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대해(大蟹) - 핑까 점

붉은색 먼지가 휘몰아치는 황무지에서 한 남자가 걷고 있다.
대나무로 만든 기묘한 모자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걸음마다 휘청이는 것이 꽤나 위태한 모습이었다.
긴 칼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나아가다 점점 걸음이 느려지더니, 결국은 땅에 얼굴을 쳐박고 쓰러져버렸다.
남자는 삼일 밤낮을 음식은 커녕, 물 한 방을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남자의 얼굴 옆으로 소똥구리가 먹이를 굴리며 지나갔다.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던 남자가 번개같이 소똥구리를 낚아채 으스러뜨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소똥구리가 으깨지자 남자는 곤죽이 된 소똥구리를 모자 아래로 가져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 신음소리와 함께 일어난 남자는 나직이 말했다.

 

"간에 기별도 안가는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얼굴에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상인이 판 지도대로라면 조그마한 마을이 여기 있을 터였다.
오래전 낙타 한 필로 황무지를 넘나들던 고대 전령들이 찾아오던 마을은 쇠락하여 길을 잃은 보부상 정도가 아니면 찾지 않을 만큼 별볼일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남자가 찾는 주술의 실마리가 있었다.
사람이 모이면 믿음이 모이고, 강한 믿음은 필연적으로 주술의 씨앗이 된다.
광활한 대륙을 달리며 전세계를 돌아다닌 전령들의 속삭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믿음의 싹을 틔워내 번성했다.
천상의 임금이 조화를 부려 세상을 다스린다는 동양의 체계나 거대한 용이 뜨거운 숨결을 뿜어 세계를 만들었다는 서방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세간에 알려진 것들과 한 꺼풀 다른 이질적인 믿음이 행해져왔다는 마을.
남자에게 걸린 저주는 그만큼 괴이하고 끔찍했다.

 

쉼없이 몰아치는 모래 폭풍으로 가려진 남자의 눈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잃어버렸던 아이를 향해 달리는 부모처럼 남자는 허겁지겁 불빛을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급했던지 두 손으로 짐승처럼 어기적 어기적 기어가던 남자는 마을 어귀에서 고꾸라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당장 죽여야합니다! 모름지기 마귀는 하나가 오면 열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토... 진정하게. 왜이리 성급하게 구는게야. 아이갈란드의 무쇠전사처럼 저주받은 갑옷을 입고 있는 겐지도 몰라. 혹시 죽였다가 동료를 찾아 전사들이 오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세상에 저런 끔찍한 몰골의 전사가 어딨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촌장어른!"

 

사람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다투는 소리에 남자는 눈을 떴다. 남자는 밧줄로 나무에 단단히 묶여있었다. 주변에는 횃불을 든 서른 명 정도 되보이는 사람들이 남자를 보고 웅성이고 있었다. 공포와 혐오가 뒤섞인 아주 익숙한 시선에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움직였다! 촌장어른, 보십쇼! 저 더듬이가 움직이고 있는데 저게 어떻게 갑옷입니까? 마귀입니다, 마귀!"

 

"에그머니나! 히바린, 엄마가 집에 들어가라고 했지! 내가 못 살아!"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남자의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의 머리는 사람이 아닌 시체를 뜯고 사는 해저의 가재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며, 목 아래로는 푸른 빛의 갑각으로 빈틈없이 덮여있었다.

손은 갑옷을 두른 것처럼 마디져 횃불의 일렁임에 따라 기괴하게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남자가 눈을 돌릴 때마다 머리의 더듬이는 까딱 까딱 혐오스럽게 움직였다. 날카롭게 양옆으로 갈라진 남자의 입이 달싹였다.

 

"이봐, 나는..."

 

 

-------------

... 나는 저팔계! 왜 나를 미워할까!!!!!

소설 도입부인데 워뗘? 뭐가 확 와?

7개의 댓글

2023.02.10
0
2023.02.10
@채첨단

힘나!

0
2023.02.10

머릿속에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내가 상상하는대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지는게 좋았음

문장도 간결해서 읽기 쉽고

서방도 동방도 아니라면 중동쪽 배경인가

0
2023.02.10
@르세라접힘

이야! 좋은 댓글 고마버!

0
2023.02.11

분위기도 좋고 느낌도 좋은데?

 

그래도 읽다가 좀 걸리는 문장을 보자면,

 

{(오래전 낙타 한 필로 황무지를 넘나들던) 고대 전령들이 찾아오던}마을은

쇠락하여 길을 잃은 보부상 정도가 아니면 찾지 않을 만큼 별볼일 없었다.

->마을은 쇠락하여 길을 잃은 보부상 정도가 아니면 찾지 않을 만큼 별볼일 없었다.

설명하는 묘사가 중복돼서 잘 읽히지가 않음.

-필요 없다 생각되는 부분은 아쉽더라도 없애는 게 좋음.

