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부제 悲哀)
누군가 그에게 묻거든 그 어떤 색을 말해도 그의 색은 검정이다
라디오속 흘러나오는 그를 향한 말이 쌓이는 방 그곳의 색도 검정이다
여름 뙤약볕 내리쬐는 세상앞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그의 등뒤를 따르는 그림자도 검정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슨말인지 알아도 모른다
그의 피부가 우리와 비슷하다 말해서는 안됐다
우리는 그와 다르니까 달라야만 하니까
우리는 눈을 파고 입과 귀를 닫았다
우기에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그는 정원 한가운데 붉게 피는 꽃 한송이가 되려 몸에 기름을 부었다
타오르는 그의 몸에서 피어나는 자욱한 연기속 우리의 말이 적혀있다
튀기,잡종,불체자,깜.디 그속에 그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색이 되지못한 붉게 타오르던 그의 마음은 이내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순백이 된 그를 보며 우리는 말했다
그가 어떤색이 되어도 이제는 우리도 검정이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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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lumn
둥두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