경이 떠오르지?

 

그치만 사실이야. 이 땅덩어리는 실제로 수백년간 조선이란 나라가 눌러앉았던 반도였으니까.

 

이 땅에 '한국' 할 때의 '한韓' 이란 말이 붙은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길게 잡아도 대한제국이 생긴 120여년 전부터고, 본격적으로 들어선 건 반도 남쪽에 '대한민국'이란 자체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야.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느냐? 바로,

 

'조선'은 시대적 개념일 뿐만 아니라 공간적 개념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야.

 

이 개념은, 최근 불거진 '이씨조선은 비하표현이다' 라는 논란의 진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해.

 

그럼 위에서 말한 '조선은 공간적 개념'이란 말을 숙지하고서, 왜 '이씨조선' 또는 '이조'란 말이 쓰이게 됬는가, 를 알아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씨조선' 이란 말은 시대를 구분하려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말이야.

 

이 '조선반도'라는 공간에는 세 개의 '조선'이 있었어. 순서대로 1) 고조선 2) 조선(이성계가 건국) 3) 식민지 조선

 

우리는 통상적으로 2)만을 '조선'이라 부르지. 다른 것들은 조선 앞에 수식어가 붙으니 구별이 되고.

 

하지만 실제로 1)과 3) 역시 원래 명칭은 그냥 조선이었어.

 

1) '고조선'이란 이름은 후대에 만든 말이고 본래는 '조선'이야.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고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옛 고古'를 붙여 구분한거야.

 

3) 역시 그냥 '조선'이라고 불렸어. 일본제국 입장에선 한일합방을 해버린 마당에 예전 국호인 '대한제국'이란 이름을 써줄 이유도 없고, 옛날부터 이 땅과 나라를 조선으로 불렀으니까 이젠 일본령 '조선'인거지. 그래서 이 땅의 식민통치를 주관하는 최고기관의 이름도 '조선총독부'가 됐던 거야.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겨.

 

'조선'이란 말이 공간적 개념이면서 시대적 개념이기도 한 탓에, 그냥 '조선' 하면 어느 시대의 나라를 지칭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거야.

 

이런 문제는 특히 20세기 초 근대 역사학을 연구하던 모든 역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던 곤경이기도 해.

 

이 글을 읽는 네가 1920년대 신채호 선생의 타이피스트라고 상상해봐. 그가 네게 '조선은 수준높은 문화를 누린 문명국으로서 ~~'라 받아적으라 했을 때, 넌 신채호 선생에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어.

 

그게 1) 2) 3)의 조선 중 뭘 가리키는 거냐고.

 

이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린 나라'의 사람이라는게 기원전의 선조들이란 건지, 이성계가 세웠던 나라의 백성들이란 건지, 일제 식민치하 조선인들이란 건지 구분이 안된다는거야.

 

그리고 이 혼동은 조선인/일본인/중국인이건, 민족주의자/식민지협력자건, 역사학자/민간인이건, 정체성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어.

 

개념 자체가 중첩돼있다 보니 '조선'이란 말이 어느 시대 나라를 지칭하는지 헷갈리는거지.

 

그래서 이 개념상의 혼동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 '고조선', '식민지 조선', 그리고 '이씨조선' 이야.

 

이 구분법은 꽤 유용해서 근대 역사학이 발흥할 무렵, 국내 사학자들과 식민지 일본학자들은 물론이고 한자문화권에 있는 중국, 베트남 역사학자들도 이 구분을 받아들였어. 

 

그런데 이 조선이란 곳이 해방-남북분단-6.25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생겨나.

 

조선반도 남쪽에 있는 정부가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북쪽에 있는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를 사용하게 된거야. 

 

이게 왜 중요하냐,

 

이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속한 사람 입장에서는 '조선'이란 말이 위의 1392년에 건국된 '조선'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정할 수 있게 된 거거든.

 

'고조선', '식민지 조선'이란 말들은 기왕에 있었으니 그대로 쓰면 되고,

 

이제 '조선' 하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이씨 군주국(1392~1897)'으로 개념이 딱 떨어질 수 있게 된거야. 더이상 혼동을 겪을 필요가 없어진거지.

 

그래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그냥 '이씨조선', '이조' 할 것 없이 그냥 '조선' 하면 단 하나의 개념만 생겨날 수 있게 된 거야.
 

(반면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칭한 북한은 이 혼동을 피하기 위해 지금도 '리씨조선', '리조'라는 용어를 써서 구분을 해)

 

그런데 주변 나라들도 '조선' 하면 '1392년에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왕국'을 떠올릴까? 아니라는 거지.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애들은 이 반도를 늘상 '조선반도'라 불러왔기 때문에, 얘들 입장에선 그냥 '조선'이라 하면 조선시대 할 때 조선인지, 그냥 조선반도 사람인지, 고조선인지, 식민지 조선인지 (아님 씨발 북조선인지) 헷갈린다는거야.

 

그래서 주변 나라들은 이성계가 건국한 조선을 칭할 때를 한정해 '이씨조선'이란 말을 써서 시기 구분을 해준거야.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 없어. 얘들 입장에서 이미 '조선'이란 말은 무척 넓은 시간대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돼버렸거든.

 

그러니 대만인 입장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사극에 '이씨조선'이란 말을 써 번역한 건 컨텐츠 수용자들이 볼 때 상당히 자연스런 반응이라 할 수 있지.

 

즉, '이씨조선'이란 말은 필요의 산물이야.