 

천상의 임금이 조화를 부려 세상을 다스린다는 동양의 전설이나

거대한 용이 뜨거운 숨결을 뿜어 세계를 만들었다는 서방의 전설처럼 (에 이르기까지)

(세간에 알려진 것들과 한 꺼풀 다른 이질적인 믿음이 행해져 왔다는 마을)

세간에 알려진 전설과는 전혀 다른 믿음이 자리 잡은 마을

-어색한 부분 좀 고쳐 봄

남자에게 걸린 저주는 그만큼 괴이하고 끔찍했다. <-이 문장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음.

저주가 괴이하고 끔찍했다고 표현하고 싶었다면 마을이 그만큼 괴이하고 끔찍했다는 묘사가 있어야 될 거 같은데

독자가 알고 있는 내용은 그냥 마을이 독특한 믿음을 갖고 있고, 볼품없다는 정보 밖에 없음.

독특한 믿음=괴이하고 끔찍함? 잘 이해가 되지 않음.

 

여기 문단 전체의 연결이 좀 어색함

1.마을에 남자 주술의 힌트가 있다.

2.사람이 모이며 믿음이 모이고 이는 주술의 씨앗이 된다

3.전령들의 속삭임은 독보적인 믿음의 싹을 틔워냄

4.마을에 특이한 믿음이 있다.

5.남자는 특이한 저주가 걸려있다.

->

1.마을에 남자 주술의 힌트가 있다.

2.사람이 모이며 믿음이 모이고 이는 주술의 씨앗이 된다

3.예로 동양과 서양의 전설이 있다.

4.이런 전설들 중에서 전령들의 속삭임은 독특한 믿음의 싹을 틔워낸다.

5.전령의 입김이 닿은 이 마을은 통상적인 믿음이 아닌 특이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6.오직 이 마을만이 남자의 특이한 저주를 풀 수 있다.

->

하지만 그 마을에는 남자가 찾는 주술의 실마리가 있었다.

사람이 모이면 믿음이 모이고, 강한 믿음은 필연적으로 주술의 씨앗이 된다.

예로, 동방에는 천상의 임금이 조화를 부려 세상을 다스린다는 믿음이,

서방에는 거대한 용이 뜨거운 숨결을 뿜어 세계를 만들었다는 믿음이 전설이 되어 꽃을 피웠다.

동방과 서방.

세계를 양분한 두 축의 커다란 믿음이었지만,

눈앞에 즐비한 황무지에 막혀 그 마을에는 미처 도달하지 못했다.

오직, 대륙 전역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전령들만이 그곳에 닿을 수 있었다.

대륙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정령들만의 쉼터.

그 독특한 특이성만이 남자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어쩌면 그 마을에서 남자는 자신에게 걸린 괴이하고 끔찍한 저주를 해결할 지 몰랐다.

 

조금 바꿔봤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

그래도 기본적인 흐름은 알 거라고 생각함.

0
2023.02.14
@거기보소마

너무 많은 정보를 집어넣으려다 보니 묘사가 지리멸렬하고

내 머릿 속에만 그려진 연결고리가 너무 모호했던 것 같음.

요 부분 다시 고쳐서 써봐야겄음 땐큐!

0
2023.02.17

잘 봤음.

 

근데 나라면 좀 더 길게 늘려 쓸 거 같아

 

앞부분 보면

 

--------

붉은색 먼지가 휘몰아치는 황무지에서 한 남자가 걷고 있다.

대나무로 만든 기묘한 모자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걸음마다 휘청이는 것이 꽤나 위태한 모습이었다.

긴 칼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나아가다 점점 걸음이 느려지더니, 결국은 땅에 얼굴을 쳐박고 쓰러져버렸다.

--------

 

요 부분 보면 아쉬운 게 너무 정보만 집어넣었음.

 

나 같으면

 

--------

"...염병. 죽겠군."

 

붉은색 먼지가 휘몰아치는 드넓은 황무지 속.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비틀비틀 걷던 남자는 기어코 탄식을 내뱉고야 말았다.

 

"분명 이쪽에 마을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 분명 이틀 전 믿을만한 정보통이 그렇게 얘기하긴 했다.

 

그러나 그 정보통이 말해준 방향은 아무리 봐도 드넓은 황무지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황량한 풍경에서 심각한 갈증을 느낀 남자는 무의식 중에 손을 뻗어 물통을 부여 잡았다.

 

"...아."

 

그러나 손에 잡힌 건 허무하리라 만큼 가볍게 느껴지는 물통 뿐.

 

그러고보니 물은 어제 다 마셨던가.

 

결국 남자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사실 남자의 행적을 살펴보면 잘못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이틀 전 만난 믿을만한 정보통- 이라고 해봐야 길에서 마주친 상인이었고.

 

얼마나 가야 마을이 나오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이 넓은 황무지를 지나면서도 나침판은 커녕 식량도 물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그야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결국 남자의 위태로운 행보는 커다란 돌부리에 발이 걸리면서 끝이 났다.

--------

 

요렇게 대사를 좀 넣으면서 상황을 만들어 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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