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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식으로 살아남기 1. 누가 내 초콜릿을 옮겼을까 12

 정성스레 상처를 봉합한 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내려다 봤다.

 "처참하군."

 복부에는 거대한 피멍이 들어 있었다.  슬쩍 손바닥으로 지긋이 누르니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여러군데를 촉진하니 천만다행으로 뼈가 상하진 않았다.

 "뼈까지 부러졌으면 그대로 망할 뻔했네."

 수십킬로짜리 쇳덩이가 시전한 몸통박치기를 정통으로 맞았는데 뼈가 상하지 않은 건 정말 큰 행운이라 할수 있다.

 뼈가 부러졌으면 당장 호텔 깊숙한 곳에 있는 수상하기 그지 없는 의사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것도 상당한 도박수를 요구했다.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를 뿐더러 낫는다는 보장도 없다.

 "나머지는 항생제랑 진통제..."

 사실 진은 고민이 무척이나 깊었다.

 쥐에게 물렸기 때문이다.

 도시 특성상 위생을 신경 쓰는 게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 있는 샤워실을 자유롭게 쓸수 있어 진은 잘 씻긴 하지만 다른 곳은 상황이 다르다.

 며칠에 한번씩 회사에서 샤워 허가가 내려오는데 그 때 한 번씩 씻는 수준.

 그 때까지 각종 오물과 먼지를 묻은 체 버티는 수밖에.

 당연히 각종 병을 노동자들은 달고 있다.

 작게는 충치부터 크게는 한 구역을 격리하는 독감까지.

 그래서 노동자들은 질병에 민감하다.

 "피와 영혼 같은 담배를 쓸 수밖에."

 이끼 담배는 화폐와 비슷한 가치를 지닌다.

 구할 수 있는 물자는 모두 회사에서 소량 보급이기 때문이 담배에 환장한 헤비 스모커들이 보급품을 꿍쳐뒀다가 담배랑 바꾼다.

 남아 있는 담배는 3개비, 이것으로 약품을 최대한 구해야한다.

 출근 준비를 하며 단말기에 글을 하나 올린다.

 - 항생제와 진통제 2개비. 

 잠시 단말기를 내버려두고 마저 옷을 입었다.  피와 먼지로 범벅인 코트가 찜찜하지만 어쩔 수 있나, 셔츠와 함께 샤워할때 같이 세탁을 해야한다.

 "출근하기 싫어."

 - 나도!

 "닥쳐!"

 눈치없이 끼어든 이웃에게 안부인사를 건내주고 진이 단말기를 집어 들고 방문을 나섰다.

 거리를 걸으며 한결같이 거칠고 폭력적인 노동자들과 상큼한 욕을 덕담삼아 나누며 단말기를 확인한다.

 -내가 팜. 하나씩 팜.

 -나나나. 항생제 2개랑 진통제 1개!

 -꺼져 씨발아. 내가 먼저 제시했잖아.

 -응~ 내께 더 많음.

 보아하니 두 명이 싸우고 있었다.

 적당히 회사 근처까지 왔을 때 승자가 결정났다. 전혀 관계없는 제 3자였다.

 -항생제 2개, 진통제 3개.

 -시발 뭔데? 담배에 미쳤나;

 -내 담배!

 "당첨이군."

 언제 어디서 만날지 확인하자 놀랍게도 진의 회사 근처에 있단다. 그것도 지금 바로 바꾸잔다.

 "여기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기다리는 건 늘씬하게 빠진 몸매를 가진 시크한 여자였다.

 차림새부터 요란한게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데 타이트한 재질 때문인지 몸매가 다 드러난다.

 게다가 하늘거리는 가느다란 장신구를 달고 있어 진도 이게 요즘 유행하는 패션인가 생각이 들 정도.

 "진통제 3개와 항생제 2개. 확인해봐."

 꼼꼼히 확인한다. 가끔 다른 걸 착각했다는 둥 한 번만 봐달라는 둥 지랄을 하는 놈들이 나오기 때문.

 물론 그런 놈들은 뒤통수에 각목 선물을 받는다.

 낱개로 포장된 약들을 확인했다.

 어떻게 진짜냐고 확신을 하냐면 사용 흔적도 없거니와 어차피 제조 회사는 하나이기 때문에 짝퉁을 만든 거라면 대번에 티가 난다.

 "맞아. 자 2개비."

 미리 꺼내둔 담배를 건내자 바로 물고 불을 당긴다.

 "후우. 급했는데 고맙다."

 "나야말로."

 쿨하게 돌아서려는데 여자가 붙잡았다.

 "다쳤나?"

 "아아. 어디선가 나타난 괴상한 녀석들이랑 한판 붙었지."

 별 생각없이 말하면서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위생적인 얼굴, 매력적, 다듬어진 머리카락, 웃음기 어린 입술.'

 "의견을 듣고 싶어서 그래."

 "의견?"

 "그래. 의견."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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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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