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올바른 지식으로 살아남기 1. 누가 내 초콜릿을 옮겼을까? 15

 주섬주섬 보따리를 푸는 올프를 진은 못말린다는 듯 바라봤다.

 사실 진도 올프의 보따리를 나쁘지 않게 봤다.

 왜냐면 보통 노동자들이 구할 수 있는 상품의 질과 종류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올프의 상품은 보통 대부분 회사의 폐기품, 혹은 결함상품을 뒤로 빼돌린 걸 모아두고 같은 노동자들에게 파는 거다.

 그럼 훨씬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어 노동자도 좋고 올프도 좋는 일석이조다.

 더구나 올프는 진의 회사로 파견을 나온 다른 회사 노동자.

 쉽게 구할 수는 상품이 아니라는 거다.

 "자아. 한 번 보시라. 이게 바로 우리 회사서 나온 신제품! 만병통치 연고! 바르기만 하면 어떤 상처도 흉터하나 없이 바로 나아버리는 기적의 연고지!"

 "호오. 그런 연고가 있어?"

 "그럼! 몰래 빼돌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눈을 부라리면서 지키는 걸 겨우겨우 가져온 거야!"

 자신의 업적에 과할정도로 언급하는 올프를 보며 진은 감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왜 난 저 연고 광고를 못 본거지? 저정도면 진작 공개하고도 남을텐데?"

 "그건 당연히 출시계획이 안 나와서야! 언제든지 출시할 수 있지만 시기를 보고만 있는 비운의 걸작이지!"

 진은 그게 잘 이해가 잘 안갔지만 그려러니 하고 다른 물건들도 살펴봤다.

 "이건 뭐야?"

 진이 고른 건 길쭉한 막대기였다.

 "아아~ 그걸로 말할 것 같으면 휴대용 발광기지, 이것을 이렇게 부러질듯 구부리면 빛이 나지!  짧지만 주변을 밝게 비추는 마법의 막대기!"

 "신기한게 많네?"

 점점 눈이 돌아가는 진의 모습에 올프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더욱 이빨을 털기 시작했다.

 "이것은 신축성이 들어간 밧줄이고, 이건 고기 맛이 나는 이끼 씨앗, 간편 여과 장치, 호신용 총..."

 눈이 휙휙 돌아가는 놀라운 아이템 향연에 어느 새 수북히 쌓인 물건들.

 그러다 깜짝 놀라 자신 앞에 놓인 물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이거 얼마야?"

 "후후. 놀라지나 마시라 초콜릿 5상자! 오늘만 가능한 특별 세일이지!"

 "5상자!"

 진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한 번 쇼핑으로 거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초콜릿을 탕진하느냐에 대한 갈림길에 서버렸다.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야. 품질은 이 올프가 보장하지."

 아아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진의 물욕센서가 요란하게 작동하는 걸 느꼈는지 올프가 최후의 딜을 걸었다. 

 "에잇 기분이다! 초콜릿 5상자를 주면 그냥 이 보따리 다 자네가 가져!"

 "저, 정말?"

 "그럼! 우리 사이에 오가는 정이 있지! 이 정도도 못 해줄 것 같아? 가져가라고!"

 척!하고 손을 내민 올프를 멍하니 바라보면 진 자신도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이건 강매야! 저걸 사면 안 돼!'

 -삐릭!

 "헛! 메, 메세지?"

 "칫."

 다 된 밥상에 재를 뿌려버린 단말기 메세지 소리에 올프가 혀를 차버렸지만 정신을 차린 진이 단말기를 확인한다.

 - 지금 당장 반장실로 올 것.

 "유즈다. 바로 오라는데."

 "그래? 그럼 빨리 정산하자고. 초콜릿 5상자."

 다시 올프의 혓바닥이 움직였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진의 물욕은 거울처럼 잔잔했다.

 "그냥 몇개만 살게. 상처 치료 연고랑 발광 막대기, 밧줄, 여과 장치만 살개."

 진의 취미를 위한 물건 몇개를 정했다.

 짜게 식은 표정의 올프가 대강 물건을 고르더니 진에게 넘겼다.

 "초콜릿 1상자유."

 "비싸. 특별 세일이라며."

 "그건 물건을 많이 사신 분께 한해 서비스되는 부분입죠."

 진 역시 갑자기 오른 가격에 고민했지만 저 물품 모두 가지고 싶었다.

 "좋아. 대신 지금은 초콜릿이 없으니 내일 줄게. 그 정도는 되겠지?"

 초콜릿을 멍청하게 들고다니다 친절한 괴도에게 털리느니 숙소에 보관하는 편이 안전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올프도 아는지 잽싸개 물건을 다시 보자기에 주워 담더니 쌩하니 사라져버렸다.

 "자식이 지 필요할 때만 나타나지."

 물건들을 챙긴 진이 반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움직이며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뭐지. 방패 놈들한테 다 털려서 화풀이 하려고?"

 자기 때문에 하청 협상에서 우위를 다지지 못했다면 유즈 성격에 고운 꼴을 보지 못할게 분명했다.

 진은 빨아서 깨끗해진 코트를 바라보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피가 왕창 묻은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입맛을 다신 진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진입니다. 들어갑니다."

 "야 이 새끼야!!!!!!"

 들어서자마자 고함 소리가 진의 고막을 사정없이 때렸다.

 

--------

 여러분 올프가 파는 건 효과가 없거나 있을 수 있는 완전한 복불봅입니다.

화폐가치라면

초콜릿 > 담배 > 빵 정도입니다.

초콜릿 가치가 높은 이유는 도시에서 유흥을 즐길 거리가 없기도 하고

노동자들 사이에 미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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