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나와 기타, 베이스에 대한 썰(중).ssul

 그래도 나름 봐준 사람들이 있어서 계속 써 볼게. 


 학교에 작년에 말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밴드부로 책정된 예산은 원래 없었어. 그런데 우리 담임이 젊으셨는데도(당시 33) 노련함을 발휘해 밴드부 앞으로 장비비 220만원과 활동비 100만원을 끌어오는데 성공하셨어. 일단 우리 밴드부는, 말했듯이 실력이 굉장히 부족한 편이었어. 나같은 경우는 베이스를 그 달(3월)에 샀고, 당장 많이 쳐보지도 않았고, A가 작년 10월부터 반 년 정도 쳐서 제일 많이 친 녀석이었고, 드럼은 아직 못 구했으며 B가 기타를 배운지 2개월이 되어갔지. 


 그런데 내가 밴드부를 만들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하던 년놈들이 있었어. 그들끼리 팀을 만들어서 나오길 원해서 12명이 넘어가게 되었지. 그래서 세 팀으로 해서, OO중학교 밴드부를 만들었지. 거의 내가 주도했던 거 같아. 우리 담임한테 내가 말을 했고, 담임 샘과 가장 친했던 사람은 우리 밴드부에서는 아무래도 나였기 때문. 우리 학교는 신생학교지만 상당히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빈 교실이 없었어. 게다가 당장 우리가 3학년이 되고 1학년 신입생이 들어왔을 때는 교실이 부족해서 특별실을 교실 두개로 쪼개서 1학년들이 쓰고, 5층을 막 공사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밴드부실을 바라는 건 사치였어. 결국 우리는 장소를 마땅히 찾지 못했지. 그 때 선생님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시어 "토요 방과후학교"라는 해결책을 꺼내드셨지. 우리는 친구 A가 다니는 음악 학원의 원장 선생님을 섭외, 토요일 아침에 그 학원에 가서 연습 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고, "토요 방과후학교" 지원금이 학교에서 나옴에 따라 공짜로 수강 받을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사실 불만이 좀 있었지. 내 친한 친구들끼리 밴드부실을 쓰면서 합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학교에 밴드부실이 있었으면 했던 바램도 2학기 때 5층이 완공되어 교실이 두 개 정도 남을 때까지는 이루어질수 없는 생각이 되어버렸어. 그래도, 일단 부딪혀 보기로 생각했어. 

 

 1팀은 토요일 아침에 나오라는게 부담스러웠는지, 어느새 흐지부지 와해되버렸어. 1팀은 모두 여자들이었고, 전편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여자들한테 인기 없는 타입이었고, 나 역시 여자한테 크게 관심을 쓰지 않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내버려뒀지. 3월 말부터 시작했던 토요 방과후에서, 5월이 되자 한 팀이 벌써 와해되버렸어. 뭐, 이 여자 4명 중 한 명은 나중에 등장하니 기다려 줘. 


 2팀은 열혈 남자 그룹이었어. 나하고도 아는 사이들이었고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였지만 별로 친하진 않았어. B는 꽤나 친했지만, 결국 나는 2팀의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얘하고만 자주 이야기하고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사이였어. 걔들은 축구를 자주했고, 토요일에 학교 축구 연습 시합이 계속 잡힘에 따라 잇달아 빠지게 되었고, 이 역시 5월즈음이 되어 와해되어버렸어. 


 3팀이 바로 우리팀이었지. 원래 1학년 때부터의 절친인 C가 밴드부에 들어오려고 했었지만 지역공동영재학급에 참여함에 따라 못하게 되었고, 초기 멤버는 나, A, B에 드러머 친구 한 명이었어. 근데 이 드러머 역시 잦은 늦잠으로 4월에 퇴출시켰고, 이 다음에 구했던 드러머는 나름 초보자도 아니고 잘 치긴 했지만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탈퇴했어.


 결국 5월이 되자 밴드부에 남은 건 기타 A,B 와 베이스 나 뿐. 그 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디어를 내셨어. "오디션을 보면 어떨까?"

 우리는 바로 오디션 구상 작업에 착수했지. 유일하게 교실로 쓰지 않을 특수교실 시청각실(당시에는 음악실 대신 쓰고 있었지)을 빌려서, 공고를 크게 냈어. 드럼은 학교에 없었기 때문에 토요일에 학원으로 오라고 했지. 그리고 일주일간 뜨겁게 홍보했어. 각 층 게시판부터, 점심시간과 아침 시간에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한명씩 한명씩, 마치 선거운동하듯이 열심히 홍보했어. 

