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자작 소설] 광역시 히어로 집단 3화

3화

 

 

새벽 5시 50분,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 밖을 나서자
한낮에 비해 그리 따갑지 않은 햇살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벌써부터 아침을 열고 있는 출근 중인 사람들을 보며
나는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만나기로 했던 벤치에 도착하자 길 쪽에 쪼그려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 그녀의 뒷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어제 설치한 캔은 어느 새 치워져 있었고 
주변의 잔디와 흙으로 자국을 덮는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도와주기 위해 다가가자 마침 작업을 다 끝냈는지
자리에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나와 마주쳤다.

 

"좋은 아침이에요. 간밤에 잠은 잘 잤나요?"

 

그녀 역시 운동을 하기 위한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검은 레깅스에 메쉬 소재의 민트색 티셔츠로 가려진
그녀의 몸매는 그동안 운동을 많이 했는지 날씬하고 탄탄해 보였다.
특정 부분으로 시선이 가려는 것을 의식적으로 멈추며
나는 여기서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 물었다.

 

"아침 운동은 아직 몸이 덜 풀려서 다치기 쉬우니 일단 몸부터 풀죠."

 

그녀는 목부터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을 스트레칭했고
나는 운동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동작을 따라했다.

 

"몸이 어느 정도 풀렸으면 달려볼까요? 
 운동 어플로 이 공원을 크게 달려보니 한 바퀴에 약 1km정도 나오더라구요.
 매일 세바퀴 정도 뛸건데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끝까지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뛰자구요."

 

그냥 평범한 조깅같은 걸 하는 거구나.
그녀는 사슴처럼 가볍게 앞으로 뛰어갔고 나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공원을 한 바퀴 뛰었을 때 느낀 것은 3km를 달리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과
그녀는 왠만한 선수만큼 잘 달린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는데
그녀는 그 페이스 그대로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고 
나는 중간에 속도를 늦춰서야 겨우 완주를 할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훔치는 나에게
그녀는 스포츠 음료를 건넸다.

 

"처음이라 많이 힘들죠. 오래 달리기는 정직한 운동이라 
 하는 만큼 꾸준히 성장하는게 보일거에요."

 

과연 그녀의 호흡은 나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10분 정도 휴식 후에 그녀를 따라 철봉 등이 있는 운동기구 쪽에서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했다.
고등학교 때 한 체력측정 이후로 오랜만에 한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는 예상한 대로 그리 많이 하지 못했다.

 

"팔굽혀펴기는 50개부터 자세가 좋지 못하네요. 
 윗몸일으키기도 60개부터는 반동으로 올리는 거 같구요.
 기록보단 정확한 자세로 하는게 중요하니까 
 조바심 내지 말고 꾸준히 하다보면 더 많이 할 수 있을거에요."

 

이후에도 철봉, 단거리(100m, 50m) 달리기 등을 하자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생각 한거보다 굉장히 힘드네요."

 

그녀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처음이라 많이 힘들거에요. 그래도 잘 따라와줬네요."
라고 칭찬해줬다.

 

칭찬을 들으니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다시 벤치로 가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슬슬 말 놓을까요?"

 

갑자기 말을 놓는 것은 잘못하지만 그래도 슬슬 말을 편하게 하는게 좋겠지.

 

"그럴까요?"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앞으로 편하게 지내자며
악수를 청한 뒤 다시 한번 내 연락처를 물었다.

이젠 알려줘도 괜찮겠지.
그녀는 내가 알려준 번호를 등록하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더니 대화방을 만들어 초대했다.

 

[광역시 히어로 집단]

 

"방 이름이 독특하네?"

 

"즉석해서 만들어 봤는데 많이 이상하니? 
 우리의 능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서
 우주나 지구나 대한민국을 지킬 수는 없잖아.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곳 OO광역시를 주 무대로 삼아서 활약하자는 의미로 지은 거야."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지은 이름이 만족스러운 듯 하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목적이 뚜렷해 보여서 좋네."

 

내 대답에 그녀는 'OK 만장일치로 결정'이라며 웃었다.

뭉치기 쉬운 근육을 스트레칭을 하며 풀면서 그녀는 다음 일정을 설명했다.

