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14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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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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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 13화 https://www.dogdrip.net/22079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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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흐림, 더움

 

9.8.JPG

(예상 이동거리 37.68km, 누적 328.16km)

 

한참 잠이 들고 어느 새벽, 어떤 듀오가 오더니 딱딱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했다.

 

잠시 조용해지더니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정신이 없게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연인인지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와서 서로 계속 시끄럽게 대화를 했다.

 

대략 새벽 2시쯤이었는데, 짜증이 엄청 올라왔다.

 

하도 시끄럽게 하다보니 거기서 같이 자고 있던 아저씨가 적당히좀 하라고 시끄러워 죽겠다고 소리를 치니 그제서야 자리를 뜨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 순간 얼마나 구세주 같던지. 그 이후로는 깨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항상 그렇듯 몸을 녹인 후에, 스트레칭을 하고 배낭을 매고 다시 이동을 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꽤나 좋았다. 어제 바른 파스 덕인지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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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 길은 인도가 있어서 꽤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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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도로 라서 찍어봄)

 

컨디션이 괜찮기도 하고 거의 평지에, 날씨도 너무 덥지는 않아서 장거리를 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항상 쉬운 일만 있지는 않은 것처럼, 점심을 먹고 난 이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점심을 평소에 비해 일찍 먹은 편이었는데, 속이 메쓱거리고 부글부글 거리며 소화불량이 온 것 같았다.

 

제육볶음이 좀 많이 맵기는 했는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재료문제인지 아니면 식후에 먹은 커피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동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휴식을 취했다. 보통 50분에 10분씩 쉬면서 이동했는데 오늘은 30분마다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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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쓱거리는 배를 쥐어잡고 거의 다 왔을땐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대견스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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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멋있어서 찍었는데 역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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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전! 와! 엑스포! 와! 꿈돌이!)

 

이 마크라 해야하나 표지판을 봤을때 '드디어 반을 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제서야 소화불량이 많이 가라 앉은 기분이었다. 또 나름 희열감을 느끼기도 했다.

 

'걸어서 많이 오긴 왔구나.' 또다시 스스로 대견스러움을 느꼈다.

 

 

대전은 어렸을때 엑스포 때문에 소풍온 기억이 있다.

 

유치원 다닐 시절이었던 같았는데, 엑스포 꿈돌이 동산? 이라 해야하나 거기서 정말 신기하고 재밌는걸 구경한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테슬라 전기구(?)에서 빠직빠직 거리는걸 봤던 것이다.

 

만지면 아프지 않을까? 하면서 원형 구에 손을 가져다 보고 그런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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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 말을 걸어오신 아저씨)

 

대전에 들어와서 목표지에 거의 도착했을때, 잠시 필요한 간식을 사고 나서 벤치에 쉬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께서 오시더니 "산에 갔다가 왔나봐?" 이렇게 물어보셨다.

 

그래서 이래저래 온 사정을 말하니 자기도 젊을 시절에 그렇게 다닌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저씨는 1979년도 기름 장사하는 자전거를 이끌고 충주부터 포항까지, 그 다음엔 속리산에 가셨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모내기 철에 여행을 자주 다니셨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모내기 철에는 일손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하면서 모내기를 도와주고나면 10일치 경비가 생기곤 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숙박은 주로 음식점에서 하루 일을 도와주고 저녁먹을 비용만 주면 하루를 묵게 해주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시면서 추억에 빠져있을때, 되돌려 볼만한 추억이 있냐고 물어봤다.

 

약간 얼버무리시면서 과거에 한 주먹 하셨다고 했다. 사고를 많이 쳐서 집에서 자주나와 여행을 다니곤 했다고 하셨다.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그리움과 죄책감이 보였다.

 

그렇게 서로 조금 더 대화를 나눈 뒤에 인사를 드리고 다시 출발했다.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 분도 분명 나처럼 어떤 이야기가 있겠지.. 이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씩 있는..

 

그리고 그 누구도 같을 수 없는 이야기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겠지. 그게 좋던 싫던, 부끄럽던, 자랑스럽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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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들어오고 나서는 거의 평평하고 인도가 잘 되어 있어서 쭉쭉 나아 갈 수 있었다.)

 

대전이 괜히 한자로 대전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평평했다.

 

그리고 혼잡하면서 한산하다고 해야할까? 공단 부근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도로가 넓고, 굉장히 많이 뚫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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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다리를 건너던 와중에 차에서 창문을 내리고 밖을 보고 있는 대략 10살쯤 된 남자아이가 있었다.

 

나름 진귀한 광경인지 나를 쳐다보길래 나도 같이 쳐다봤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데 얼마나 귀엽던지..

 

그래서 나도 옆에서 손을 흔들어 줬다.

 

찜질방은 꽤나 커 보였는데 들어가보니 이제껏 방문했던 찜질방 중에서 가장 크고, 시설이 좋았다.

 

물론 그만큼 사람도 많았다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무튼 드디어 반을 왔다. 그리고 반절이 남았으며, 반절 밖에 안남았으며, 반절이나 남았다.

 

이렇게 보니 몇 단어 차이로 어감이 이렇게 달라지는게 신기하다.

 

오늘 만큼은 많이 기뻣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기쁘진 않았다.

 

스스로도 감정을 잘 모르겠다.

 

어제 새벽과 다르게 오늘은 잠을 편히 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잠에 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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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반을 왔네요. 앞으로도 반이 남았습니다.

 

8개의 댓글

2019.08.17

절반ㅊㅊ

1
2019.08.17

ㅎㅇㅌ

1
2019.08.17

노잼의 도시..

1
2019.08.17

아 나두 서울 부산 했었는데 연재할생각도 못하거

그냥 카카오 내게 쓰기에 보관했다가 다 날라감 ㅎ..

1
[삭제 되었습니다]
2019.08.18
@합리적인개소리

2년 전에 한거라서 스트리밍은 못함.

0
2019.08.18

드디어 반이다

1
2019.08.20

고마워ㅋ

글을 계속 써주니

계속 재밌게 읽게 되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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