 그리고 생각치도 못한 대박이 터졌지. 당시 우리 학교 1,2,3학년이 총 합쳐서 1200여명이었는데, 지원자가 150명 가까이 되었어. 결국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로 쪼개서 보기로 했어. 


 그리고 고대하던 목, 금요일. 나는 경악했어. 기타 지망생 15여명은 가져오라는 일렉기타 대신 통기타를 가져와서 치질 않나, 베이스는 단 한 명도 없었고(백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드러머 신청자는 두명. 그럼 나머지는? 싹 다 보컬 지망생이었어. 게다가 락곡은 아니더라도 발라드는 불러야 하지않을까, 했는데 랩을 하는 후보자도 있었어. 심사 기준을, 그리고 우리 밴드의 목적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거 같았기 때문에 나는 엄청 실망했어. 그리고 공개 오디션으로 하다 보니 용기 내서 보컬 시험에 응시하러 온 사람이 삑사리가 나면 청중들이 웃어버리는 바람에 어떤 여학생은 울기까지 했지. 나는 그 광경에 경악했고, 내 성급함과 추진력을 반성했어. 사실, 이런 오디션에 대해서 전혀 팀원들을 믿지 않았고, 팀원들은 오로지 나에게만 의지했기 때문에 완전 좌절했지. 


 그래도, 다음 오디션에 멘탈을 잡기로 하고 오디션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어. 그래도 드럼 오디션은, 비공개였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토요일 아침이 되었어. 드러머 지원자 두 명 중 한 명은 결국 귀찮다며 빠졌고, 하나만 주구장창 기다리고 있었지. 학원 선생님들도 늦어지니 조급해하며 "그냥 너희들끼리 개인 연습하는게 어떠니?"라고 운을 띄우셨어. 그 때, 한 여자얘가 쭈뼛거리면서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왔어. 이름이 정말 특이했는데, 여기서는 어차피 가명이니 D로 처리할게. D는,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예쁘진 않았어. 하지만 어차피 우린 그딴거에 관심은 없고 오로지 드럼 실력에 관심이 있었지. 그래도 여자라서, 드럼을 잘 칠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 


 D가 곡을 치고 나서, 우리는 진짜로 기뻤어. 너무 잘쳤거든. D는 우리보다 한 살 어렸는데, 성실하기도 하고 덜떨어진 남자새키들을 이끌고 참 잘 해줬던 거 같아. 

 어쩄든 임시 보컬로 A를 채용하고 나서, 우리는 6월부터 꾸준히 합주를 했어. 우리 사실상 1기 멤버는 기타 A,B, 보컬 A, 베이스 나, 드럼 D였지. 아마 이때가 5월이었을거야.


 그렇게 5월이 지나가고  6월이 되었어. 어느 날, 고등학생 학원 밴드 형들이 오후에 공연이라고 먼저 왔었지. 그래서 우리가 쉬고 있는 동안에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더라고. 우리도 연습시간이 거의 다 끝나갔고, 어차피 쉬고 있었던 참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지. D는 집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있었고. 형들은 모두 우리보다 한 살씩 많았어. 

 그런데, 특히 기타와 드럼 형은, 정말 놀랄 정도로 잘 친거야! 뭐라고 음을 말로 설명하는게 웃기는 일이지만, 기타는 딱 들으면 A와 클라스 차이가 났고(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 A는 당시로 9개월이었고, 그 형은 3년이었으니), 드럼 형은.... 할말을 잃게 만드는 연주였어. 형들이 쉬고 있을 때 들어가서 베이스 곡을 아무거나 치면 그 음을 따라서 리듬을 쳐 주는데, 곡이 바뀌는 부분마저도 완벽하게 캐치해낸다고 하면 이해하려나. 마치 학원 선생님이 맨 처음 보여줬던 클라스(나는 그 때 Supermassive Black Hole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학원 선생님이 드럼에 앉더니 그걸 따라서 드럼을 쳐주셨어. 그 때문에 난 합주에 매력에 빠졌지)를 그대로 재현한거야. 그리고 나는 내 자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3개월만에 마스터해버린 Muse의 Hysteria를 연습하고 있었어. 그 때 드럼 형이 갑자기 박자를 맞춰주기 시작했고, 기타 형은 자기가 아는 노래라며 기타를 쳐주기 시작했어. 그리고 A는 옆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지. 