 

"밤에는 OO GYM 이라는 곳에 가서 운동을 하면 돼. 
 오후 세 시부터 2시간 단위로 프로그램이 있으니 
 편한 시간 아무 때나 가면되지만 왠만하면 운동을 거르지는 마."

 

"OO GYM? 설마 헬스장이야?"

 

오늘 운동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운동이라니 
나보단 체대생이 히어로에 더 적합할 것 같다.

 

"헬스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구는 갖춰져 있지만
 여기는 복싱을 배우는 곳이야. 
 복싱은 순발력을 기르기 알맞는 운동이니까 
 이곳에서 꾸준히 수련하다 보면 몸쓰는 방법을 익힐 수 있을거야."

 

아침 저녁으로 운동이라니, 다음 날 근육통은 이미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군.

 

"히어로 활동은 안해?"

 

일정을 보아하니 정작 중요한 사회정의 구현시간이 없는 것 같아 물었다.
꼭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목표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너무 자주 활동을 하면 꼬리가 밟힐 염려도 있구.
 목표를 찾으면 카톡방으로 알려줄게."

 

여기까지 얘기한 후 그녀는 학교 수업이 있다며 버스를 타러 떠났다.

 

어느 덧 시간은 8시, 나도 슬슬 학교에 가봐야 할 시간이다.
평소에 안하던 운동을 해선지 몸이 좀 늘어졌지만 
그래도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

 

오후 7시에 OO GYM(이하 복싱장)에 가니
이미 내 이름으로 등록이 되있었다.


양쪽 팔에 문신이 가득한 무서운 인상의 관장님께서는

"아까 전에 여자친구가 등록했어요."
라고 말했다.

 

여자친구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데
관장님은 혼잣말로 '동생인가?'라고 중얼거렸다.

 

복싱장은 줄넘기로 워밍업 후 체력단련과 
복싱기술을 병행해서 가르쳐 주는 듯 했다. 
요일마다 커리큘럼이 달라서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아침 운동만큼이나 힘들었다.

 

오늘은 처음 왔기 때문에 워밍업과 체력단련 후
복싱 스텝 밟는 법과 원투펀치를 배웠다.

 

앞에 나와 있는 왼손은 가볍게, 이어서 오른손은 
허리를 틀어 무게를 실어서 때린다.
대각선 모양의 스텝을 유지하면서 원투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나도 빨리 미트나 샌드백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다음 날에도 아침 6시에 공원에 가니 그녀가 몸을 풀고 있었다.

 

"어제 복싱장에 갔더니 여자친구가 이미 등록해놨더라구.
 나는 여자친구가 없는데 말이야."

 

그녀는 웃으며 '원래 관장님이 지레짐작을 잘하셔.' 라고 웃었다.

 

"계좌 알려주면 입금해줄게."

 

"됐어. 히어로 육성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게."

 

"세 달에 20만원이 넘는데?"

 

"사이드킥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투자는 해야지."

 

"너 부자야?"

 

"설마."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복싱 수강료를 투자라고 말했다.

 

"근데 내가 사이드킥이야?"

 

"왜 싫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나는 네비게이터, 너는 인비저블맨. 
 줄여서 네비와 인비라고 부르면 되겠다."

 

약간 유치해 보이지만 다른 이름을 생각하기엔 내 창의력이 부족했다.
아무려면 어때? 그보단.

 

"네 진짜 이름은 뭔데?"

"내 이름?"

 

그녀는 살폿 웃으며 '히어로의 정체는 함부로 밝힐 수 없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는 내 이름 알잖아."

 

"번호 등록하니까 카톡에 이름있던데?"

 

그런 방법이었구나. 그런데 어제 확인한 바 그녀의 이름은 '안테나'로 등록되어 있었다.

 

"혹시 이름이 안테나야?"

 

"응."

 

"거짓말 하지마!"

 

그녀는 웃으며 운동하자며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결국 그녀의 이름은 듣지 못했다.

 

---

 

운동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카톡방에 그녀가 메시지를 남겼다.

 

[목표 발견, 내일 만나서 얘기해 줄게]

 

나는 목표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얼마 전 카톡방은 보안에도 취약하고
쉽게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반드시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 다음 날까지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 공원에서 그녀는 목표에 대한 프로필을 읊기 시작했다.

