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정신없이 있다가 지은이한테 카톡을 보냈어.

'이상한 오해하지 말아달라, 어제 술마시고 옷을 벗고 잠이들었는데 졍이가 와서 달라붙어서 잔거다.' 라는 식으로.

그리고나서 자초지종을 졍이한테 물어보니까

"오빠 술먹구 문앞에서 쓰러져서 내가 옷벗기고 하니까 오빠가 침대가서 누웠어."

라고하더라.

"그렇다고 남자옷을 막 벗기면 어떻게해!!" 하니까
"우리 어차피 결혼할거 아니야 오빠??" 라고 하더라고..

난 은팔찌랑 전자발찌같은 Must have item 가질생각없었는데 말이야 ㅡㅡㅋ...

"꼬맹이랑 어떻게 결혼을하냐 ㅡㅡ.. 어른되면 다시와서 생각해봐라" 라고 말했었던걸로 기억한다.ㅋㅋ

누가 결혼얘기했는지는 뻔했지만 ㅋㅋ...

그랬더니 엄청 삐져서 그날은 말도 안하고 ㅋㅋㅋ

무튼 그리고 어찌저찌 잘 넘어가서 그날은 지은이랑 영화보러갔다.

각자 점심먹고 만나서 영화보러갔어.
내가 영화표 사오는동안 지은이는 팝콘사오고 있더라.
어째 하는짓마다 이쁘냐 ㅋㅋ...

아무튼 영화보고 밥먹었어.
연애도 안해본 아다새끼들이 항상 생각하는 그 메뉴 있잖아.

스파게티 그거.
뭐 오븐스파게티? 먹었는데 맛있더라 ㅋㅋ

지은이가 맛있다고 그러면서 종종 오자고하는겨 ㅋㅋㅋㅋㅋ...
오옠ㅋㅋㅋ 맘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알겠다고 했지.

그리고 커피라도 마시러 가자고 해서 엔제리너스 갔는데 커피값은 자기가 내겠다고 하는거야.
작은거 하나에도 감동받는 나란남자 ㅠㅠ..

커피마시면서 죽치고 앉아서 얘기하는데 이런저런 예기했어.
한학기동안 보면서 괜찮은놈이다 생각하고 있었다라던가.
그동안 친해지고싶었는데 이렇게 기회만들어줘서 고맙다라던가.
난 주로 맞장구 치다가 내얘기 한번하고, 들어주다가 얘기한번하고.

서로가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시간 때웠어.
나름 이정도면 선방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시계보니까 9시가 다되가는거야.

졍이 저녁안먹고 기다릴텐데.. 하고 생각해서 '이제 그만 갈까?' 하고 얘기했어.

길건너서 버스타면 되는곳이어서 횡단보도 건너는데 무심코 졍이한테 하듯이 손을 잡고 건넜다.
난 별 생각없었는데 지은이를 보니까 얼굴이 새빨게져서 내쪽을 잘 못쳐다보더라고.

나도 덩달아 당황해서 손 놓고는 '아 그게 원래 손잡고 그런거 좋아하고 막 그런게 아니라 위험할까봐. 음 아 그래 위험할까봐 잡은거야' 하면서 졸 횡설수설했다 ㅋㅋㅋㅋ..

아무튼 버스태워 보내고 나도 버스타고 집에 가니까 졍이가 침대에 누워서 자고있더라고.

눈이 퉁퉁 부은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