 

 그 때, 학원 선생님이 유심히 그 모습을 보시더니, A와 내 어깨에 손을 딱 얹으시더니 "너희도 공연 나갈래?"라고 물어보신 거야. 나는 솔직히 당황했어. 3월에 시작해서 이제 겨우 6월, 겨우 베이스 4곡 정도 밖에 모르는 나에게 공연을! 그것도 Muse의 Hysteria를! 나는 긴장됐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기에,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A와 B는 아직 기타 실력이 부족한 관계로, A는 보컬로 나가게 되었고 B는 구경하러 따라 갔지. 공연 나간다는 소식을 그 때 바로 들은 A의 어머님과 큰누나는 공연장으로 향했고, 우리는 남은 3시간동안 곡 하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지. 원래 2곡을 진행하는데, 원래 멤버 중에서 키보드 형과 베이스 형은 그 곡을 연주 안 하고, 베이스 형 대신 내가 들어가기로 했지. 


 아마 송산유원지에서 공연을 했을거야. 사람이 그렇게 꽉꽉 들어찬 큰 축제는 아니었고, 광산 우리밀 축제라는 작은 지역 축제였어. 그렇긴 해도 매일 우리들끼리만 합주하다가 200여명의 관중 앞에 서 있으니 긴장이 팍 되더군. 연습실에서 윤활유를 바른듯 매끈하게 움직이던 손가락은 땀에 젖어 계속 미끄러졌고, 더운 여름의 햇빛 때문인지 내 얼굴은 약간 붉어져서 상기되어 있었어. 


 내 손가락의 땀의 젖음과 관계 없이, 공연은 마무리 잘 됐어. 아니.. 됐으려나? 내 시선은 뻣뻣이 베이스의 지판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느새 3분이 지나버려 베이스 형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고, B가 우리를 찍고 있었던 곳으로 가서 인사하고, A의 어머님과 큰누나에게도 인사했지. 그리고 나는 B가 찍은 영상을 보고 폭소했어. 나는 뻣뻣이 굳은채로, 아무도 눈치못챈 실수 두번을 하고 고개조차 안 돌리고 있었는데 비해 형들은 자연스러운 무대 매너를 보여줬고, A는 리액션을 하다 못해 흐느적거리는 탈춤을 추고 있었지. 그 영상을 모자이크해서 보여주고 싶지만 현재 원본이 없는 관계로, 좀 있다가 사진으로 올릴게. 


 공연이 끝나고, 형들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꽤나 자신감을 가졌고, 내가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내가 꿈처럼만 느꼈던 그런 희열을 느껴본건, 정말 처음이었던 거 같아. 


 그리고 7월이 되었어. 학교에 공사가 끝났고드럼과 베이스 앰프가 왔어. 드럼은 야마하 스테이지 커스텀. 앰프는 레이니 RB7. 모두 내가 직접 골라 주문한 것들이야. 200만원 내외에서 고르라고 해서, RB6를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담임선생님께서 흔쾌히 상위모델인 RB7을 주문하시더라고. 

 그런데 드럼은.. 하나도 조립되어 있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끼리 덜렁 남겨져서 조립을 해야만 했지. 우리는 A, B, C (D는 그냥 가라고 했어)와 6월에 전학온 친구 E와 함께 이틀만에 조립해냈어(곧 사진 올릴게). 이 역시 너무나도 뿌듯했지. 그런데.. 중요한 하이햇과 크래쉬, 라이드 심벌이 없었지. 우린 없을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결국 학교에 추가 주문을 했어. 그런데 신생 학교의 3학년이 첫 졸업 하는 해다 보니 너무나도 일은 많았고, 결국 심벌은 10월에 우리가 추가로 조립해야 했어. 

 게다가 우리 밴드부 인원이 나, A, B, D의 단 네명이었기 때문에 토요 방과후학교를 신청하기 위한 최소인원수인 10명을 못 채웠고, 결국 하나의 동아리로서 남게 되었지. 조금 당황했던 우리는 여름방학 때 모두 개인연습을 하기로 하고, 8월부터 10월까지 활동이 없었어. 


