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썰 -03-

일단 전지를 펴서 바닥에 깔고 큼직하게 숫자를 최대한 이쁘게 썼다.
나름 유아교육과라서 둥글둥글하고 컬러풀하게 ㅋㅋㅋㅋ

일단 내 집에서 살면서 지켜야할점을 몇가지 그림이랑 글씨 섞어서 썼어.

대충 기억나는대로 써보자면.
(집에가면 전지 남아있는데 사진찍어오기 힘들어서 ㅋㅋ)

1. 밥먹고 늦게 먹은 사람이 설거지하기.
2. 누가와도 함부로 문 열어주지 않기.
3. 놀러나갈때는 항상 연락하고 나가기.
4.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5. 청소는 번갈아가면서.

등등등. 말로는 '난 초딩한테도 얄짤없다 ㅋ'. 라고 하면서도 설거지나 청소같은거 내가 거의 했던거같애 ㅋㅋ..
요리 시키는건 좀 그래서 내 차례에는 혼자하고 졍이 차례에는 도와주면서 같이하고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같이 하게 되더라고.

뭐 아무튼 근처 초등학교에 전학 수속같은건 우리 부모님이 벌써 마쳐놓은 상태였고 난 그냥 아침 먹이고 보내면 되더라.
학교랑 자취방이 걸어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평소엔 멀다고 불평했는데 이럴땐 좋더라.
아는 애들한테 걸릴일도 없고.

아무튼 별일 없이 나는 나대로 알바하고와서 낮에 자고 저녁에 게임하고 졍이는 졍이대로 컴퓨터하고 놀고 밖에 놀이터가서 놀고 가끔은 나랑 같이 장보러가고 그러고 지냈었다.

한달정도 별일없이 지내고 초딩들 여름방학 끝나는 시즌이어서 알바 좀 일찍 끝내기로 사장님이랑 쇼부치고 알바끝나면 졍이 학교 데려다주고 나는 집가서 자고 그랬다.

그렇게 순탄하게 지냈으면 좋으련만.

개강하고나서 일주일쯤 지났나?
애들이 슬금슬금 피하더라고.

왜지? 왜지? 하고 친하던 여자애한테 물어보니까
"너 지금 소문 완전 안좋은거 알아?" 하더라고.

"왜?" 하니까 "진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너.. 음.. 딸.. 있어?" 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시밬ㅋㅋㅋ 이건 무슨 개소리옄ㅋㅋㅋㅋ
아다에다가 여자친구 한번 못사귀어본 그 당시에는 엄청 충격이었다.

벙쪄서는 멍때리고 있다가 '아차!' 하고 손사래치면서 아니라고 얘기했다 ㅋㅋ..

내가 방심한거지.
우리과에 학교근처에 원래 살던애들도 있다는걸 몰랐던거여 ㅋㅋㅋㅋㅋ..

덩달아 내가 좋아하던애도 날 피하고...
그래서..
그냥 친척동생이라고 해버렸다 ㅋㅋ...

부모님 사업때문에 외국가고 우리 부모님 여행갔다왔는데 초등학교 요 근처로 수속 다 밟아서 당분간만 돌보기로 했다고.

어차피 졍이도 오빠라고 부르고 문제될게 없었거든

근데 ㅋㅋ...

문제가 생기더라고 ㅋㅋㅋㅋㅋㅋ...

개강하고나서 개강파티를 제대로 못해서 맘맞는 애들 몇명이 모여서 술한잔 하기로 한날이었다.

여자애들이 태반이다보니 흑기사에 술게임도 잘 못해서 나혼자 소맥 한 2만cc 마신것같았어 ㅋㅋㅋㅋㅋ..

어찌어찌 술자리 끝까지 남아서 애들 다 보내고 밖에 나왔는데.
오히려 술을 한계치보다 많이 마시니까 찬바람에 속이 뒤집어지더라고.
보통은 찬바람에 좀 깨고 그랬는데.

아무튼 어떻게 집에 갔고. 문 열쇠로 열고, 신발장앞에서 '어?' 한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아직도 기억이 안나 ㅋㅋ..

내가 술마시면서 좋아하던 걔랑 무슨 약속을 했는지 사실 잘 기억 안났었다 ㅋㅋ..
담날에 영화보러가기로 했었나봐.
나중에 들어보니 노다메칸타빌레.
좋아하던 걔 이름을 지은이라고 할게.

무튼 자다가 꺅! 하는 소리에 깼는데 지은이가 서있는거야 현관에 ㅋㅋㅋ...
그래서 뭐지? 하고 덮은 이불 걷으면서 상체만 일으키려는데 왠지 휑하기도 하고 뭐가 답답하기도 하고.

지은이랑 눈마주쳤는데 지은이 얼굴은 시뻘게져있고.
갑자기 문 쾅! 닫고 도망가는거야.

뭐지? 그러면서 왼쪽을 봤는데 졍이가 나 끌어안고 자고있었어.

그리고 나는.

팬티 제외하고 옷을 다 벗고 있었고...




와...

그때 진짜 세상이 다 무너지고 뉴스에 내가 막 술취해서 그랬다고 변명해대고 있고 모자이크에 목소리 변조..

그런 상상이 막 들더라.

1개의 댓글

어케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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