 

============================================================

 

unnamed.jpg

(심화편)

 

그럼 의문이 들겠지. "누군가는 '이씨조선'이 비하표현이라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나도 궁금하더라.

 

https://namu.wiki/w/%EC%9D%B4%EC%94%A8%20%EC%A1%B0%EC%84%A0

 

나무위키 '이씨조선' 문서에는 비하다/아니다 에 대한 문제를 다 다루고 있어. 참조해서 '비하가 맞다' 부분을 훑어보길 바래. 이게 왜 설득력 부족한 주장인지 말해줄게.

 

여기서 비하표현이라는 논거로 제시된 건 크게 두개야.

 

 

 

1. "'이씨조선'은 정통성을 결여한 지방정권을 일컫는 말이다"

 

이게 왜 오해냐? 성씨+왕조를 붙인 나라들은 근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 나라이름이 한자까지 같아서 진짜로 '구분이 안되는' 경우들 뿐이거든. 

 

나무위키 문서에서는 송 제국과 유송의 예를 대비하면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어. "(조광윤의 송나라가) 조송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경우는 유송을 이야기의 주제로 잡고 갈 때 불가피하게 구분을 위해서이다"라고.

 

거대제국 송나라도 듣보잡 유송과의 직접 비교가 필요하다면 '조송'이라고 불렀다는거지.

 

근데 이 주장을 펼친 사람은 이 전제에 조선은 예외라고 생각했나봐. 조선은 단 하나뿐이므로 '이씨'조선이라고 굳이 붙여 써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었겠지.

 

근데 내 위의 글을 읽으면 알겠지만, 조선도 그냥 '조선'이라고 하면 알아먹을 수가 없는 나라야. 오히려 '구분이 필요한' 분야에서 사실상 가장 대표적인 예가 '조선'이야.

 

혹자는 조선을 구분할 때도 전한/후한, 남송/북송처럼 부를 수도 있었을텐데, 하고 물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위의 나라는 서로간의 시간상의 갭이 아예 없거나, 50년도 채 나지 않는 나라들이야.

 

고조선(기원전)-조선(14C) 처럼 수천년의 차이가 나는 나라들이 아니라고. 그러니 전조선/후조선 부르는 것도 어색한거야. 격이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한/후한, 남송/북송이란 명칭도 후대 일본 역사학자들이 붙인걸로 알고 있어. 정확한 사실 아는 개붕이들 있음 리플달아줘)

 

일제가 진짜로 우리 역사를 폄하하려 했다면 20세기 초에 '이씨조선', '왕씨고려' 같은 표현들이 조선인들에게 진짜로 잔바리 취급당하듯 '불편'하게 들렸어야 해. 마치 하下구려처럼, 직관적으로. 근데 식민지기 한국문학, 한국민담, 어딜 찾아봐도 '이조'라는 표현이 불편하게 들렸다는 기록은 전혀 없어. 심지어 20세기 후반까지도!

 

게다가 '천명'같은 개념은 전근대 왕조사상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아시아 유일의 근대국가를 자칭했던 일제가 전근대적 기준에 입각해 조선을 깎아내린다는 설도 설득력이 매우 떨어져.

 

사실 이 논거는 큰 줄기에 속하는 주장도 아닐 뿐더러, 비하냐 아니냐는 확인을 하기 위해 이렇게 전문적인 내용까지 찾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애당초 조잡한 논리라는 걸 알 수 있어. 

 

 

 

2. "'이씨조선'은 일제 식민지 때 쓰이던 조어이며 그 전에는 안 쓰던 말이다"

 

이 논리가 국사편찬위원회(그리고 이를 좇은 국립국어원)의 논리이기도 해.

 

"국사편찬위원회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씨조선이란 표현은 국격을 격하시키려는 의미에서 사용됐다. 비하 표현이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 정확한 국호는 조선이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32885.html#csidxe99fb0d64f0fbe1b6b1c7e0fa215208 )

 

"(국립국어원 측이) 국사편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이씨 조선'이라는 말이 일본인이 만든 말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은 맞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67726)

 

일본인이 만든 말이 아니라는 점, 확인됐지?

 

근데 진짜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된 논증을 어디에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거야.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그냥 '정확한 국호가 아니다', '일제 때 부정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식의 논증밖엔 찾을 수 없어.

 

그러니 나는 이들의 논증을 다음과 같이 유추할 수밖에 없어.

 

-'이씨조선'은 일제 때 쓰였던 표현이고

-그 전엔 쓰이지 않았으니

-이는 식민잔재다.

 

이런 논리거든.

 

근데 아까 위에서 말한 내 주장 기억하지? '조선'이란 시-공간이 혼합된 개념을 구분해서 연구하는 일 자체가 근대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그리고 근대의 분과 학문체계가 도입된 건 일제 식민지 시기라는 건 누구나 알 것이고.

 

즉 '이씨조선'이란 말이 필요했던 때가 일제 때였던 거고, 당시 필요하니 만들어 썼던 거야. 전근대 조선인들에게는 애당초 필요하지가 않았던 말이라고.

 

이 말이 진짜로 '비하를 목적'으로 탄생했다면 해방 후에 '이씨조선'이란 말부터 당장 폐기해야 했을거야. 근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해방 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국사학자들은 이씨조선, 이조라는 명칭으로 내내 논문도 쓰고 학회도 열고 조선백자를 이조백자라고 잘만 불렀어. 식민지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 '식민사관 극복'에 학자인생을 걸었던 그 국사학계 집단들이, 해방후 반세기동안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했다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상식적으로 국가 기관에서 운영하는 국사편찬위원회라면,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에서 사용하는 '이씨조선'이 정말 폄하 표현일 경우 외교적 루트를 통해서건 학계를 거쳐서건 항의를 해야 맞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이씨조선 쓰지 말기'로 못을 박았던 1995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25년간, 외국에 어떤 항의나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씨조선=식민잔재'설은 어디까지나 국내용 논리라는거야.

