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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식으로 살아남기 1. 누가 내 초콜릿을 옮겼을까? 11

어떻게 머무는 숙소까지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얼기설기 묶은 전선과 피범벅으로 물들어 피부에 달라붙어버린 셔츠, 또 부재중 통화가 폭탄처럼 쌓인 단말기까지.

 이게 진이 잠에서 깨고나서 확인한 사항이다.

 현재시각 0500.

 언제나처럼 출근시간에 깼다. 다만 하루를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죽겠네..."

 입안이 바짝 말랐다. 왼팔에서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찍찍이의 몸통박치기를 정면에서 받아버린 복부까지. 어디 하나 정상적인 부위가 없다.

 멍한 얼굴을 짓던 진이 코트안에 손을 넣어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소중한 이끼 담배 한가치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이 맛에 살지."

 하루만에 담배를 피우자 몸이 격하게 해로운 성분을 반긴다.

 슬슬 머리가 돌아가니 단말기에 생각이 닿았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부재중 통화가 셀수도 없이 찍혀 있다.

 "하긴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탔으니 노발대발하겠네."

 특히 총과 단검을 건네 준게 유즈였으니 꼬투리 잡힐 수 있다.

 "연락을 할까말까."

 당연히 지금 당장 연락해서 사정을 말해야 다가올 재앙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왜인지 진은 단말기를 애써 외면했다.

 보나마나 욕을 퍼부을게 뻔하니 지금 들으나 나중에 들으나 거기서 거기일 거다.

 "내 피와 영혼 같은 연차가 까였네."

 책상을 내리쳤다. 아팠다. 진의 마음도 아팠다.

 시계를 봤다. 출근 시간에 깼다. 출근을 할지 말지 고민했다. 이틀 연속 연차 사용은 심히 마음에 걸렸다.

 "문제는 팔인데."

 꼼지락거리면서 왼손을 움직이자 그제야 통증이 올라온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방치된 상처는 확인조차 하기 두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두 개였다.

 담배와 상사의 고함소리.

 삐리릭! 철컥!

 - 야 이 새끼야! 연락을 지금 하면 어떻게 해!!!

 "끄으으윽!"

 유즈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단번에 전선을 풀고 옷을 벗었다. 말라버린 피가 피부를 잡아 뜯고 상처가 벌어졌다.

 "흐읍! 후우!"

 담배가 필터까지 단번에 타들었다.

 피가 상처를 타고 흘러내린다.

 - 뭐야! 너 뭐하고 있어! 뒤진 줄 알았더니 창년한테 기어들어간거냐!

 "후우! 후우! 예. 서비스가 대단하군요. 후우! 후우!"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 했지만 유즈의 뜨끈한 욕 한사발 배부르게 먹은 덕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사건 해결하고 돌아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니 새끼는 연락도 없지! 다음 날엔 출근도 안 하지! 감히 날 초조하게 만들어?!

 "저도 후우!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 사정은 시발 창년한테 하는 거고! 시발아!

 걸쭉한 욕을 먹으면서도 집안을 뒤져 바늘과 실로 상처를 봉합한다.

 다행히 예전에 구해둔 구호 키트가 남아 있다.

 '소독을 하고 바늘을 상처부위에 교차하듯 꼬맨다.'

 솜으로 피를 한번 닦아내고 바늘을 움직인다.

 - 쥐새끼를 발견했으면 당장 나한테 연락을 했어야 할 거 아냐!

 "언제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고 연락하지 말라했잖아요."

 - 내가 언제! 너는 시발아! 그게 문제야! 눈치가 없어! 어떻게 생각이란 걸 안 해!

 진짜 시발.

 한땀한땀 정성스레 상처를 꼬맨다. 다행히 왼팔이라 다행이지 오른팔을 다쳤으면 싸구려 인형 꼴이 될 뻔했다.

 사이보그 찍찍이의 이빨은 무척이나 크고 아름다웠지만 두꺼운 코트와 옷에 막혔다.

 물론 상처는 깊고 넓었다.

 게다가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주변 근육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 당장 출근해! 네놈이 안나와서 그만큼 작업할 것도 밀렸으니까! 뚜-뚜-

 "아이 시벌년이 진짜. 너무하네."

 유즈의 욕을 진통제 삼아 봉합하던 손이 마지막 말에 멈췄다.

 "이 상태에서  출근하라고? 나보고 죽으라 그래!"

 이미 끊어진 단말기를 손에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이 나쁜년아!"

 한참 그렇게 소리지르다가 현타가 살짝 와서 의자에 앉아 다시 봉합을 이어갔다.

 그러자 주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말 잘했다! 출근해서 그년 아가리에 빅-딕을 꽂아버려!

 -아주 망할 년이네!

 -오빠! 나보다 그년이 더 좋은 거야?!

 -나도 출근하기 싫다! 조까튼 세상!

 "하아 시발."

 싸구려 호텔에는 방음벽이 없다시피한데 거기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니 사방에서 진의 말을 들었을 거다.

 그러니 저렇게 놀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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