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남성' 카르텔은 없다. by 박가분

'남성' 카르텔은 없다.

 

희한한 게 진짜 생각도 못했다가 버닝썬 사건은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강간문화(?)나 강간 판타지(?)가 발현된 사건이고

이를 통해 일상의 남성문화에 대한 죄의식(?) 주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접하게 됐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이걸 보고 무려 남성 전반이 공모하는 '카르텔'이라고 부른다.

아무말 대잔치에 준하는 퇴행적 조어능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는 남성 카르텔 프레임 아래서는 애초에 버닝썬 폭로 사태를 촉발한 폭행 피해자가 남성이었으며

단톡방 폭로자도 남성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남초 커뮤에서도 문제의 인물에 대한 높은 비난 여론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은 일찍부터 버닝썬과 공권력의 유착 관계를 의심해왔다.

만일 굳이 메갈식 남혐 프레임을 고수한다면 남성 카르텔보다는 '자적자(자지의 적은 자지)'라는 표현이 차라리 더 말이 될 지경이다.

이런 그들의 관심사는 애초부터 피해구제나 사안의 본질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막무가내식 남성혐오와 그와 결부된 개똥철학 설파이므로 이런 지적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친 김에 말하자면 지난날 양진호 회장에 대한 내부고발자도 남성이었다.

이때에도 남성 카르텔을 운운하는 작자들은 어떻게 하면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공익제보를 촉진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 기대도 안 한다.

 

한편 저들이 뭐라 떠들든 한 유력 언론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연예인 성접대 폭로 사건과 이번 버닝썬 폭로 사건의 본질은 똑같다.

돈과 권력으로 범죄를 은폐할 수 있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고 그것이 공분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추잡한 상상을 하거나 남들에게 공유하기 어려운 판타지를 품을 수 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전혀 범죄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심각한 범죄행위를 다수에게 과시적으로 공유하고 나아가 그것이 권력의 비호를 받는다고 자신하기까지는 여러 개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하다 못해 성도착증 범죄자들조차도 자신의 판타지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 '수치심' 때문에

단독범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프로파일링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이들과 달리 이번 권력형 범죄 비호 사건의 경우처럼 저토록 방약무인한 행동이 가능했던 데는

(유출된 단톡방 대화 일부에서 드러나듯이) '어떤 짓을 해도 돈과 권력이 나를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파장을 일으키는 추문의 핵심이다.

 

 

 

--

 

이후 해당 글이 조명되자, 추가로 페이스북에 적은 내용.

 

--

 

 

 

빌런은 빌런일뿐
- 젠더담론의 '타노스화'를 경계해야

 

 

 

글이 공유되면서 논점 파악하지 못한 채 부들거리는 거리는 불쌍한 가계정들을 위해.

부들 거릴 것 없다. 경험의 차이이라고 납득하면 된다.

경험을 하다 보면 다들 그렇겠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떤 생물학적 성별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환상이 없어진다.

나는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비열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평범한 남성들도 버닝썬 사건 때처럼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며 희희덕거리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나 역시 일부 그런 모습을 보며 남성 전체가 집단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굴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비열한 모습은 여성에게서도 나타난다.

나는 그들이 단톡방과 비밀 SNS 그룹을 만들어서 동성이든 이성이든 외모품평하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다가

피해자가 정신적 상담을 받아야 했던 사례를 알고 있다.

유명 여초커뮤에서 은밀하게 현실 연예인 대상의 포르노그래피적인 묘사가 담긴 창작물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것 역시 당사자에게는 엄연히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사회경험이 일천하고 SNS에서 정의로운 인간임을 인정받으려는 욕구에 허덕이는 사람일수록 특정 성에 대한 이상한 환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이런 일들이 내부에서 유출되고 수면 위에 올라오는 것은 이런 비열함이 사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비열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건전한 이성과 규범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혹은 모종의 이유로 그런 규범의 압력에 순응해서 내부고발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버닝썬 사태도, 양진호 회장 공익제보도 같은 사례이다.

 

아무리 비열한 인간들이 모여있는 집단이라도 그들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립되고 소수파가 되었다고 느낄수록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쉽다.

그런데 이 와중에 다수가 공유하는 규범과 이상을 재확인하기보다는, 인구의 절반의 가까운 집단에

'너도 똑같은 인간이 아니냐'고 손가락질하고 이들을 공범자와 동일선상에 놓는 담론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을뿐만 아니라

도대체 뭘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버닝썬 같은 권력형 범죄 및 범죄은폐 사건에서 이런 '평범한 악'의 모습을 주워담는 것은 본질을 완전히 놓친다.

그것은 마치 태움문화로 목숨을 잃은 일로 간호사 집단, 더 나아가 여초사회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사태의 핵심을 놓치는 태도이다.

