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새뮤얼

1화. 사건 http://www.dogdrip.net/52116221
2화. 라디오 http://www.dogdrip.net/52285663
3화. 알려진 비극 http://www.dogdrip.net/52457975


4화. 새뮤얼


나는,  미카에라 변방지역에서 사냥꾼의 일곱번째 아들로 태어났지... 피임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기도 하고, 시골지역이라는 곳이 으레 그렇듯 자식은 항상 많을수록 좋았어….. 특히 아들이라면 더 좋았고, 행운을 상징하는 7번째 자식이라 그런지 아버지는 나를 특별히 여기셨지....


나는 작고 왜소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나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어...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것은 내 큰 덩치와는 맞지 않았지. 자연히 나는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사냥을 배웠고, 고된 일인 만큼 많이 먹었고, 많이 먹는 만큼 키도 금방 크고 근육도 금방금방 붙었어... 크고 힘이 세다는 것은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미덕이지. 자연히 이집저집의 큰일들을 도우며 나는 그 지역의 기대주로 자랐단 말야….


내가 17살이 되었을 무렵, 큰 전란이 벌어졌어.. 기억나? 그 당시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우리 지역과는 전혀 상관 없는 내전이었지... 왜 그.. 사마리움 수입관세 철폐 때문에.. 사마리움을 팔지 못하면 못 살았던.. 서부 주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독립을 선포했던 그 사건 있잖아..


동부 출신인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서부 지방정부들은 필사적이었어.. 주 방위군들도 모자라 경찰병력까지 동원될 정도로 말이지.. 그렇게 경찰병력까지 차출한 덕분에... 서부는 치안에 공백을 겪을 수 밖에 없었어.... 그래서 서부 주 연합 정부는 치안의 공백을 용병에게 치안권을 줌으로써 해결하려고 했지.... 밑겨져?... 정말 최악의 발상이지... 용병들은 치안권이라는 명목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범죄자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약탈을 일삼았고, 전쟁에 혈안이 된 서부 주 연합은 변방지역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어...


내가 자란 마을도 상황은 비슷했어.... 상황이 뒤숭숭하게 돌아갔고, 마을 사람들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흉흉한 소식과 피난민 행렬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에 살아야 했지...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아버지는... 촌장의 부탁을 받고.. 용병단의 침입을 대비해 이곳저곳에 함정과 장애물들을 설치했어... 그 일을 도우면서, 아버지는 개척시대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지…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마적들에게 잃고, 불타고 약탈당한 농장을 버리고 자경단에 들어가셨다. 마적떼가 사라지고 나서는 사냥꾼이 되셨다.. 뭐 이런 얘기들..?


용병단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  함정과 장애물 사이에서 헤매는 용병단들은 저격수였던 아버지에게 손쉬운 먹잇감이었지... 상대적으로 사격에 능숙하지 못했던 나는 최대한 아버지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적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맡았어... 정돈된 전술이 없었던 용병단들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지.... 그들은 겁없는 어린 늑대들과 같이 맹렬히 달려들었고, 하룻강아지처럼 죽어나갔어....


그러던 어느 날, 백여명이 넘는 용병단이 나타났어.... 나와 아버지는 다른 용병단들이 으레 그렇게 했듯, 침입자들을 죽여나갔지.... 30명 정도 되는 용병들을 죽이자, 나머지가 퇴각했어.... 그 날 밤, 불침번을 섰던 마을 주민 하나가 용병단 동태가 이상하다는 말을 했지.

그 다음 날도 여느 날처럼 용병놈들은 쳐들어왔고 아버지는 준비된 저격장소에서 그들을 죽여나갔지... 그날이 여느 날과 달랐던 건…. 그들은 기만당하지 않았고 정확히 저격장소를 찾아냈었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의미 없이 잃은 병력 때문에 용병단에 반란이 일어났고.. 반란이 일어났을 때 그 용병단의 우두머리가 된 건… 그 ’조'였지.. 알지?  나와 아버지는 그대로 사로잡혔지... 나는 죽음 대신 용병단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고, 아버지는… 나 대신 죽음을 택하셨어………


“그...런데 지금... 그... 이야기를 왜... 하는….건가?”

“그...러니까… 내 말은… 일이 잘 풀리고… 승...승장구..할때...끆…”


풀리는 정신을 다잡은 새뮤얼이 애써서 말을 이었다.


“일이 잘못된다는...거지….”

“무슨.. 일… 있었나?”

“빌어먹을… 레릭...”

“왜?”