 

외국 학회에서 갑자기 이런 주장을 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중국 일본 학자들 한 3초간 다들 벙찌고는 '그럼 니들 시대구분을 우리가 어떻게 하란 말이냐' 란 답이 돌아오지 않겠어? '이씨조선 폐기론'은 한국인들이 보는 국사책에만 쓰일 법한 국내인 전용 논리라는거지.

 

그리고, 내가 방금 거론한 이 '뭔가 이상한 느낌' 있지?

 

이거, 국사학계가 하는짓들 가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받는 느낌이야. 마치 "식민지에서 유래한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 민족은 오염되지 않아야 하고 지극히 순수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

 

 

 

3. "'이씨조선'은 왕을 섬기는 전제군주국임을 부각시키는 표현으로, '지배계층이 왕에서 일제로 바뀌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건 국사편찬위원회를 특별 배려해서 내가 '식민사학자 입장'에 서서 최대한 유추해본 주장이야. 그리고 내가 볼 땐 이게 편찬위가 의식하는 부분에 그나마 부합해 보여.

 

일제 입장에서 '너희 어차피 왕 밑에서 살지 않았느냐'고 폄하하려 한다면, '이씨조선'을 부각시키는 것도 나름의 비하 전략이 될 수 있거든.

 

그런데 이 주장 역시,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게 문제야. 식민지 시기 식민사관을 창안한 일본사학자 중에 이런 의도를 가지고 용어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없지,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러려니 하지, 무엇보다 일본이야말로 천황이 군림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자승자박밖에 안되거든.

 

당대는 '왕이 다스리는 나라'라는 말이 별로 욕이 안되는 시대였어. 2020년 지금과는 다르다고.

 

 

 

위의 세 주장들이 다 근거가 부족함에도, 왜 국사학계는 '이씨조선'이란 말을 식민잔재로 규정하느냐?

 

그건 말이야, 동아시아에서 역사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래.

 

전쟁논리란게 단순해. 상대한테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는 게 최우선이거든. 그러니 '식민지 시기에 썼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이씨조선'이란 말이 지배자들의 폄하 표현이라고 규정하는거지.

 

이조, 하면 괜히 식민지 시기를 연상시키니까 껄끄러워서.

 

이제는 조선, 하면 한국사람들 다 알아들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정식명칭 아닌 다른 것들은 맘편히 지우고 마는거지.

 

편찬위도 그러잖아. "비하 표현이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 "정확한 국호는 조선이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 고.

 

이런 개뼉다구같은 국내 한정 논리를 갖고서 스마트폰 시대를 사는 21세기 사람에게 적용시키려 드니 '섬것들이 이씨조선이라고 비하했다' 같은 불필요한 오해만 낳는 것이야.

 

한자문화권에서 쓰는 논문마다 '이씨조선李氏朝鮮', '이조李朝' 라는 명칭이 지금도 널리 들어간다는 사실, 국내 국사학자들 중에 이거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이런 차이를 설명해주고 오해를 풀어줘야 할 사람들이 국사학계인데도, 이들은 '식민 잔재 청산해야한다'는 깃발만 세우고서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어.

 

그나마 민족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소장학자들은 탈민족주의(트랜스내셔널)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만, 식민지 컴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사학계 일반은 여기에 대응 자체를 잘 안하는 편이야.

 

역사학자들이라고 다 옳은 건 아냐. 마치 일제 때 역사학자들이 다 옳은 건 아닌 것처럼.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학부때 사학 복수전공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틀딱 먹물들이 무슨 구라를 치는지는 대충 아는 직장인 개붕이가, 답답한 마음에 써 봤어.

55개의 댓글

2020.03.19

너무길고 자국민들이 비하발언처럼 느끼면 비하아닐까?

2
2020.03.19
@pjanic

마 오해가 있으신가본데... 비하 아입니다.

0
@pjanic

읽어봐 충분히 납득가능함

0
2020.03.20
@pjanic

시발 페미 논리를 여기서 보네. 여기도 페미논리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려나

5

기승전 식민사학 or 일제잔재론에 침윤되어있는 상황이 답답했었는데 이를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글이구만.

잘봤음. 일본하면 치를 떠는 북한이 멀쩡히 리씨조선이라는 말 쓰는것 부터 답이 나오지

사실 지금까지 '왜 이씨조선이 비하어냐?" 라는 질문에 명확히 대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음.

심지어 역사 선생 포함 ㅋ

이 시대에 구태여 쓸만한 표현도 아니지만, 이를 갈며 없앨 표현도 아니라고 봄

1
2020.03.20
@반pc붐은오고야만다

그치. 북한이야말로 식민 잔재를 강박적으로 몰아내려 했을 때 어떤 꼴이 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케이스임.

마지막 문장에 동의하며, 네 아이디 맘에 든다.

0
@반pc붐은오고야만다

ㄹㅇ 공감되는 글에 공감되는 댓글

 

0
2020.03.20

학교에서 고조선, 조선 명확하게 구분해서 배웠는데 왠 이씨조선이라는 단어들으니 거부감 드는데

2
2020.03.20
@KAISA

거부감 드는건 이해해. 다만 한자문화권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단어'라는 정도만 감안하면 될 거 같애.

