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올바른 지식으로 살아남기 1. 누가 내 초콜릿을 옮겼을까? 10

 굉음과 함께 날아가는 쥐의 부산물들.

"끄으으윽!"

 진이 몸 위에서 경련하는 쥐를 옆으로 치운 후 입을 벌렸다.

 강제로 입을 열고 박혀있던 이빨을 뽑아내자 피가 솟아올랐다.

 "망할 찍찍이놈이."

 흉측하게 파이고 찢어진 상처를 돌볼 여유가 없어 가느다란 전선으로 지혈을 했다.

 다행인지 낡았지만 두껍던 코트 덕에 상처는 깊지 않았다.

 다만 피가 많이 나올 뿐이엇다.

 진은 생각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또 나오면 그 때는 죽을거야."

 단 두 마리를 상대하는데 죽을 뻔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상대한 건 한 마리지만.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레 피를 흘려서인지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얼른 가자."

 쥐 두 마리를 보고 잠신 고민하다 작은 쪽을 어께에 매고 큰 쪽을 잡아 끌었다.

 파란 선이 바닥에 그어졌다.

 코트가 파랗게 물들었다.

 왼쪽 팔이 붉게 물들었다.

 격통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이렇게 다친 것은 오랜만이다.

 '소독약하고 봉합실, 바늘을 구해야 한다.'

 실과 바늘은 그냥 한 번 삶아서 쓰면 된다. 소독약이 문제지만.

 "이끼 술을 믿어야겠어."

 이끼 담배, 이끼 마약, 이끼 초콜릿은 하급 노동자들에게 있어 우선 순위권에 무조건 들어가는 물건들이다.

 다만 이끼 술은 우선 순위가 좀 떨어지는데, 이유인즉슨 이끼 술이 취하는 기분만 내는 조악하다 못해 이끼 통조림 같은 최악의 맛과 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과연 들어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물건이다.

 그러나 당장 소독할 물건이 없는 이 상황에서는 그것이 유일한 믿을거리였다.

 행여 쥐가 쫒아올라 서둘러 움직이자 총소리를 듣고 관리자들이 몇명 진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헙!"

 대노해서 진을 쏘아붙이려던 관리자가 로봇 쥐를 보고 기겁을 했다.

 그렇지 않겠는가? 붉은 피도 아닌 푸른 피를 흘리는 거대 쥐는 보는 사람에게 있어 기괴하다 못해 괴상했으니까.

 "장비를 파손시킨 것은 이 녀석들입니다."

 진이 쥐를 내려놓자 관리자가 조심스레 다가와 살펴봤다. 

 온몸이 기계와 철로 된 쥐. 게다가 덩치도 상당하다.

 "다 잡은 건가? 해결은 된거고?"

 "모르겠습니다. 일단 수색 결과 녀석들이 있는 장소를 찾아냈고, 이 녀석들을 처리했습니다."

 원래 보고는 좀 있어 보이게 해야 먹힌다.

 안 그러면 얕잡아 보고 물어 뜯긴다.

 "보시면 대부분 기계입니다. 자연 발생할 녀석들은 아니죠."

 "으음. 우리 선에서 처리할 일은 아니군."

 "나타난 이 녀석들은 처리했습니다만 얼마나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쥐의 특성상 더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총과 칼로 잡았다는 얘기는 쏙 뺐다. 흔적만 봐도 알겠지만 직접 말해서 꼬투리 잡히면 좋을 거 하니 없으니까.

 "지금 당장 저기 보이는 쓰레기 산을 태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녀석들 50마리만 있어도 장비란 장비는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하지만 불로 태운다면 화재의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하수도 전체가 멈춰!"

 정비소와 함께 하수처리 시설이 붙어 있는 쓰레기 산이다. 당연히 관리자로써는 꺼리는 선택지다.

 "그렇다면 먹을 걸로 유인한 다음 총으로 쏴 죽여야합니다. 저는 이끼 빵을 썼습니다."

 조금 남은 빵쪼가리를 보여주자 관리자는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보급품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 우선 인가를 받아야 하고 받는다 하더라도 모자를 거야."

 총에 대한 건 말하지 않는다. 그야 총의 존재는 모두가 쉬쉬하니까.

 오히려 보급품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관리자의 고민거리다.

 그 모습에 진은 코트 주머니에 있던 걸 꺼내들었다.

 "이걸 쓰시면 됩니다."

 진이 꺼낸 것은 이끼 통조림. 모두가 받고 모두가 버리는 보급품이다.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통한다면 노동자들에게 각출받아 사용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관리자는 고민했다.

 보급품을 신청해서 수령하는 기간과 쥐를 박멸하고 장비를 수리하는 기간, 또 노동자들에게 회수한 통조림에 대한 보상까지.

 잠시 고민하던 관리자가 결심했는지 말했다.

 "자네 의견을 받아들이지. 바로 통조림 회수를 해야겠어."

 "그렇게 하시죠."

 "부탁은 이걸로 마무리 하지. 수고했네."

 쥐의 시체를 노동자를 불러 옮기게 한 관리자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우르르 몰려 사라졌다.

 당연하지만 진에게 떨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남은 것은 상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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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동안 설정에 관해 이것저것 생각해 봄,

 간결하고 시원스레 밀어버릴지. 아니면 개연성이라던지 정치적, 음모라던지 그런것들로 진행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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