 10월이 되자 우리는 중학교 사실상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느라 바빴지. 특성화 고등학교나 마이스터 고등학교, 특목고 등 전기 고등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마지막 시험이었으니까. 나와 A는 어차피 후기 인문계의 자율형 공립고를 노리고 있었고, 원체 등수가 높았던 터라(A 당시 내신 상위 3%, 나 당시 내신 상위 2%)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부산 해사고에 진학하려고 하는 B는 나름 열심히 준비했어. 뭐 결국 B는 해사고에 진학하긴 했는데, 나는 교과서 한 번도 안 펼쳐본 탓에 성적이 크게 떨어졌어. 전교 14등에서 28등까지 폭락하면서, 나는 내신이 3%까지 떨어졌어. 그래봤자 특목고 갈 것도 아니었고, 별 상관 없었으니 넘어갔어. 미안, 사실 자랑하고 싶었어 ㅋㅋ


 10월 중간고사가 끝나고, 두번째 오디션을 봤어. 그런데 이번엔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잡았는지, 지원자는 단 한명이었어. 그 한명은 저번에 지원했던 2학년 여학생(얘는 F라고 하자)이었는데, 저번 오디션 때 꽤나 맘에 들게 노래를 잘하던 얘(안타깝게도 이 여자얘도 이쁘진 않았어)였기 때문에 보컬을 충원했지. 그리고 나머지는 인맥을 동원해서 2학년 기타 G를 영입하고, 1학년 드럼 H를 영입했어. 이렇게 총 6명이서 11월 초에 있을 공연을 준비하기로 했어. 


 그런데 축제 전에, 우리는 공연 날짜가 잡혔어. 11월 즈음이었을거야. 음악실을 빌려 연습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장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학부모 총회 때 오프닝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신 거야. 우리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좋은 연습이 될거라고 생각하면서 흔쾌히 허락했어. 우리 엄마가 그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꼭 오신다고 하셨어, 약간 긴장되기도 했어. 선생님들도 다 보신다는 거 아냐?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 


 그래도 연습을 하기 전에 생각해보니, 키보드가 필요할 거 같았어. 키보디스트는 누구를 뽑을까, 고심했지. 그런데 또 수소문이나 오디션하기는 시간도 촉박했고, 귀찮았어. 그래서 전의 밴드부 1팀의 여자 키보디스트 I가 생각났지. 게다가 (이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어) 우리 칭구 B는 I를 좋아했어. 나는 옳다구나, 재밌겠구나 생각하고 I를 끌어들였어. I는 고심하는 듯 하더니, 내가 계속 빨리 결정하라고 압박하니 한다고 하더군. 그리고 I는 만족스럽게, 아니 엄청나게 키보드를 잘 쳤고, 우리는 말 많다가도 I가 들어오면 조용해 지는 B를 보면서 즐거워했지. 


 그리고 학부모 총회 때, 밴드부의 첫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러브홀릭의 Butterfly 카피를 성공리에 마쳤어. 솔직히 이 노래는 베이스 비중이 거의 없으니, 사실상 보컬과 키보디스트가 제일 많이 고생 했지. 우리 1학년 드러머 H는 사실 별로 기대를 안 하는 전력(옛 2팀의 친구의 동생이었어)이었고, 기타도 딱히 연습이 많이 필요하진 않았어. 


 우리가 고생해서 준비했던건 학부모 총회 3일 뒤의 축제였지. 내 자신작인 Muse의 Hysteria와 윤하의 혜성을 연주하기로 했어. 곡 순서는 고심하다가 "얘들이 모르고 멋있는 걸 먼저하자" 라고 해서 히스테리아를 먼저 하기로 했어. 원래 H에서 혜성을 맡기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연습시간 부족이라든가 많이 겹쳐서 축제에는 나갈 합주 실력이 되진 못했고, 축제에 나간 인원은 나, A, B, D, F,G, I 총 7명 뿐이었지. 


 사실 조금 더 긴장했던 건, 지금까지 최고 인원수는 학부모 총회 때 상대했던 400 여명의 학부모님이었지만, 이번에는 전교생, 즉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초대형 공연이었어.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장비만 준비해서 꽂았던 우리밀 축제와도 다르고, 우리 장비를 대충 꾸려서 한 학부모 총회와도 다르게, 직접 우리가 필요한 물품들을 요구해서 한 축제의 공연마저도 수준이 다르더군. 그리고 수없이 강당을 채운 머릿수는 나를 헤까닥 돌아버리게 하기에 충분했어. 신상 털릴 위험만 없다면 그 떄의 동영상을 올려보고 싶네. I는 너무 긴장해서 공연 전에 못 나가겠다고 나에게 하소연을 하고(시발 나한테 하지 말라고), 다른 인원들도 말은 안 했지만, 얼굴이 굳어 있었지. 


 그리고 우리의, 축제 공연은 끝이 났어.