0
2020.03.20

북조선 있으니까 구분하려면 이씨조선이라고 부르는게 좋지않나 생각했었는데 완전 반대방향으로 가있었네

0
2020.03.20

결국 너도 아니라는 명확한 근거는 없는거네

2
2020.03.20
@레트로

1.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이성계 존나 싫어해서 자기네랑 구분 지으려고 이씨 조선이라는 표현 쓰는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함?

 

2. 이씨 조선이 단순 왕이 있는 국가라서 비하가 아니라 당시 일본이 자기네들은 천황도 있지만 내각도 있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가진 반면에 조선은 왕이 혼자서 모든걸 해먹는 독재 국가라는 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함?

 

2-1 조선이라는 국가를 부정하면서 씨족의 대표로 이루어진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고 국가가 아닌 씨족을 합병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조선말고 이씨 조선이라고 표현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함?

 

3. 조선왕조실록에 이씨 조선이라는 표현은 없었다는데 그럼 어디서 나온걸까?

 

4. 근현대 역사 내용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 입장에서 작성된 역사서들이 세계에 퍼지면서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함?

0
2020.03.20
@레트로

1. 맞아. 북한은 ‘조선반도의 진짜 주인은 자신들’이라고 믿고 ‘이씨조선’은 결함 많은 봉건왕조라고 격하하고있어.

근데 ‘이씨조선’이 일제가 고안해낸 비하표현이라면, 아무리 자신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싶은 북한인들 일제 용어를 쓰겠냐, 이거야. 지금도 틈만나면 일본에 쌍욕을 퍼붇는 곳인데.

0
2020.03.20
@rigby

글쎄 그렇게 치면 자기네 정권 위협하는 미제놈들이라고 쌍욕 퍼붓는 미국이랑 잘될거 마냥 짝짜쿵 해댄 것도 이해 못할 일 아닐까? 그냥 이해관계가 상충해서 쓰는 걸 수도 있을거 같은데

0
@레트로

 

1. 북한 입장에선 조선을 좋고 싫어함을 떠나서 자기 나라 국호가 애초에 '조선'이 들어가고 자신의 나라를 호칭할때 조선이라고 함. 구분이 필요해서 리씨조선이라 부르는거지 조선에 대한 호불호랑은 상관없음

실제로 북한이 조선을 비하할때는 '조선봉건왕조' 또는 '리조봉건국가' 라는 표현을 씀

 

 

2,2-1 알고 있는데~는 팩트가 아니라 논할 가치 없음

그리고 덧붙이자면

엄연히 왕조를 지칭하는 표현이 씨족에 대한 지칭이랑 동치 될 수도 없고, 전례도 없음

비전문가의 자의적 해석

 

 

 

3 당연하지. 이건 왜 고조선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고조선이라고 칭한 기록이 없냐는 급의 질문

0
2020.03.20
@레트로

2. 이게 바로 내가 위에서 추정한 '편찬위'의 가설이지. 그런데 편찬위도 밝히듯이, '이씨조선'이란 말은 일본인이 만든 말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어. 이런 음모론이 성립하려면 '의도가 목적성을 지녔다'는 증거가 나와야는데, 식민사학자가 작정하고 만든 말도 아니고 언어 사용자 사이에서 그렇게 나쁜 의미로 통용되질 않았다는거지.

 

2-1. 근거가 부실함. '이씨'라는 말이 씨족을 연상시킨다는 근거도 없음(있었다면 문학, 사료, 민담, 구술기록에 남았어야 함). 현대인의 관점에서 본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

 

3. 당연히 없을 수밖에. '이씨조선'은 조선반도 내에 존속했던 국가를 구분하기 위해 근대 이후에 도입된 개념이니깐.

 

4. 나도 동의함. 이때 식민주의를 목적으로 타국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흔적이 꽤 많이 남아있음. 단 '이씨조선' 문제는 이와 무관함.

0
2020.03.20

북한이 이씨조선을 쓰는 이유는 조선이 봉건주의기 때문임. 공산주의와 봉건주의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즉 북한에서도 이씨조선이란 말을 조선을 비하하기 위해 쓰고 있다고 보면 됨. 북한에서 이씨조선을 쓴다는 사실은 이씨조선이 비하용어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비하용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왕의 이름도 피휘하던 문화권서 왕조의 성씨를 굳이 국명에 붙이는 것은 비하용어라고 나는 생각함. 일본이 만든 용어라거나 그런 이유를 떠나서임. 일본인이 만들었다고 비하용어고, 조선인이 만든 용어라고 비하용어가 아니라고 할 순 없지. 이성계 일족의 나라라는 뜻이 보이니까 비하용어라는 것.

 

북한을 깔 때 김씨조선(북한)이란 말을 쓰는데 느낌이 확 오지. 김씨 삼부자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것처럼, 이씨조선은 조선의 왕족을 까내리고 이씨 일가를 위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이건 설사 말을 만들 때엔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인의 문화를 아는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느껴지는 뉘앙스가 분명 존재함. 굳이 김씨조선이란 말이 북한을 욕하는 표현이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듣는 것과 마찬가지지.

