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지방잡학자의 항변] 뉴턴주의 과학의 이해 3. 뉴턴주의 과학의 분석: 전자기학, 화학양론, 멘델유전학

뉴턴역학과 같이, 법칙과 원리에 입각하여 현상을 분석하는 과학 이론은 상당히 많지만, 그것들의 기본 구조는 다 같다. 그래서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I. 전자기학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전자기학은 맥스웰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네 개의 법칙에 기반한다.

CodeCogsEqn.gif


이 네 개의 법칙은 (가우스의 법칙을 제외하고) 각 법칙의 발견자들이 실험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다. 각각의 법칙은 가장 단순화된 전자기 현상들―정적인 전하와 전기장, 정적인 자기장,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기장, 전류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장―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여 얻은 결론이다. 즉, 이것들은 각각의 상황에 대해 가장 간단한 자연의 규칙이며, 따라서 법칙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 전자기 현상을 기술할 때, (누구나 다 전자기학을 공부할 때 그렇듯이) 이 방정식들과 적당한 조건들을 줘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러한 방정식을 풀어서 해를 얻는 것 자체가 뉴턴이 말하는 "종합"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장 단순화된 저런 법칙들과 몇 가지 조건들을 이용해서 해를 얻기 때문이다.


참고로, 저 방정식을 발산 정리와 스토크스 정리를 이용하면, 전자기장의 대칭성이 더 잘 드러난다. 이 대칭성을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이론이 전자기장론이다. 전자기장론의 대칭성은 아인슈타인에게 큰 영감을 주었지만, 또 상대론적인 이론으로 먼저 탈바꿈했던 이론도 바로 전자기장론이다. 전자기장론의 대칭성은 맥스웰 방정식을 분석하여 얻은 사실이고, 이를 다시 상대론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것도 뉴턴이 말하는 "분석"이다. 이는 상대론적인 형태가 보다 보편적이기 때문이며, 비상대론적인 형태는 뉴턴 극한을 주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II. 화학양론


물리학의 놀라운 이론들과 달리, 화학과 생물학은 그렇게 놀라운 이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런 분야에도 나름대로 뉴턴주의적인 이론이 있으며, 그래서 여기서 언급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 이론만큼 뭔가 강력하고 놀라운 건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화학양론은 양적 성질들의 변환과 화학반응식의 계산에 관한 이론이다. 고등학생 때 화학 시간마다 화학반응식 완성하는 게 다 화학양론이다. 화학양론의 기본적인 법칙은 아래와 같다.


 (1) 질량 보존의 법칙 : 화학반응 전후의 질량은 항상 같다.

 (2) 일정 성분비의 법칙 : 어떤 화합물에 대하여, 그것을 이루는 원소들의 질량비는 항상 같다.

 (3) 배수 비례의 법칙 : 같은 원소로 이루어진 다른 화합물의 원소 질량비는 서로 다르다.


사실, 화학양론은 뉴턴역학의 영향 아래 생겨났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 전후 시기를 살았고, 일정 성분비의 법칙을 발견한 프루스트와 배수 비례의 법칙을 발견한 돌턴 역시 뉴턴역학이 모든 과학 이론의 이상이었던 18세기와 19세기에 살았다. 질량 보존의 법칙과 일정 성분비의 법칙은 라부아지에와 프루스트의 실험에서 얻은 결론인데, 이는 이 둘이 다양한 화학반응을 분석하여 얻은 것이다. 이들이 뉴턴의 것과 조금 다른 것은 약간 통계적인 방법을 썼다는 데 있다.

배수 비례의 법칙은 돌턴이 경험적으로 얻은 사실인데, 이는 실험적으로 얻은 것과 별개이다. 다양한 물질들을 분석하면서, 서로 다른 원소 질량비를 갖는 다른 물질들은 서로 다른 화학적 성질을 보인다는 걸 법칙으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상으로부터 얻은 보편적 사실이며, 따라서 이것들을 종합하면 당연히 화학반응을 기술할 수 있다.


III. 멘델유전학


생물학에는 뉴턴역학처럼 어떤 법칙에 기초하여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게 바로 이 멘델유전학인데, 사실, 멘델 자신이 이 이론을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멘델의 논문 출판과 재발견 이후, 토머스 모건에 이르는 전달유전학자들이 이 이론을 법칙화하고 완성시켰다.


누구나 다 아는 멘델의 유전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우열의 법칙 : 다른 표현형의 두 순종을 교배했을 때, 그 자손은 우성 형질만을 보인다.

(2) 분리의 법칙 : 같은 표현형의 두 잡종을 교배했을 때, 우성 형질과 열성 형질은 3:1로 분리된다.

(3) 독립의 법칙 : 서로 다른 형질의 유전은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사실, 셋 모두 보다 보편적인 사실에서 유도될 수 있지만, 순수하게 형질의 전달 현상만을 놓고 따지자면, 유전의 법칙은 현상으로부터 얻어지는 명제임이 틀림없다. (멘델은 이걸 설명하려고 일부러 "인자"를 도입하였고, 나중에 이것이 "유전자"가 되었다.) 여기서 분명하게 말할 사실이 하나 있는데, 전달유전학은 유전자가 어쩌고 하는 학문이 아니다. 전달유전학은 형질의 유전적 전달에 관한 학문이며, 그래서 왜 저런 법칙을 따르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그런 걸 따지는 것은 본래 발생학에서 다룬다.)

멘델의 논문에서는 위의 세 사실이 언급되기는 한다. 이는 멘델이 완두콩 실험으로 직접 통계적으로 얻은 결론이며, 그 자신은 유전 현상을 좀 더 단순한 현상으로 나누지 않았지만, 그 사실은 분명히 현상에서 얻어낸 것이다. 거꾸로, 우리가 어떤 유전 현상을 기술할 때, 이것을 적당한 조건들과 잘 조합하면 그것을 기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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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탄신일 기념 프린피키아 정신을 3부작으로 나눠 올렸습니다 ㅎㅎ 만약 부족하거나 과학적 궁금증이 있으신 분은 질문을 보내주심 대답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다음엔 사회과학이나 다른 철학적 잡변을 가져오겠습니다.



2개의 댓글

2018.01.02
맨델의 '인자'는 가상의 개념이었다는 거지?
0
2018.01.02
@시카다
원래는 가설로만 두고 증명은 후에 있었던일이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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