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이 서른. 옛날을 회상해본다.

우리집은 유명한 부촌의 반지하 셋방에 살았다.


셋집과 주인집 자식들이 같이다니는 초등학교는 어린나에게조차 돈의 힘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아직 학교에 급식시설이 없엇던 초등학교 3학년때 딱히 내 반찬이 뭔진 기억이 나진 않지만, 친구가 싸온 줄줄이 소세지는 아직도 생각난다.


반찬통에 케챱을 싸온 친구가 젓가락을 통에 넣더니 케챱속에서 소세지를 꺼내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당시에 학교에서 식생활일기를 쓰게해서 아직도 당시에 내가 뭘 먹었는지 일기장으로 가지고있다. 당시의 나는 오이소박이를 가장좋아했었다. 


물론 소세지나 햄같은것도 좋아했겠지만 당시엔 먹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부족한 형편에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기때문에 학교에 돌아오면 여동생과 함께 엄마가 돌아오는 일곱시까지 기다려야했다.


출출할때면 식빵에 케챱이나 마요네즈를 뿌려서 반 접어 먹곤했다.


헨드폰도 없었던 때였다. TV에서 하는 만화가 끝나고 밖이 어두워지는데 엄마가 안올때면 거실에 밥상을 놓고 얇은 철과 뾱뾱이같은 유리로된 현관문에서 기다리곤 했다.


초등학교6학년땐 게임사러 용산에도가고. 우표구경하러 종로에있는 중앙우체국도 자주갔다. 당연히 헨드폰은 없었다.


버스로 30분가야할 거리를 걸어서 사촌동생네 집에도 자주놀러갔었고. 자전거를 타고 탄천을통해 한강도 친구들이랑 자주다녔었다.


이 모두를 초등학교때 했었다.



중학교 2학년 여름 장마가 왔다.


비가 너무많이와서 반지하인 우리집에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왓다.


엄마 아빠는 필사적으로 물을 바가지로 퍼냈었지만 부질없다는걸 알고있었을 것이다. 중학생인 나도 아는사실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저 처한 상황에 대한 화풀이를 물퍼올리는것으로 대신한게 아닌가 싶다. 


나와 동생년은 각자의 귀중품을 챙겨서 외삼촌네 집으로 피난을 갔다. 나는 초등학교6학년 인생의 전부였던 우표책 들고갔다.


우산으론 우표책만 가리고 홀딱젖은몸으로 사촌동생네집에 가던 그 습하고 꽉막힌 버스안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촌동생네집에 가는 한시간정도의 짧은시간동안 센달에서 빗물과함께 걸리적거리던 알수없는 도시모래알갱이의 느낌이후로 센달은 신지않는다.



누워서 왕좌의 게임을 보다가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여먹으려는데 남은 냄비가 없어 베란다에 가보니 어머니가 어제아침에 했던 감자국이 있었다.

감자국도 거의없길래 싱크대에 버렸는데 버리는 그 짧은시간동안 갑자기 뭔가 꽝하고 옛날을 떠올리게 했다.

해서 진라면 순한맛을 김치와함께 먹으며 옜날생각을 했다. 다먹고서 이렇게 글을 쓴다.

2개의 댓글

2014.07.01
중학교떄쓰던 학생토큰
그이전에 부모님이쓰던 버스토큰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TV에서 앞으로 버스는 카드로 탈수있게 될거라고 방송했던기억.
대전엑스포에 가본적도 없지만 나도 가봣다고 거짓말햇던기억.
음...지금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 난 거짓말을 밥먹듯이헀었네.
어릴때였던 초등학교때가 대학생때보다 더 돈이없어서 쪽팔려했었다.
사촌동생이 외숙모한테 나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는걸 외숙모가 엄마에게 전화로 말하는걸 엿듣고
그이후론 거짓말을 많이 안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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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경험특유의 향이라하나 물씬 느껴져서 좋았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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