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메일을 보내요


1

저는 치이 라고 하는 고양이에요.
메일이란 걸 보내면 소식을 전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제발 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부탁 합니다.





4

>>1

그런 거 보단 우리 집에 와라.
귀여워 해줄테니까.




8

무릎위에 올려와도 좋아.




9

목언저리를 간질걸려서 가릉 가릉 소리내게 하고 싶다.




10

>>4씨

치이는 사람 눈에 안 보이는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요?




12

사실은 숫고양이 인거지?




14

>>8

좋아하는 사람 무릎 위에 올라가는 거 정말 좋아해요.

>>9

목 만져주는 것도 좋아해요. 그런데 지금은 만질 수 없을 거에요.

>>12

치이는 여자애에요.
같이 사는 고양이 나비는 남자애구요.




15

이 아침부터 무슨 바보짓이야, 너희들.




17

아...위험해.
나 이런 거 진짜 좋아한다구.




2

>> 15

치이는 머리가 안 좋아요.
그래서 메일 보내는 법도 몰라요.
메일 보내고 싶어요. 누가 좀 가르쳐 주세요.


>>17

좋은 건가요?
고마워요.
치이도 당신이 좋아질 거 같아요.





35

치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48

>>35

치이는 집에 있어요. 오빠랑 언니네 집.
오빠랑 언니랑 나비랑 함께 살고 있어요.
하지만 어째선지 오빠랑 언니한테 내가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오빠랑 언니한테 메일을 보내고 싶어요.





40

여기는 어떻게 왔어?




48

>>4

메일을 보내고 싶어서 컴퓨터를 두드리다가 여기로 왔어요.




69

오빠랑 언니한테 나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뭐야?




70

사람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먹이 같은 건 어떻게 해결했어?




73

>>69

어째서인지 치이도 몰라요.
그러니까 메일을 보내고 싶어요.
나비한테는 내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요.
가끔 나비랑 같이 놀기도 하는데,
언니는 나비 혼자 노는 것처럼 보이는 거 같아요.


>>70

밥 말인가요?
밥은 나비가 나누어줬어요.
하지만 안먹어도 배 안고프니까 괜찮다고 했어요.
나비는 통조림 좋아하니까,
양껏 먹는 걸 보고 있으면 나도 기뻐요.





76

이 스레 뭔가 미스테리어스~ www




80

>>76

치이는 그런 말 몰라요.
이상하게 몸이 나른해서 누워 있었는데
어느샌가 나른한 느낌도 없고, 배도 안고파졌어요.
하지만 언니랑 오빠가 날 보지 못하게 됐어요.
그 때 언니랑 오빠가 엄청 울었어요.
울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고양이니까 말할 수 없었어요.
평소처럼 쓰다듬어 주지 않아서 외로워요.
보이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81

아....간신히 이해했다.
누가 메일 쓰는 방법 가르쳐 줘라.
난 눈물 때문에 앞이 안보여.




82

>>81

아직 일러....




83

>>82

뭐가 이른 거에요?
치이는 빨리 메일 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81

울지 말아요.
언니, 오빠가 우는 걸 봤을 때 치이도 엄청 슬펐어요.
사람이 우는 걸 보면 고양이도 슬픕니다.





84

치이는 컴퓨터 쓸 수 있는 거야? 지금 누구 컴퓨터 쓰는 중?




85

>>84

잘 모르지만 언니, 오빠 눈에 띄지 않게 된 이후
이걸 쓰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언니처럼 달칵 달칵 소리를 내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어요.

이건 언니가 자주 쓰는 거에요.




89

치이는 누구한테 메일을 보내고 싶은 거야?





93

>>89

언니입니다.
언니는 저랑 자주 놀아줬어요.





92

메일로 남길 문장은 생각해놨어?





100

>>92

내가 안보이게 됐다고 울었던 거.
그리고 내가 나른해할 때 언니, 오빠가 걱정해준 거.
이제 나른하지 않다는 거.





105

치이는 좋은 애구나.




109

>>105

치이는 좋은 애가 아니에요.
끙아를 아무데나 해서 언니한테 꾸중 들을 때가 많았는 걸요.
하지만 나른해졌을 때도 실수했는데 야단맞지 않았어요. 
어째서일까요.





108

메모장에 메세지를 남긴 채 놔두면 알아차리지 않을까?




112

>>108

그거 좋은 생각인데, 메모장에 글자를 적은 다음
바탕 화면에 놔두는 거야.




119

>>112

그래도 되나요?
한번 해볼께요.





121

힘내라....내 눈물샘은 이미...윽....




123

>>121

고마워요.
치이 힘낼께요.





127

지금 편지 쓰는 중?




128

>>127

글자 남겼어요.
제대로 적었는지 한번 봐주세요.






129

언니, 오빠한테.

치이입니다.
사실을 메일을 쓰고 싶었지만.
메일 쓰는 법을 모르니까 여기에 씁니다.
빨리 알아채주면 좋을텐데.

