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올리버 바우만의 마지막 출근

올리버 바우만은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에 잠이 깼다.  그믐의 새벽에도 매서운 바람은 쉬지를 않았다. 산기슭을 훑고 내려오는 바람은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바우만의 집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개울에서 천이되는 즈음이 바우만의 집이었다. 


바우만의 집은 마을에서 가장 먼저였고, 가장 나중이었다. 바우만의 조부는 일찍이 장사로 성공을 해서 몇몇 감투까지 꿰차며 인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인이었다.
은퇴전까지 몇년은 시의 자문위원을 했을정도로 그 마을에서 장사치가 이룰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요며칠 바우만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작년 가을 부터 앓아온 치통 때문이기도 했고, 은퇴 후 변할 일상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고, 돋보기는 테이블위에 있어, 시계 바늘이 보이지 않았지만 대략 5시 쯤인걸 알수 있었다. 오차는 십분 정도 일것이다. 인간이 50년을 넘게 살다보면 그런것쯤은
알 수 있다. 바우만은 다시 눈을 감으며 치통을 다스린다. 작년 겨울이후로 심해진 치통은
견딜만 할때도 있었고, 잠을 이루지 못할정도로 심하기도했다. 그러나 이젠 그런 통증 정도는 익숙해졌다. 치통이 좀 사그러 들자, 바우만은 다시 눈을 감고 오늘이 며칠인지 생각해보았다.
간간히 창문은 덜컹 거렸고, 창틈새로 부는 차가운 바람이 이불속을 파고 들었다.
어제 옆집의 클라라가 그믐날 일정에 대해 물었고, 화요일 마다 있는 카드게임 모임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으니 오늘은 수요일이 맞을게다. 이불을 다시 여미면서, 오늘 할일을 생각해보았다. 오늘은 은퇴가 있다.

마지막 출근의 작은 즐거움을 간직하고 싶은 바우만은 평소의 버릇대로 5분 후에 눈을 뜨려했다. 그러나 바우만은 오늘만큼은 선잠조차 들수 없다는것을 곧 깨달았다.
선잠의 작은 행복은 뒤로 하고 침대에 걸터 앉아 바닥의 차가움을 처음으로 느꼈다. 

바우만은 57년하고도 11개월을 살았다. 

그는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 평가할 만큼 여유가 있는 삶은 아니었지만, 세상에 떨어져 한 몫은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Erwartung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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