2
2020.03.20
@BreakfastBlend

짜임새 있는 반론 고마워. 덕분에 더 넓은 차원의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만약 네 주장대로 "북한에서 '이씨조선'이란 단어를 쓴다는 사실이 비하용어라는 근거가 된다"면, 남한 역시 90년대 중반까지 학계 언론 민간 가릴 것 없이 이 단어를 문제 없이 썼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950~80년대까지, 남북은 체제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어. 북한이 이조라는 말을 '비하용어'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그 용어를 진작부터 거부했거나, 최소한 문제 인식 정도는 했었어야 해. 물론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

 

남한은 아이들에게 조선을 '자랑스런 역사'로 가르쳐왔던 곳이야. 그럼에도 동시에 '이씨조선'이란 말이 통용됐다는 것은, 당시 한국인들이 볼 때 여기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는 걸 의미해.

 

동시에 이 당시 남한은 식민사학에 맞서 조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극일' 마인드가 매우 강했던 사회야. (일본인이 만들었건 조선인이 만들었건) '이성계 일족만의 나라'라는 위앙스가 묻어나는 용어였다면, 국사학계가 이 조선 폄하적 용어를 수십년간 무비판적으로 쓸 이유는 없는 것이었지.

 

요컨대, 이씨조선은 별로 화나는 말이 아니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화내야 하는 말'이라고 우향우 해버린 말이라는 거야. 왜 기를 쓰고 막아야 하는지, 그 영문을 모르겠다는 거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김씨조선'이란 말은 최근 20여 년 간 반북감정을 거치면서 비롯된 단어야. 사실상 '이씨조선'의 파생어라는 뜻이야. "조선시대에도 안하던 짓을 지금 한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고. 이를 볼 때 '이씨조선'은 '김씨조선'을 강하게 까기 위한 대비효과의 역할 정도일 뿐, '이씨조선' 용어 자체가 조선왕국 비하는 아니야. 선후관계가 잘못됐다는 뜻.

1
2020.03.20
@rigby

김씨조선과 이씨조선의 선후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언어적 뉘앙스를 말하고 싶음. 김씨조선은 평범한 수준의 상식을 가진 한국어 화자라면 누구나 그 저의를 간파할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말한 것.

 

이씨조선 뉘앙스에 대해 사족을 더 달아보면, 결국 이씨라는 게 왕의 성씨를 부른 건데, 현대에(일제시대 땐 어떨지 몰라도) '이 씨' 라고 성+씨로 부르는 걸 좋은 의미로 볼 사람은 없지('어이 김씨 아가리 여물어'라는 드립에서 뉘앙스가 엿보인다.). 거기다 미우나 고우나 어쨌든 한 시대를 대표한 임금들인데 '이 씨'라고 부르는 건 한국어 뉘앙스에서 어긋나 있음.

 

그리고 광복 이후 역사학계가 반일기조에도 불구하고 이조를 썼다고 지적했지만 그것이 완벽한 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첫째로는 너도 언급했듯 북한도 썼기 때문임. 물론 내가 북한에서 이조는 까는 의미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남한도 마찬가지로 조선을 까는 인식이 있어 이 용어를 적극적으로 수정하지 않았을 수 있지 않냐는 것이지. 실제로 극히 최근까지도 조선의 이미지는 당파싸움과 세도정치, 그리고 한일합방으로 이어지는 아주 안 좋은 이미지였다. 둘째로는 명백하게 우리에게 거부감이 드는 욱일기 사례를 들고 싶다. 2000년대까지도 우리 사학계나 문화 전반에서 욱일기를 전범기로 간주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음. 오히려 한국의 공중파 tv에서도 종종 욱일기 티셔츠를 입고 나왔지. 광복 이후에 한동안 조용했다고 해도 문제가 정말 없는 것일까? 

0
2020.03.20
@BreakfastBlend
[삭제 되었습니다]
2020.03.20
@쉽지않은남자

이씨조선이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조선시대에 스스로를 조선이라고 국호를 정했기 때문이고, 만약 이성계가 국호를 이씨조선이라고 정했다면 비하의 의미가 아니겠지.

0
2020.03.20
@BreakfastBlend
[삭제 되었습니다]
2020.03.20
@쉽지않은남자

나는 일본인이 비하용으로 이씨 조선을 쓰기 때문에 비하용어라고 말한 적 없다.

 

우선 감정싸움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이씨조선이 비하용어인지 아닌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문제임을 한 번 더 얘기하고 싶다. 많은 사학자들이 이씨 조선 혹은 李朝를 가치중립적인 말로 사용한다곤 하나, 반대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이씨 조선을 부정적 의미라고 설명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비록 국사편찬위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지만, 사실 나는 좆문가 수준도 안 되는 일반인임도 잘 알고 있기에 무조건 내 말이 맞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생각이고, 그러나 그 생각이 상당수의 전문가들과 닿아있단 점에서 무조건 무시될 수준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우선 이씨 조선이 비하용어인지 아닌지는 1910년 이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1910년 이전, 예를 들면 영조 임금 시대에 한 선비가 "이씨 조선" 이라고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비하인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또한 이씨 조선이란 말을 조선인이 만든 용어인지 일본인이 만든 용어인지도 생각하지 않겠다. 누가 만들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첫째로, 국왕의 성씨 + 국호는 일반적인 동아시아에서의 약칭이 아니다. 오히려 멸시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예로 들었는데 이쪽은 동아시아가 아니라 문화적 인식이 전혀 다르므로 옳은 예시가 아니다.

