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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스물다섯에 죽었다.

친구는 스물다섯에 죽었다. 사인은 자살 직접사인은 경추골절하고 뭐가 뒤에 붙어있는 이름이었는데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죽었다. 다만 그냥 지상8층 옥상에서 지상1층 경비실의 천장을 쾅 부수고 떨어져 죽었다. 난리도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112와 119를 동시에 부르고 바닥엔 피가 흥건하고 친구의 몸이 터지면서 파편이 널려있고, 그런 장면을 상상한다. 사실인지는 모르다. 점심을먹다 알게되었으니까. 정확히는 알밥집에서 고등어구이를 먹고 직원들과 차 한잔 마시다가 전화를 받고 알았으니까 마음이.

 안좋지도 좋지도 않았다. 친한친구인데 몸에 기운이 없었고 맥이 탁 풀린채로 꿈을꾸듯 시간을 흘려보냈고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안으로 운것같다. 안으로 운지는 아리송하지만 안으로 운것도 같다. 그냥 어쩐지 영정사진도 비현실적이고 좀 청승맞게 오버하는 것 같았다. 좀 멍청하기도 하였으며 체념보다 더한 체념에 아무것도 쥐곡있는게 없는것도 같았다. 그냥 바람같았다. 바람이 몸을감고 스처 지나간것 같았다. 너 어디있니하면 이미 아주 먼 곳으로 가서 소리도 흔적도 안남는 바람같았다. 아쉬움도 그리움도 통용되지 않는것에 무슨 감정을 가져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나는 그냥 스물다섯에 죽은 내 친구에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내 친구의 죽음에 관해 내게 묻지 않았으며 나도 단 한번도 내 친구의 죽음에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내 친구가 스물다섯에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했고, 기억하고 있고, 기억할 것 같다. 이건 왜 일까. 죽음이 남기는것은 이런것일까. 죽음이 남기는것은 미소일까. 하얀이빨이 다 드러나게 웃던 183센티에 잘생긴 내 친구의 미소가 죽음이 남긴 것 일까.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아고 그때 내가 느끼던 감정과 그 순간의 분위기가 죽음이 남기는 것일까 나는.

 가만히 친구를 생각할떄면 아주 오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있는데 없는것을 생각하는것도 같고, 없는데 만들어낸것을 있다고 굳게 믿고있는것도 같으며 다시 돌아서. 있다고 믿으면 있고 없다고 믿으면 없는것을 생각하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이내, 슬퍼지고 허무해지고 이상해지며 그래서 웃게된다.

 내 친구는 스물다섯에 죽었다.

 내 친구는 가끔 나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었고, 맛있는 밥을 사줬으며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만났다.

 내 친구는 스물다섯에 죽었다.

 내 친구는 스물다섯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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