 

"목표는 조직적으로 대포차를 유통하는 사기꾼이야.
 법인 명의로 차량을 승계한 다음 법인을 폐업하고 차량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고 해. 
 이 사기꾼때문에 차량분실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 데다가  
 대포차로 낸 사고는 차주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기 때문에 
 뺑소니나 음주운전 등 다양한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어."

 

"나쁜 놈인건 확실한 것 같은데, 이런 건 경찰에 신고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녀는 쉽지 않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확실한 물증없이 경찰을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상대는 노련한 사기꾼이라 적당히 빠져나갈 구멍도 많이 만들어 놓은 것 같고."

 

이런 정보는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일단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준비할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있다가 다시 볼 수 있을까?
 오후 네시나 다섯시 쯤에 시간돼?"

 

나는 아무 것도 없는 한가한 스케쥴을 잠깐 고민하는 척하며 
다섯 시 쯤에 만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다섯 시에 OO구에 있는 OO카페에서 보자며 헤어졌다.

 

---

 

집을 나서려는데 카톡알림음이 울렸다.


[아참, 통화기능이 있는 이어폰이랑 백팩도 챙겨와!]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학교갈 때 쓰는 가방을 챙긴 뒤 
늦지 않게 OO구에 있는 OO카페에 도착했다.

그녀는 시원하게 어깨가 드러난 원피스를 입고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듯 의자를 두드렸다.
자리에 앉으니 그녀는 조용하게 계획을 설명했다.

 

"우리가 할 일은 역시 간단해. 차 유리창에 이걸 붙이는 거야."

그냥 슥하고 내보인 종이는 '도난 차량'이라는 붉은 볼드체의 글씨가 커다랗게 적혀있었다.

"이거 특수처리된 스티커라서 깔끔하게 떨어지지도 않아 고생 좀 하겠지만
 중요한 건 누군가 자신의 사기행각을 알고 있다는 경고를 전달하는 거지.
 다만..."

 

"다만?"

 

"차량 대수가 좀 많아. 개인 보관소에 있는 차량을 제외하더라도
 총 9대나 있어. 오늘 중에 하지 않으면 상대도 행동을 취할테니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돼."

 

붙이기만 하는 거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거 같은데.

 

"그럼 바로 시작하지 뭐."

 

카페에서 나와 차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그녀가 우뚝 멈춰 섰다.

 

"저기 보이는 아파트 단지 보이지?"

 

그곳은 OO광역시에서 가장 비싸다고 유명한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도록 입구에는 경비실이 딸려 있어 쉽게 들어가 어려워 보였다.

 

"저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2층에 가면 도난차량이 3대 있어.
 차량은 45서 1231 흰색 벤츠 S클래스, 345다 1123 검은색 BMW8 시리즈,
 23마 1255 흰색 포르쉐 카이엔이야."

 

"잠깐!"

 

나는 그녀의 폭포수 같은 말을 멈춰 세웠다.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둘다 중요한 거야."

 

그녀는 '무슨 문제인데?' 라고 되물었다.

 

"첫 번째 문제는 보시다시피 저 아파트는 외부인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거야.
 담 주변에는 CCTV도 많고 정문으로 통과하자니 경비원이랑 번호키가 있어."

흠.. 그녀는 별로 놀란 기색없이 두 번째 문제에 대해 물었다.

"두 번째 문제는 내가 차 번호를 외우기 어렵다는 거야."

 

그녀는 크게 웃을 뻔하다가 간신히 참고는 


"이어폰을 끼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둘 다 해결 가능해.
 이 네비를 믿고 행동하시오. 인비씨."
라고 말했다.

 

약간 미심쩍었지만 여차하면 되돌아가면 되는 거니까
나는 시키는 대로 이어폰을 끼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지금부턴 대답하지 말고 듣고 행동만 해.]

 

반사적으로 알았다고 말해 한 차례 혼난 다음 
나는 체스판의 말처럼 그녀의 지령에 따라 움직였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간단해. 너는 인비저블맨이니까.]

 

실제 투명인간도 아닌데 뭐가 간단하다는 거지?