 Hysteria는 내가 처음에 긴장해서 베이스를 너무 빨리 치는 바람(원래 빠르기가 94인데 난 한 150정도로 친 거 같아)에 기타가 들어가는 부분부터 꼬일뻔 했어. 그런데 속주가 더욱 빛나 보이니 꽤나 반응이 좋아서 기분은 좋았어. 그리고 드럼과 기타는 정말로 좋았고, 사회자였던 A의 목이 힘이 들어가 가성이 생각보다 안 나와서 당황하기도 했어. 가장 식겁했던 부분은 기타 솔로 부분에서 B가 놓치고 리듬을 찾아서 못 들어가 버린 거였지. 늘 연습 때마다 막혔던 부분이긴 했는데, 나는 눈으로는 B를 노려보며 D에게 계속 곡을 연주하라고 지시했고, 내 손 역시 원래 연주해야 되는 부분을 연주했어. 이 때 A가 기가 막히게 "자, 박수" 라면서 관중 참여를 유도하면서 부드럽게 끝났고, 나는 한숨 돌렸어. 그리고 솔로 부분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기타가 들어오면서 Hysteria는 만족스럽지만 만족스럽지 않게 끝났지. 

 

 그리고 혜성은... 가장 완벽했던 거 같아. 얘들이 공연 하면서 뽀록이 떠서 ㅋㅋㅋ 원래 베이스는 4현을 다운튜닝하는 악보로 연습했는데 당황해서 다운튜닝을 안 하고 연주하는 바람에 소리가 틀렸지만, 중간에 언능 바꾸고 연주했고, 노래도 삑사리 없이 괜찮게 진행됐어(근데 끝나고 보니 있더라). 그리고 호응이 굉장히 좋았어. 


 하지만 축제의 피날레를 우리가 장식했다곤 했지만, 축제가 끝난 건 밤도 아니었고,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4시였고, 이대로 우리 중3의 밴드부를 해체하기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2학년에게 알려주거나 물려줘야 할 것들도 있고. 마침 그 떄 우리학교에는 댄스부가 있었고, 우리는 댄스부와 밴드부의 합동 공연을 기획하기로 했어. 


 일단 이게 11월 초까지의 내용이야. 내가 필력이 딸려서 잘 썼는지 모르겠는데, 거듭 부탁하는데 혹시 이거 재밌을 거 같으면 만화로 그려줄 게이 있으면 조켔다. 나는 이런거 만화로 보고 싶었어 ㅋㅋㅋ 

 헷갈리는 사람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등장인물 정리해줄게.

 나 : 3학년 남자 베이시스트, Hysteria에 집착(?), 엘리트 1, 뮤직맨 스털링 SUB RAY 4 사용

 A : 3학년 남자 기타리스트, 보컬리스트, 가성을 잘 씀, 엘리트 2, 아이바네즈 RG350 사용

 B : 3학년 남자 기타리스트, 노래 못 부름, 깡마르고 키 큼, 에피폰 레스폴 스탠다드 사용

 C : 우리의 칭구, 원래 기타를 치려 했으나 영재 수업으로 인해 포기, 스윙 S100 PLUS 사용

 D : 2학년 드러머, 여자, 겁나 드럼 잘 침

 E : 3학년 남자, 7월께 전학 온 친구. 얼굴 겁나 잘 생겼음, 잡기가 많음

 F : 2학년 여자 보컬, 노래 잘 부름, 키 큼(167)

 G : 2학년 기타리스트, 키 작지만 귀여운 외모로 인기 많음, 기타는 데임(무슨 모델인지 모름) 사용

 H : 1학년 드러머, 인맥으로 영입됐지만 약간 잉여느낌. 노력파

 I : 3학년 여자 키보디스트, 역시 키보드 잘 침, B가 좋아하나 다른 남친이 10월 말께 생김.

 담임선생님 : 내 담임선생님으로, 33. 젊은데 노련하다. 체육 선생님이나 이 분 역시 잡지식이 많으시다.

 본문에서 언급 안한 내용이 좀 나왔어. 그리고 몇 명 더 있는데 나머진 나중에 소개할게. 일단 ㅃㅃ

3개의 댓글

2014.03.15
존나 멋지네
읽으면서 막 뭐가 온다
멋져
0
2014.03.15
@일나
뭐가 멋지고 뭐가 온다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고마워
0
2014.03.15
@한숨만쉰다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그걸 해나간다는게 멋져
만화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성장할때의 느낌이랄까 그 막 안에서 올라오는 기분있자나 그런거
그냥 자극이 된다 정도면 되겠나 뭔가 나도 의욕이 생기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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