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사건


1화. 사건


는 금숟갈을 물고 태어났다. 요운가에 태어나는 것은 그런 것이다. 모든 이의 시기와 선망을 한자리에 받는 것. 나는 어렸을 적부터 매우 귀한 몸이었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나의 아버지, 요운 하에(Yoaun Haeh)는 사업가셨다. 메소라는 기업을 이끄셨고, 수도 엘 수(El Sou)의 한복판에 로이바스라는 큰 교회를 소유하셨다. 이제는 모두 내 이름으로 되어있다. 작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세오르(Aceor)에서 유력가문의 자제로 산다는 건 좋은 일이다. 작은 나라지만 발달한 마도공학 덕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아세오르의 수도 엘 수는 대국 미카에라(Micaera)의 수도인 르 예웡크(Ry-ewonk)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생활 수준을 자랑한다. 작은 땅덩어리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마도공학의 산물들은 극도로 양극화된 사회를 충분히 감출 만큼 화려하며, 화려한 도시에서 풍족한 삶을 산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다.


화려한 삶에 비해서 이 나라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사회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아버지는 항상 뉴스를 보시며 저런 건 다 패배자의 아우성이라고 하셨다. 항상 아버지는 나에게 거인이 되라 하셨다.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거대해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커도 한 사람은 두 발로 밖에 세상을 밟지 못하니, 네 발 밑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날카로운 지성을 가져야 한다.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배우라 하셨다. 학교는 내 실습터였고, 나는 충분한 사람을 만나며 아버지가 배우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아 갈 그런 무렵이었다.


내 나이 19세, 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아무리 거인이라 해도 내부의 질병은 막지 못하셨다. 수 많은 돈과 노력도 거장이 쓰러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내 손을 잡고 말하셨다. “너의 삶은 준비되었다. 누리려무나 아들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는 내게 제국을 물려주셨다. 아버지가 내게 무엇을 물려주셨는지 헤아리는 것만 2년이 걸렸다.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데 또 2년이 걸렸다. 다행히 아버지가 물려주신 내 머리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많은 사람을 곁에 두고 있었지만, 핵심적인 수하는 항상 비주류에 속하는 인사를 데리고 계셨다.


어린 시절, 친구네 집에 있었던 키 크고 멋진 백인 집사가 부러웠던 나는 아버지에게 왜 우리 집은 검고 못생긴 흑인 집사장을 쓰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결함이 있는 사람 뿐이란다.”


어렸을 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왜 아버지가 내게 새뮤얼을 물려주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새뮤얼은 누구보다 현명하다. 보수적인 아세오르에서, 유력 가문의 집사장 중 흑인 집사장은 새뮤얼이 유일하다. 25년 전, 아친(Achin)-아세오르 전쟁 때 새뮤얼은 아친 소속 용병으로 아세오르 땅을 밟았다. 아세오르-미카에라 연합군은 아친군을 패퇴시켰고, 포로가 된 새뮤얼은 국제 용병조약에 의해 제3국으로 추방조치 되기 위해 머나먼 불모지 에아시프(Aarcif)로 가는 배에 실리게 되었고, 그 당시 젊은 선주였던 아버지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새뮤얼을 심복으로 거뒀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에아시프 대륙에서 나룻배로 해적질을 할 지, 원양선 선주의 비서를 할 지 누군가 묻는다면, 전자를 택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선택지가 여러 개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정해진 답은 항상 하나였다.


그런 새뮤얼이 지금 방문을 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방문을 열었다는 것은 할 말이 있다는 것인데, 항상 현명했던 새뮤얼이 뭔가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외에 없었다. 내가 물었다.


“샘, 무슨 일이야?”

“....폭발사건입니다.”


오늘 아침 읽어보았던 뉴스에서 우리와 관련된 사건은 없었다. 심지어 42실에서 온 소식지에서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공장이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닙니다. 사람이 꽤 죽은 것 같습니다. 신문사에 적절한 보도자료를 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마도공학은 이 나라의 핵심기술이다. 지금까지 마법이라고만 불려왔던 기술이 미카에라에서 발달한 공학과 접목되면서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고, 마도공학기술은 마도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사회 변혁을 불러왔다. 마도공학으로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에너지 수준이 증폭되면서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고, 삶은 급속도로 윤택해졌으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규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정규교육이 시작되면서 왕정이 혁파되는 국가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아세오르도 그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지 못했다. 마도공학으로 인해 공장이라는 곳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삶의 필수 기술로 자리잡은 공장은 많은 국민들에게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았다.


“내가 뭔가 해야 하나?”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냥…… 뭔가 마음에 걸리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죽어서 그런거겠지…”

“.... 들어가겠습니다. 신경 쓸 일이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나는 전화기를 들고, 비서에게 어느 공장에서 사고가 났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서쪽 제오노르(Jeonor)지방에 있는 안펙(Anpeg)공장이라고 했다. 지난 번 공장에 갔을 때, 많은 공장 관계자들이 정신없이 뭔가를 몰아붙이듯 자랑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그 사람들이 폭발하진 않았군… 하지만 그때 새뮤얼은 저들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가장 효과적으로 정보를 숨기는 방법은 많은 정보를 흘리는 방법이죠…”


공장이 폭발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내가 어렸을 적인, 마도공학이 성숙하지 못했던 10년~15년 전에 공장은 정말 위험한 구역이었다. 마도공학자들과 공장 근로자들은 항상 목숨을 내놓고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때 이야기고…. 읽고 있었던 42실의 소식지를 다시 펼쳐들었다. 


맨 마지막 소식은 짤막하게 실려있었다. 라디오라는 것이 발명되었고, 내일 실험방송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기하군 쓸 땐 긴데 읽을 땐 짧아

3개의 댓글

2014.06.27
우왕 ㅋ
0
2014.06.28
결함이 있는 사람만을 믿을 수 있다는 게 와닿네..와 세계관 봐!
0
올 재밌다. 세계관도 흥미롭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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