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시 - 온기

날 보면 왜 그렇게나 좋아했는지 

자기의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 

내 모든 말들에 경청했는지 

 

당신이 지겨워져도 

 

무언가 필요할 때만 

외롭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을 때만 

시답지 않은 고민을 털어놓고 싶을 때만 

 

당신에게 진심인 척 연기했었다. 

 

알았겠지. 느꼈겠지. 

하지만 내게 티를 내지 않았다. 

그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도 사랑이었음을.

 

이 탄식을 그대로부터 했었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그대의 행동들이 

다 고의였음을 이 낙엽 하나만큼 이라도 알았으면 

 

너에게 받은걸 지금 다른 이에게 하며 

무심코 넘겼던 그대의 베풂들을 떠올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수많은 시간 기억나지 않는 대부분을 그리려 할수록 

바보같이 웃는 네 표정만 익숙히 떠오른다. 

 

지금 이대로 다른 이를 일방적으로 연모하기엔 

가엾은 그댈 차갑게 버렸던 아픔을 내가 느끼기엔 

한없이 겁나고 두려워 누군가에게 온기를 베풀 수 없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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