 

둘째로, 조선출신의 역사학자들이 썼다고는 하나 당시 역사학자들의 상당수는 사회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거나, 조선을 비하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사회주의에서는 봉건주의가 구시대이며 혁파의 대상이었으므로 당연히 낮잡아 부르게 된다. 그리고 사회주의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독립운동에 있어 李왕가는 미적지근하고 비협조적이었다. 임시정부나 독립운동가들은 이씨 왕가를 매국노라 불렀고 독립운동가 서상한은 영친왕 암살까지 기도했다. 그러니 오히려 그당시엔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들도 이씨조선이라 멸칭하는 것에 서스럼이 없었을 것이다.

 

셋째로, 광복 이후에도 역사학계가 계속 이씨조선이라 썼다곤 하나 그것은 광복 이후 전문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사람들이거나, 그 사람들의 직속 제자이기 때문이라 보는 것에 문제가 없다. 멸칭을 계속 사용했거나, 처음엔 멸칭으로 쓰다가 나중엔 그런 인식을 잊었더라도 별 생각없이 쓰던대로 썼다는 것이다.

 

넷째로, 중국이나 일본 등 현시대의 외국 역사학자들이 이씨 조선이란 표현을 쓴다고 했는데 이 역시 비하용어가 아니라는 근거는 되지 아니한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도 한국인 전문가들조차 이씨 조선이라고 쓰는데.

 

다섯째로, 시대구분을 위한 표현으로 (고)조선 - 이씨 조선 - (일제강점기의)조선으로 쓴다는 주장 역시 비하용어가 아니라는 주장에는 힘이 되지 아니한다. 우선 일제강점기 하의 시점을 생각해 보자면 조선은 지명(地名)으로도 쓰이고, 고조선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이므로 기원전의 국가와도 헷갈리니 이씨 조선이란 말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고조선이란 용어가 있고, 조선이 지명으로 헷갈릴 수 있단 말도 맞지 아니하다. 북한의 경우엔 여전히 국명에 '조선'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북한은 정통성이 없는 국가이다. 정통성이 없는 국가를 조선으로 부르고 정통성이 있는 국가는 이씨 조선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에겐 맞지 아니하다.

0
2020.03.20
@BreakfastBlend
[삭제 되었습니다]
2020.03.20
@쉽지않은남자

고조선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건 너도 말했다시피 위만조선과 구분하기 위한 말이지 지금시대에 쓰는 고조선 과는 다르지. 이건 내가 알기론 중학생도 배우지 않나? 지금 말하는 고조선과는 사실상 다른 단어이고, 그냥 "옛 조선"이란 표현이나 마찬가지다. 애당초 삼국유사가 쓰여질 당시에는 근세 조선(나는 차라리 이씨 조선 대신 근세 조선이라는 말이 논란의 여지가 적다고 본다. 물론 그 시대를 중세냐 근세냐 근대냐 따질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비하냐 아니냐의 논란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방에까지 중앙 관리를 파견했기에 근세라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주류 의견이기도 하고)이 없었으니까.

 

단군 기자 위만을 예로 들었는데 이씨 조선과는 직접적 비교가 힘들다. 일단 굉장히 먼 과거이며, 그렇다보니 단군과 기자의 경우엔 실체조차 모호하다. 기자는 전설 속 이야기에 가까우며, 기자라는 것 자체도 호이지 이름이 아니다. 즉 이씨 조선처럼 대놓고 성씨로 낮춰 부르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 단군 역시 제사장의 표현이다, 직책 이름이다 말이 많으니.

 

그리고 위만 조선의 경우엔 분명 이씨 조선처럼 위씨 조선이란 표현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과연 중립적 표현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만 조선은 한나라 입장에서는 적국이고, 조선 입장에서는 기자 조선을 배반한 몹쓸 왕조이다. 위만에게 쫓겨난 고조선의 준왕은 삼한 지역으로 내려왔기에 기자 조선의 정통성은 삼한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지? 어쨌든 매우 과거의 일이며 존속기간도 짧은 위씨 왕조였기에 이제 겨우 100년 남짓(대한제국 1897, 한일합방 1910, 고종승하 및 임시정부수립 1919) 지났으며, 오백 여년이나 되는 기간을 존속한 국가와 맞비교는 좀 힘들다.

 

다른 국가가 이씨 조선으로 쓴다고 해서 우리가 이씨 조선을 가치중립으로 생각할 이유는 없다. 이란은 영어권에서 페르시아라 불렸으나, 이란으로 변경해 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서 바꾸기도 했다. 우리가 공식적인 이름을 정하고, 다른 나라의 역사학자들에게는 이렇게 불러달라고 권고안을 보내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것에는 아주 탄탄한 객관적 근거나 논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한국어의 어감상 좋지 않게 들릴 수 있다, 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물론 그 전에 우리 사학계에서 의견을 먼저 합의해야만 하겠지. 외국은 그냥 쓰던 용어를 쓸 뿐이다.

 

넷플릭스에서 수정해 주기로 했으니 넷플릭스를 마구 욕하고 싶진 않지만, 넷플릭스의 경우엔 더 심했다. 이씨 조선이 설사 가치중립적이라는 말에 동의하더라도, 아예 이시(屍) 조선으로 쓴 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위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이씨 조선이란 말이 비하 표현이라 한다해서 쓰지 말자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나는 넷플릭스의 이씨 조선 표현을 무조건 까고 싶지는 않다. 

0
2020.03.21
@BreakfastBlend

나는 역사학계가 '이씨조선' 문제도 욱일기 문제처럼 속시원히 답했으면 좋겠다.

