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걸어서 땅끝마을까지_12화

주의! 감성적이고 사적인 여행담이므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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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땅끝마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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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흐림, 비

 

9.6.JPG

(예상이동거리 22.96km)

 

일어났더니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평일이기도 하고, 일찍 일나가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보일러실에서 나는 기계적인 소리를 들으며 씻으러 욕탕으로 들어갔다.

 

개운하게 몸을 씻은 후에 다시 배낭을 정리하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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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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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 정비가 깔끔하게 되어있었다.)

 

일단 아침은 어제 주변 빵집에 가서 2개 정도 산 후, 공원에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완전 출발하기 전, 언제는 안그랬냐는 듯이 아킬레스건은 자기를 잊지 말라는 것 마냥 통증을 느끼게 해줬다.

 

뿌연 안개와 빛만 비출뿐, 해는 오늘 하루 종일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이런 광경은 옛 인제군을 떠올리게 해줬다. 높은 산세에 구름이 자욱히 낀걸 보면 스스로 신선이 된 기분이든다.

 

여기는 그런 높은 산은 없었지만, 또 그에 못지 않은 광경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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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오는 길에 반기문 생가가 있어서 한 번 들렀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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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문화 관광지라 그런지 관리를 빡세게 하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방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 찍기엔 참 좋았다.

 

 

오늘은 아쉽게도 오는 길에서 큰 이변은 없었다.

 

어제처럼 가로변에서 공사하는 분들께 인사해보기도 했지만,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올 뿐이었다.

 

아마도 찝찝하고 더워서 대꾸하기 힘들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갓길에 잠시 차를 대고 짐을 정돈하고 조이는 기사분이 계셔서 인사하고 같은 레퍼토리의 대화를 나눴다.

 

그러자 대단하다며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곤 다시 걷고 있을때, 아까 만났던 트럭 기사분이 지나가시면서 경적과 손을 흔들어 주셨다.

 

오늘의 딱 한 번의 기쁨.

 

날이 꾸리꾸리 해서 그런지 영 컨디션도 그렇고, 하루 종일 다운 되는 기분이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걷는 도중에 대단하다는 말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물론 이렇게 걷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굳굳이 해내며 살아가는 그런 사회인들이 더 대단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서로간에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니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심은 길에 있는 기사 식당에서 먹었는데, 오늘도 여김없이 제육볶음을 먹었다.

 

기사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나 있는 곳인지, 들어갔을때 마침 딱 한자리가 있었다.

 

가격은 좀 있지만, 이제껏 먹었던 기사 식당 중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사진을 찍지못해서 아쉽지만, 1인용 솥단지에 밥을 해서 갓지은게 막 나와서 보슬보슬하고 그 탄탄함이 느껴졌다.

 

제육볶음 또한 만만치 않았다. 너무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았다.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도 나지 않았고 밸런스가 확실하게 잡힌 완벽한 제육볶음이었다.

 

근방에서는 보기 힘든 큰 배낭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주인분께서 나름 이래저래 신경써 주실려고 하셨다.

 

반찬도 조금 더 가져다 주시고, 혹시 부족하면 말하라고 하시기도 했다. 물론 난 딱 주신 만큼이상 먹을 수 없어서 더 달라고 하지는 못했다.

 

마무리로 뜨끈한 솥에 누룽지를 딱 해먹으니 원기회복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배가 너무 빵빵해지는 바람에 바깥 테이블에 30분 정도 쉬었다 가야했다.

 

 

오는 길에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했다.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 커버만 씌우고 이동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넘어간 후에 뒤에서 큰 소음이 들렸다.

 

돌아서 보니 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우회전 하신건지 트럭에 실려있던 큰 철근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있었다.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사람 손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그냥 가던 길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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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군에 들어와서 찍은 사진)

 

증평에는 아쉽게도 찜질방이 없어서 여관이나 여인숙에 머물기로 했다.

 

가격이 아무래도 더 저렴한 여인숙에 들려보기로 했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고, 가격표에도 15000원이라 괜찮다 싶었다.

 

주인분은 꽤나 고령의 할머니셨는데, 고스톱인지 뭔지 아무튼 연습하고 계신듯 했다.

 

아무튼 하루 묵는데 얼마냐 물어보니, 20000원이라 해서 왜 가격이 다르냐고 물어봤다. 그건 옛날에 붙여 놓은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떼어놓던가 바꿔서 적어놔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 마음과 함께 가격을 지불하려하니, 학생이라서 할인해준다고 15000원만 달라고 하셨다.

 

바가지를 씌울려고 하신건지 아니면 진짜 할인 해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방안에 들어가 보니 그럭저럭 하루를 머물기에는 나쁘진 않았다.

 

짐을 풀고 아까 화장실에서 봤던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돌린 후에 잠시 밖으로 나가서 저녁거리를 사오기로 했다.

 

 

물건들을 사는데, 떡진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때문에 많이 부끄럽긴 했다. 

 

오는 길에는 큰 시장을 거쳐야만 했는데, 5일장인지 뭔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또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걸 보니 나름 신기하기도 했다.

 

이래서 시장에 오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블럭을 가니 여기는 완전 청소년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었다. 

 

뿌띠끄한 화장품 판매점과 PC방 노래방 맘스터치 유흥거리 등등.. 덕분에 재밌는 시내 구경이었다.

 

 

다시 여인숙에 도착해서 잠시 쉬고 있던 와중에 주인분께서 누가 세탁기를 돌리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셨다.

 

그래서 제가 돌렸다고 말씀을 드리니, 허락없이 세탁기를 돌리는게 어딨냐면서 다른 곳에선 이런짓 하지 말라며 혼내셨다.

 

처음에는 약간 어이없고 당혹스런 느낌이 들었다.

 

고작 세탁기 돌리는게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들어와 잘 생각해보니 엄연히 사유재산이고 너무 여행자의 마인드라 해야하나? 여행자면 모든게 면책받을 수 있는 그런 마인드가 잘못됬다는걸 깨달았다.

 

어찌되었던 정말 죄송하다며 7~8번 사과드렸지만 분이 쉽게 가시지는 않으셨던 모양이었다.

 

 

비록 내 잘못이지만 기분이 나빴다.

 

또 이런 일을 겪고나니, 많은 부모들이 사회에서 이런 수모와 치욕 기분 더러움을 미리 느껴봤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덜하게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명예 또는 돈을 벌도록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이런 일보다 더한 수모와 고통을 겪고있는 있는 부모 또는 모든 사회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참고 참고 죽을때까지 참아가며 이렇게 조금씩 성숙해지고 굳어져가는게 어른의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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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군에서 사진을 좀 많이 찍을껄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8개의 댓글

2019.08.10

세탁기는 주인이 언짢을만 하기는 하다만 5처넌 깎은거에서 삔또상해서 더 난리친거 아니냐 ㅠㅠ 글 잘보고 있다

1
2019.08.10

잘보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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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1

주인분이 확실히 예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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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1

다음은 청주인가

1
2019.08.20

잘 보고 있음ㅎ

 

기사 식당 이름 기억 나? 가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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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개드립꿀쨈

문X쉼터 기사님식당

X암쉼터

0
2019.08.20
@sjfhwisksk

센X쟁이

X스쟁이

 

고마워 알려줘서!!ㅎ

1
2019.08.20
@sjfhwisksk

청주에서 일하고 있는데

잘 가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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