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가방을 열어보았다

손가락으로 지퍼를 쥐어잡고 끌어올렸다

힘을 세게 주었는지 가방은 들썩하고 쿵 소리를 냈다

반대편으로 손을 넘겨 가방 내부를 드러냈다

 

지난 하루를 견디기 위해 넣어둔 것들이 보였다

 

저건 혹여나 내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깨끗이 지워내고 맑은 세상을 보기 위해 넣어둔 것이다

 

저건 내가, 누군가가 내게 더러운 구정물을 튀겼을 때 닦아내고 버려 없던일인 것 마냥 하기 위해 넣어둔 것이다

 

저건 고된 일로 땀에 홀딱 젖은 몸이 잃어버린 것을 보충하기 의해 넣어둔 것이다

 

저건 지난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넣어둔 것이다

 

저건 잠깐의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넣어둔 것이다

 

하루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지퍼를 쥐인 손은 이내 그것들을 꺼냈다 넣었다한다

 

다시 지퍼를 손가락으로 잡고 닫을 때면 하루는 다음날과 맞닿아 있다

 

다시 다음날, 하루가 다가오면 손가락은 지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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