치이가 언니, 오빠한테 보이지 않게 됐을 때
두 사람이 언제나 울기만 해서 외로웠어요.
치이는 여기 있어요~ 하고 열심히 불렀지만
알아채주지 않아서 외로웠어요.
미움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치이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치이가 보이지 않는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치이가 보이지 않아서 언니. 오빠가 울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치이도 외롭지만, 언니랑 오빠가 울고 있는 걸 보니 더 괴로워보였어요.
치이는 너무 슬퍼요. 그러니까 울지 말아요.





130

예전에는 나른하고 괴로웠지만
이젠 괴롭지 않아요. 건강합니다.
배가 아야, 했던 것도 이젠 괜찮아요.
약 먹었기 때문이겠죠?
약 먹기 싫어해서 미안해요.
밥 안먹어서 걱정 끼친 거 미안해요.
치이는 정말 건강해졌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치이는 이제 반짝 반짝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지 않으면 안되요.
절 데리러 온 뚱뚱한 고양이가 알려줬어요.
빛이 있는 곳에 가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고양이가 많이 있대요.
거긴 따뜻하고 밥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친구도 많이 있는 좋은 곳이래요.
치이도 거기에 갈 거에요.
거기서 언니랑 오빠가 마중나오는 걸 기다릴 거에요.






131

이제 울지 말아요.
치이는 모두가 오는 걸 친구들과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치이는 괴롭지 않으니까.

치이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다시 또 봐요.


치이가.
 


이걸로 괜찮을까요?






132

...미안...눈물 때문에 모니터가 안 보인다...




133

>>132

울지 말아요.
치이도 울고 싶어져요.





134

그걸로 좋아. 그런데 진짜 그쪽으로 가야 되는 거야?




136

>>134

뚱뚱한 고양이가 그게 규칙이라고 알려줬어요.
그런데 이렇게 뚱뚱하면서 어떻게 날 수 있는지 궁금해요.





135

진심으로 울고 싶어졌다.....





137

난 지금 울고 있는데...




139

바탕화면에 놔두면 금방 찾아낼 거야...




142

얼굴 위로 뜨거운 물이 흐르는 느낌에
난 아직 그렇게 더러워지 않았구나...하는 걸 느꼈다.




152

뚱뚱이 고양이가 이제 슬슬 가야될 시간이래요.
언니가 제가 쓴 걸 찾아내는 걸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거 같네요.





153

안돼!! 계속 여기 있어!!




154

가야 된데요. 미안해요.

여러 가지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언니, 오빠. 날 귀여워해줘서 고마워요.

글 남기는 방법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모두, 모두 고마워요.

 



157

잠깐만!! 좀 더 있다가 가!!




159

처음에는 장나이었는데...
이젠 가지 말아줬으면 해.




161

진짜 갈 거야.....?




162

치이는 이만 갈께요.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모두 정말 좋아해요.
그럼 안녕~

 

 

 

제목보고 가족한테 문자 보내는건줄 알았는데 아니네

<script src="http://vip2ch.tistory.com/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http://s1.daucdn.net/cfs.tistory/v/0/blog/plugins/CallBack/callback&id=1132&callbackId=vip2chtistorycom11322627&destDocId=callbacknestvip2chtistorycom11322627&host=http://vip2ch.tistory.com&float=left&random=334"></script>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13 [감동] 내 13년도 JSA공동경비구역 군생활 35 기분이이상해요 24 2024.04.05
512 [감동] 중국에서 겪은 인간의 아름다움 48 골방철학가 36 2024.02.21
511 [감동] 불행에 익숙해지면 3 호조지망생 3 2023.11.29
510 [감동]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관련... 8 세움의중요성 2 2023.04.11
509 [감동] (긴글주의) 오랜만에 예전 여자친구 사진을 봤다. 23 훈다킨데 27 2023.03.29
508 [감동] 사람 일 모른다 (feat. 더글로리) 5 김비밀 5 2023.03.11
507 [감동] 인생에 있어 무언갈 놓치고 있다고 생각이 될때 6 사랑하는아버지 8 2023.02.15
506 [감동] 어른스러운 생각 꼬깔꼬깔대작전 1 2023.01.04
505 [감동] 여행중에 목숨구한 소방관 2 이바닥의 5 2022.10.02
504 [감동] 오징어 게임 심리학 5 나라라호떡 0 2022.09.19
503 [감동] [고전]여자친구가 이발하라고 만원을 쥐어주던데. 9 우당탕탕탕슉 2 2022.08.22
502 [감동] 반 학생에게 크게 배웠던 경험 34 팡팡팡팡팡팡 75 2022.08.05
501 [감동] 부잣집 아가씨 만난 썰 - 1 14 DeusExMachina 5 2022.07.20
500 [감동] 4번의 실패와 취향찾기 8 아이스아프리카노 11 2021.12.12
499 [감동] 어느 카페 알바 이야기 8 아이스아프리카노 18 2021.12.10
498 [감동] 자작시 3편 읽어볼래? 17 번째 헬반도환생 4 2021.11.26
497 [감동] 엄마 생각나서 쓰는 글 8 일간주간월간 1 2021.06.03
496 [감동] 군대에서 읽은 책들 37 김산소 3 2021.03.31
495 [감동] 오늘읽은책ㅡ 냉정과열정사이blu 29 프린이 0 2021.03.31
494 [감동] 수필) 꽉찬냄비 아무도안물어봤지... 5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