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끝까지 가보자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의 엔진 소리만 들었다. 우린 꼭 귀가 먹은 것 같이 아니면 입을 봉해버린 것 같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바뀌지 않는 풍경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어떤 표현도 필요 없었다. 우린 그냥 손을 잡고 여길 무한정 달리고 있단 것을 만족스러웠다. 햇살이 뜨거워지면 구름이 달려와서 우릴 지켜줬다. 구름이 비를 내리려 하면 바람이 달려와서 구름을 밀어주었다. 세상엔 둘 밖에 없고 우린 주인공 같았다.

, 있잖아. 기억나?”

그게 무려 열 시간을 달리고 난 뒤에 하는 너의 첫 말이었다.

?”

예전에 둘이 같이 세상의 끝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그랬나? 바보 같아! 그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했네.”

, 난 있잖아. 여기가 세상의 끝 같아.”

넌 쥐고 있던 손을 다시 고쳐 잡고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을 주었다가 다시 풀었다가, 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손을 가볍게 두들겼다.

어릴 때 했던 게임이 있거든, 지도의 끝에 가면 반대편으로 보내져서. 다시 지도를 가로지르면 또 반대로 가는 거야. 그러니 그 작은 공간이 무한히 이어져 있는 것 같이 보였어.”

그렇구나.”

. 우리 벌써 아주 아주 아주 오랜 시간 같은 풍경만 보고 달리고 있거든. 이 풍경이 계속 된다면 여기가 세상의 끝 일 거라고 생각해.”

낯부끄러운 말 때문에, 잠시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았다. 애꿎은 손만 쥐락펴락 하며 깍지를 꼈다.

다행이네, 같이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 영원히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린 정말 바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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