 

욱일기=일본해군기=태평양전쟁 책임. 한동안은 나라형편이 어려워 관심 못 갖았지만 최근 수십년간 일본인/타국인들이 이 깃발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이의제기를 하는게 좋겠다, 우리부터 쓰지 말자, 뭐 이렇게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국사편찬위는 '이씨조선'이 비하라고는 하는데 이유는 안 안밝혀... "비하냐 아니냐를 떠나 옳은 표현이 아니니 안쓰는게 좋다"고 애매하게 둘러대... 정작 지금도 외국은 물론 국내 학계에서조차 쓰이고 있는 단어야... 사정이 이러니 욱일기처럼 보이콧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문가 집단에서 그 어디에서도 이 말이 비하인지를 안 밝히니깐 우리들이 '이러이러하니 비하일 것이다' 하고 넘겨짚는 상황만 벌어지고 있어. 이건 국사학계의 직무유기야. 크게 논란 빚을 용어 아니면 그냥 자제 권고사항으로만 두든지, 외국에서 '이씨조선'이란 말을 쓰는 이유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해주든지 해야 납득이 되지 않겠어?

 

어감이 안좋을 수 있다, 맞아. 사람에 따라선 그럴 수 있어(우리나라는 왕조 앞에 성씨를 붙이는데 익숙하질 않다는 점, '~씨' 란 말이 남 만만하게 볼 때 쓰이는 말이라는 점에서). 그치만 거기에 옳고 그름의 딱지를 붙이는 건 또 다른 얘기야. '봇물터지다', 어감이 썩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써서는 안 될 여성 비하 단어는 전혀 아니잖아?

 

외국과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것 역시 큰 문제야. 우리는 필요상의 이유로 쩐 왕조, 레 왕조, 호 왕조란 말을 사용해왔는데 갑자기 베트남 애들이 자국 '역사 바로세우기' 같은 정치 운동을 한차례 거친 후 어감상의 이유를 들어 '너네 왜 우리 역사 비하하냐'고 들고 일어서면 좀 황당하지 않겠어?

0
@BreakfastBlend

ㄴㄴ

실제로 북한이 조선을 비하할때는

"리조봉건국가", "조선봉건왕조" 라고 봉건이란 단어를 꼭 넣은 단어를 사용함

리씨조선이나 리조시대는 가치중립적 표현으로 쓰임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공감함. 국어사전에도 이씨조선은 낮춤말이라고 서술되어있고

구태여 쓸 필요는 없다봄.

다만 이씨조선은 일제가 만든말이라고 하거나 식민사학의 잔재라는 식으로 서술하는건

아예 팩트의 왜곡이니까 그건 지양해야겠지

글쓴이는 그걸 말하고 싶은것 같다

 

0
2020.03.20

정말 동의함. 또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본다면

1.백번 양보해서 이씨조선이란 말이 비칭이더라도, 그 비하의 대상은 이씨왕조의 국가임. 이씨왕조에 대해서는 현대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서로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는거고, 누군가는 비칭을 쓸 수도 있는것임. 멸망한 과거의 왕조의 명예를 지켜주자고 현재의 시민들에게 특정 표현을 쓰지말라고 하는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고 일종의 폭력임.

2.그런 단어를 안쓰더라도 그건 학자들이나 공적 인물들의 공적인 표현에서 안쓰면 되는 것임. 이게 뭐 문법적인 문제도 아니고, 국편위나 국어원이 어떤 표현을 이렇게 규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일반 시민, 언중들에게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님. 이거랑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닭도리탕임. 닭볶음탕이라 안하고 닭도리탕이라 한다해서 그걸 비난할 수는 없는 것임.

1
2020.03.20
@lawp

아 그리고 하나 더 첨언하자면 이씨조선이랑 별개로, 이조라는 표현은 이씨조선의 줄임말도 아님. 이씨왕조를 의미하는 것임. 베트남사나 페르시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표현과 같은것임. 하필이면 왕조 할때 조가 조선의 조랑 같은 자라서 이조가 이씨조선의 줄임말이라는 낭설까지 돌았던거지

0
2020.03.20
@lawp

그래? 이조/이씨조선 관계는 처음 알았네. 출처 알 수 있음?

 

내가 아는 바로는 [표준국어대사전] '이조 : 이씨조선의 준말' 이라 나옴.

0
2020.03.21
@lawp

겸사겸사 Yi Dynasty, Yi's Choseon 다 되긴 하네.

 

암튼 나도 과거의 왕조를 평가할 어휘를 제약해선 안된다는 네 의견에 동의한다.

0
2020.03.20

전공생이 써주니까 더 신뢰도 가네

학교 다닐 때 역사 선생님들이 막연하게

이씨조선은 일제의 잔제라고 가르쳤던거 같은데

그거 때문에 거부감 가지는 사람들 많을 듯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에 그냥 조선 이라고

나오기 때문이기도 할거구

 

사학과면 그것도 알겠네

야채 채소 뭔 야채가 일제산물이라는 말 때문에

티비만 봐도 출연자가 야채라 얘기해도 자막에

채소로 나오는데 근거 없는 얘기라며

1
2020.03.20
@흔한닉네임

야채 채소 얘긴 잘 모르겠고, '일본식 한자어'를 친일 잔재라고 배격하는 이른바 '우리말 순화운동'은 아주 뿌리가 깊다.