핵심은 집단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이 자정될 수 있는 제도와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간호사 태움문화의 경우 근본적으로는 간호사에게 더 나은 근무여견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애초에 그런 제도와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

특히 돈과 권력이 자신을 보호한다고 믿을 때 남녀 누구라도 이성이 마비되기 쉽다.

정씨가 불법영상을 촬영하고 피해자의 모습을 전리품마냥 공유하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관건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핵심고리(가장 중요한 건 공권력과의 유착)를 끊어내는 데 역량과 지혜를 모으는 데 있다.

이미 지적했지만 남초커뮤는 이미 전부터 버닝썬과 공권력의 유착을 의심했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런 이들이 남성 카르텔의 공범자라고? 개소리 좀 그만.

 

이 간단한 논증이 이해가 되지 않고 여전히 남혐 물타기 못 잃어, 성대결 못 잃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야말로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진단하고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이단 심문관들도 그 정도 자기검열과 자기반성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SNS의 일부 찐X들의 주장이 오히려 특이한 소수의견임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내 제스처가 지나치게 오만하다? 그렇지 않다. 애초에 발전적 논의가 불가능한 소리를 배격하는 것 뿐이다.

인구의 절반이 범죄행위의 잠재적 공범자라는 궤변은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연대를 훼손하고,

마치 우주의 존재자 절반이 사라져야 한다는 타노스와 그를 막으려는 히어로들 간의 대립처럼 귀결될 뿐이다.

애초에 이들 사이에는 논의가 불가능하다. 장르영화로는 흥미로운 서사일지는 몰라도 현실사회에서는 불모의 결과를 낳는다.

가만히 보면 SNS에서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걸 인정 받고 싶은 찐들은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근거로 사회 전체를 정화해야 한다는 일부 히어로 영화 빌런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부분과 전체를 동일시하는 식의 윤리적 궤변에 의존한다.

물론 (궁극의 pc忠이라고 생각되는) 타노스처럼 궤변도 우주급 스케일이 되면 박력이 있고 캐릭터에 카리스마를 부여한다.

하지만 현실의 타노스 워너비들은 이보다 비루하다.

그럼에도 젠더담론의 타노스화를 경계해야 한다. 빌런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결과는 다수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문은 아래에서 볼 수 있음.

 

 

https://www.facebook.com/wonik.park.5/posts/2206399659417257

 
 

22개의 댓글

sh9
2019.03.15

아래 어디서봄?

 

0
2019.03.15
@sh9

페북 퍼가기로 해놨더니 개드립에선 안뜨넹

링크로 대체시켜놓음

1
2019.03.15

글은 잘써 ㅋㅋㅋ

0
2019.03.15

전문 어디서 볼 수 있을까?

0
2019.03.15

그 분들 중에 탈코한답시고 빡빡머리가 많았던 건 사실 타노스 워너비였기 때문이었나

0
2019.03.15

배운사람이 쓰니까 다르긴 다르다

0
2019.03.15

정의당의 희망

0

여윽시 병신학의 권위자 박가분 센세

0
2019.03.15

박가분 글 중에서도 역대급이네 이건

0
2019.03.15

남성만큼 서로 킬각 재는 집단이 어딛나 ㅋ

0
2019.03.15

구구절절 맞는말

0
2019.03.15

0
2019.03.15

남성약물카르텔

0
2019.03.16

지금까지 글을 찾아본적은 없는데 인터넷 젊은층 입맛에 맞게 저렴하고 친숙한 표현들 쓰면서도 할 말은 콕콕 집어 다 하시네ㅋㅋㅋ

0
2019.03.16

글 참 읽기 쉽게 썼다.

잘 읽히네

가장 공감 가는 내용이 남초 커뮤에서는 이 사태에 대해 진상규명을 원하지 숨기거나 쉴드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부분

개드립만 해도 남자유저가 많은데 버닝쉴드치는 개붕이 본적이 없음 오히려 진짜 배후가 누구냐 철저하게 파해쳐야한다는 말들이 압도적

근데 무슨 남성카르텔인데

0
2019.03.16

거봐 페미니즘 빨던 남자들도 대갈통 달렸으면 돌아오게 되어있다니까

0
2019.03.16

페미들 대부분은 저 말 전혀 이해 못함

이해하는 일부도 핵심을 비켜나가 박가분을 젠더 권력에 취해 카르텔을 옹호하는 한남충으로 매도하고 욕할수밖에 없음

왜냐하면 페미에게는 남성 카르텔이라는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니까

0
2019.03.16

진짜 병신분석학 전문가ㅋㅋㅋㅋㅋ 하고싶은말 깔끔하게해주네

0
2019.03.16

피타고라스 정리도 모르고 6.25가 뭔지도 모르는 새끼들이 태반이라서

 

페미들이 본문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0
2019.03.19

병신학갑ㅋㅋㅋㅋ

0
2019.03.19

인터넷 곤충학의 창시자 박브르 센세...

0

아무리 말을 해줘도 그들은 모른답니다 ㅜ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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