“내 선주님…. 요운… 하에…는…. 망해가는… 내 인생을 다시 붙잡아 주셨지..”

“그래… 그 전쟁 때…. 넌.. 정말…. 흐읍…푸하...”


레릭이라는 중늙은이 흑인은 폐가 살에 파묻혀 숨쉬기가 힘든 듯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고, 그 모습을 풀려가는 눈으로 지켜보던 새뮤얼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말쑥한 차림새의 악마였지만.. 나에겐… 구세주였어…”

“흡… 이 더러운 흑인….푸하… 주제에 그만큼 사는 것도… 흐읍...푸하…”

“맞아…”

“난… 작은 주인님을… 지켜줘야 했어…”


새뮤얼은 잔을 채우고 말을 이었다.


“그 빌어먹을… 라디오가.. 모든 걸 망쳤지…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고… 통제할 수도 없었어…. 비온? 인가 하는 작자는…. 우리를 맹폭했지.. 이해는 가… 그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키울.. 방법으로.. 우리를 공개처형하는.. 방법을 선택했지… 우리가 손 써놓은 정부 관료들은 죄다 멍청이들이었어… 물론.. 그러니.. 그 작은 돈으로도.. 매수되었겠지만.. 그.. 병신들은.. 젠장..”


레릭은 엎어져 자고 있었고, 새뮤얼은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르는 말을 계속 내뱉었다.


“선거를 앞두고… 미쳐 날뛰는 여론은… 그 고삐를 쥐고 영광의 장미를 얻으려는.. 투우사들에게.. 매혹적인 대상이지…. 모든 게… 최악을 가리키고 있어… 메소의.. 영광은.. 저물고.. 말..거야… 빌어먹을..”


그렇게 말하고, 가물가물하던 태양이 지듯. 새뮤얼의 정신도 저물었다.


                                    #                                   #                                   #


아세오르는 역사적으로 자원보다는 학문으로 발전한 나라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큰 가치를 둔다. 예로부터 성공의 수단으로서 교육, 학습은 아세오르 사람들에겐 유일무이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때문에, 공직자와 같은 핵심 인재들은 무엇보다도 시험으로 선발되는것을 오랫동안 원칙으로 해 왔다. 그 중에서도 수사국은 아세오르의 상위 3% 엘리트만이 합격한다는, 국가고시 중 최고난이도를 자랑하는 집행고시의 합격자들만이 재직할 수 있는 핵심 사법집행기관이다.


때문에 수사국에서도 최고위직인 수사국장은 아세오르에서 엄청난 권력과 힘을 가진다. 입헌군주국인 아세오르에서 고위직은 대부분이 간접선거나마 선출직으로 이루어진 반면, 수사국장만큼은 선출직이 아닌 왕의 임명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세오르 사람들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수사국 다닐 정도면 우리가 왈가왈부 할 만큼 만만한 사람들은 아니지.’ 라며 사람들은 수사국 운영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


새뮤얼은 수사국장실의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수사국장님,”

“들어오시게.”


고급 목재로 만든 수사국장실은 목재의 질만큼이나 세련되고 정중하게 열렸고, 경첩마저 문의 육중함과는 상관없이 조용했다. 고풍스러운 책장과 책상, 소파와 테이블이 그 방의 주인의 권력과 위치를 상징하듯 유려하게 어울렸다. 심지어 큰 키와 탄탄한 체구를 가진 그 방의 주인의 겉모습 또한 그 자신의 위치와 적절하게 어울렸다. 새뮤얼은 그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국장님,”

“그래, 잘 지내셨나?”

“...아시지 않습니까.”

“허허… 내가 실언을 했군, 무슨 용무인지는 알 것 같네.”

“여론이 나쁜 것은 알고 있습니다.”

“선거도 다가오네.”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죽었지 않는가.”

“그냥 사고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그냥 실수였을 뿐입니다.”

“유권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유권자들은… 라디오에 춤추는 꼭두각시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선거에서만큼은 그들이 줄을 당기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먼저 입을 뗀 것은 새뮤얼이었다.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자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일세.”

“42실은 달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정치국을 선택하시는 겁니까?”


수사국장 채드 이돈(Chad Edogn)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뮤얼은 대답을 들은 것만 같았다.


“42실에서는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자네의 뜻이 42실의 뜻은 아니네.”


새뮤얼은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아니, 애초부터 오늘은 협상의 날이 아니라 통보의 날이었다.


마지막 희망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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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time no see

1개의 댓글

2014.07.23
올만에 올라왔네, 명줄 끊긴 줄.

아세오르는 애들 야자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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