 

[지금부터 자연스럽게 정문으로 걸어가. 절대로 멈춰서거나 주변을 둘러보면 안돼.
 정 자신이 없으면 보도블럭 보이지? 평소 걸음속도로 보도블럭 2개 정도 간격으로
 밟으면서 직진해.]

 

나는 일단 걷기로 했다. 역시 자신은 없었기 때문에 바닥의 보도블럭을 보면서
빨간색과 하얀색의 네모난 보도블럭을 보면서 걷다보니
어느 샌가 정문까지는 10m정도 남아 있었다.
굳게 닫힌 정문을 보니 작전은 실패한게 아닐까?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조금 더 걷자 
문 안쪽에서 입주민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유모차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문을 한참이나 잡고 있었고
나는 타이밍 좋게 그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문을 통과하면서 뒤통수가 따끔해 경비실 안을 보고 싶었지만
절대로 주변을 둘러보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바닥만 보면서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정면에 보이는 아파트 옆 쪽으로 가면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외부계단이 있어.
 계단입구에 CCTV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동일하게 자연스럽게 진입한 후
 계단을 내려가면서 가방안에 있는 셔츠와 모자를 써.
 그리고 지하 주차장 2층에 들어가기 전에 스티커 세장을 꺼내]

 

설명을 들으면서 네비가 말한 계단에 거의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거리였지만 긴장이 조금 됐는지 발걸음은 멀게만 느껴졌다.
계단 입구에서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어간 후 계단을 내려가면서 네비에게서 
건네 받은 셔츠와 모자를 백팩에서 꺼내 입었다.
 
2층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네비는 곧바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A구역에 12가 2345 검은색 벤츠 S클래스, C구역에 345다 1123 흰색 BMW8 시리즈,
 45서 1233 흰색 포르쉐 카이엔이 있어. 지금부터 걸어가면서 스티커를 제거하면 돼]

 

B4 정도 크기의 종이의 스티커 보호필름을 제거하자 뒷면은 놀라울 정도로 끈적였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이후 네비는 아주 세심하게 지시했다.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구석에 흰색 벤츠가 보일거야. 번호는 45서 1231.
 주변에 벤츠는 없으니까 헷갈리진 않을 거라 믿어. 차량 정면 창문에 붙이면 돼.]

 

긴장감 때문인지 손에 땀이 차는 것 같았지만 들고 있는 스티커 때문에 땀을 닦을 수도 없었다.
나는 보폭이 빨라지거나 부자연스럽게 행동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흰색 벤츠 창문에 스티커를 붙였다. 
반듯하게 붙이지는 못했지만 살짝 기울여 붙인 모양이 더 위협적으로 보이는게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남은 차량 2대도 네비의 상세한 지시를 들으며 무사히 붙일 수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네비는 다시 하와이안 셔츠와 모자를 백팩에 넣으라고 하였고
나는 어느새 땀에 젖어 있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환복하였다.

 

'이제 어떻게 나가지.'

 

[수고했어. 이제 아까 나왔던 문쪽으로 와. 지금은 문이 열려있으니까 들어왔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걸어 나오면서 문을 닫아.]

 

정문쪽에 도착하자 네비의 말대로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나오면서 문을 닫고는
네비가 있었던 장소로 향했다.

 

아주 잠시 동안의 작전행동이었지만 나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그녀는 약간 피곤해 보이는 안색이었다.

 

"오늘은 이만 하자."

 

아까 듣기론 차량은 총 9대라고 한거 같은데.

 

"남은 차량은 어쩌고?"

 

그녀는 걸으면서 말하자며 발걸음을 뗐다.

 

"더 이상 하다가는 정체를 들킬 수도 있어서 오늘은 그만하는게 좋겠어."

 

나름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작업하면서 특별히 마주친 사람도 없었고 이만하면 괜찮지 않았어?"

 

그녀는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너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너가 의심될 수도 있었던 위기가 두 차례나 있었어. 
 더 이상 하다간 너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남길 수도 있어 그만하자고 한 거야."

 

나는 충분히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지만 눈에 걸리는 실수가 몇 번 있었나 보다.

 

"너의 능력은 거의 천부적인 거라 특별히 수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꿨어. 너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겠어."

 

사실 능력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게 아닐까.
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서
그녀가 말하는 대로 오늘은 이만 해산했다.


-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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