근데 '순화'라는 단어도 일본식 한자어라는게 함정 ㅎㅎㅎ

0

어떤 개붕이가 이씨조선 용어 쓰는 교수한테 그거 비하발언이라고 따졌다가 학점 폭망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댓글 본적이 있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논문 수백 편 읽어 본 박사한테 고졸이 대들었다 생각하니까 아찔하다. 더닝 크루거 효과의 좋은 예시인듯

0
2020.03.20

조선왕이자 대한제국 황제가 버젓히 살아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단어니 좀 뭔가 아닌거 같은데.

뭐 그리고 멸칭이 별건가, 그럴의도가 없이 만들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기분나쁘면 멸칭이지...

 

여전히 왕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왕을 향해 외국인들이 이씨라고 한셈인데, 강점기든 아니든 그 당시에도 기분 나빴을 단어일거 같다.

후대야 이제 조선과 명맥이 끊어진 대한민국시절이니 이씨조선이라고 해도 멸칭인지 모르고 한동안 썼을거 같고

0
@eosr

나도 뭣도 모를 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한반도를 조선반도로 부른다는 거 알고 뭔가 멸칭이나 식민지 잔재같아서 기분 나빴었음. 그래서 찾아보니까 역사적인 근거랑 이유가 있었고 기분 나쁠 이유는 하나도 없더라. 그냥 내 식견이 좁아서 오해한 거였음. 이씨조선도 본문 내용보면 충분히 납득가지 않음?

0
2020.03.20
@다리봉날개가슴목
[삭제 되었습니다]
@쉽지않은남자

일본 극우 쪽이면 조선이라는 단어를 멸칭으로 쓸 수도 있겠네. 근데 내가 말하는 거는 '조선반도' 라는 명칭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랑 베트남 같은 한자 문화권에서도 일반적으로 쓴다는거야. 식민지 영향도 아니고 그 이전부터 몇 백년 동안 그렇게 불러왔었대

0
2020.03.20
@eosr

중립적인 단어도 듣는 사람을 고려해서 써야 하는 건 맞아. 그런데 '이씨조선'이란 말은 진짜 멸칭으로 들렸다기보다는, 국학단체가 '멸칭이다'라고 정해주고나서 화가 나는 단어였다는게 문제지. 실은 자신들조차 필요에 의해 한동안 써오던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2
2020.03.20

뜨끈한 성계탕 한 사발 하고싶네

0
2020.03.20

당연한 이야기지. 이씨조선이 잔악한 일제의 비하어라면 '도쿠가와 막부' '아시카가(무로마치) 막부' 이건 뭐야? 지네 나라 역사도 저렇게 불렀는데. 이건 일제가 스스로 비하하는 거야? ㅋㅋㅋㅋ

2
2020.03.20
@합성캐

그건 전혀 안 맞음. 막부는 국가명이 아님. 우리나라말로 치면 최씨 집권기, 정도로 봐야 함. 도쿠가와 가 왕인 것도 아니고.

0
2020.03.20
@BreakfastBlend
[삭제 되었습니다]
2020.03.20
@쉽지않은남자

내 말을 지지해주는 거지?

자기 조정이 있고 신하 따로 두는 것은 형식상 천자가 있기 때문이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지. 말그대로 도쿠가와 막부란 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형식상 덴노 아래의 정권임. 이씨조선과 도쿠가와막부를 동일 선상에 두고 얘기하면 명백히 조선을 낮추어 부른 거임.

0
2020.03.20

에혀 ㅈ문가들 활활 불타오르네

0
2020.03.20
[삭제 되었습니다]
@휘유우우

ㄹㅇ 권위가 짱이지

0
2020.03.20

걍 논란되면 안쓰면 됨 이게 인생에서 몇번이나 쓸 단어라고

0
2020.03.20
@JK리플레

같은 방식으로 페미니스트들은 수많은 단어에 '논란' 딱지를 붙이고 있어....

12
2020.03.20
@rigby

맞넴 ㅋㅋ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17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下) 1 綠象 3 1 일 전
1216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中) 1 綠象 2 1 일 전
1215 [역사] American Socialists-링컨대대의 투쟁과 최후(上) 5 綠象 4 3 일 전
1214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3 FishAndMaps 5 4 일 전
1213 [역사] 인류의 기원 (3) 3 식별불해 6 7 일 전
1212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19 FishAndMaps 15 14 일 전
121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1 14 일 전
1210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3 17 일 전
1209 [역사] 왜 사형수의 인권을 보장해야만 하는가 72 골방철학가 62 28 일 전
1208 [역사] 세계역사상 환경적으로 제일 해를 끼친 전쟁행위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30
1207 [역사] 송파장과 가락시장 5 Alcaraz 9 2024.03.28
1206 [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4 K1A1 17 2024.03.26
1205 [역사] 역사학자: 드래곤볼은 일본 제국주의사관 만화 17 세기노비추적꾼 13 2024.03.23
1204 [역사] 애니메이션 지도로 보는 고려거란전쟁 6 FishAndMaps 6 2024.03.13
1203 [역사] [English] 지도로 보는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3 FishAndMaps 4 2024.03.08
1202 [역사] 지도로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동안의 기록 9 FishAndMaps 12 2024.03.06
1201 [역사] [2차 고당전쟁] 9. 연개소문 최대의 승첩 (完) 3 bebackin 5 2024.03.01
1200 [역사] [2차 고당전쟁] 8. 태산봉선(泰山封禪) 3 bebackin 4 2024.02.29
1199 [역사]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이야기 3 에벰베 6 2024.02.28
1198 [역사] [2차 고당전쟁] 7. 선택과 집중 bebackin 4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