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끄적끄적 써 본 문장

 그녀의 눈에서 석류즙처럼 붉은 눈물이 새어나왔다. 그녀가 말했다.

 

 "제 눈물이 어떻게 보여요?"

 "피처럼 보여."

 "그래요. 이건 피눈물이에요. 그래서 당신에게는 그렇게 보이죠."

 "그게 무슨 말이야?"

 "저한테는 눈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피로 보인다는 말이에요. 피눈물은 자신과 타인을 분리해요. 그것은 두께가 없지만 국경보다 두껍고, 농도가 없지만 밤보다 짙은 경계예요. 둘은 그 경계를 뚫고 섞일 수 없어요. 그래서 둘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둘은 하나가 될 수 없어요. 둘은 둘로만 남아요. 같은 극처럼 서로 미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저라고, 당신은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서로를 아울러 우리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저와 당신이라고 불러야 하죠. 물과 기름을 따로 부를 수는 있어도 그 둘을 아우르는 하나의 새로운 단어는 없잖아요? 저는 기름과 같아요. 모든 사람으로부터 분리되는 존재예요. 저는 사람과 함께하면 안 돼요. 함께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함께하지 않는 거예요. 소용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당신도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당신과 함께하지 않아요. 태양이 땅에 빛을 흩뿌리지만 태양 자신이 땅에 다가갈 수 없고, 별에게 소원을 빌지만 사람 자신이 별에 다가갈 수 없듯이, 저와 당신은 서로를 볼 수 있지만 아무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어요. 투명한 경계 밖에서 불투명한 서로를 바라보는 게 고작이죠."

 "하지만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다면 대화는 어떻게 가능한 거지? 목소리는 곧 너의 일부고 나의 일부잖아. 서로가 닿을 수 없다면 서로의 목소리도 닿을 수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저와 당신 자체가 아니니까요. 목소리는 결국 소리예요. 바람에게서 빌린 것이죠. 바람은 가를 수 없죠.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에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기에 분리할 수 없죠. 저와 당신이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모든 것은 저와 당신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저와 당신 자체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 분리의 대상이 될 수 없죠."

 

 밤하늘은 순수한 어둠을 피우고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신선한 검정. 별들은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오늘도 같은 춤을 춘다. 지평선 너머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은하수는 달보다 밝아 보였다. 실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내게 닿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처럼. 그렇기에 그는 소원만 빌기로 했다.

 

 "그래. 너는 스스로의 저주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지.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면 가능하겠지. 내 선물은 받을 수 있나?"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방긋 웃었다.

 

 "당연하죠. 제게 무엇을 주시려고? 내심 기대되네요."

 "내가 아껴 두던 약. 혹은 내 유품."

 

 잠시 정적이 흐느꼈다.

 

 "어…… 네? 유품이요?"

 "잘 간직하라는 의미에서 귀한 걸 주는 거야. 시간상 긴 말은 더 이상 못해. 그러니 몇 마디만 말하지. 그 물건은 네 저주를 억제할 수 있어. 아예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이상 저주는 발동되지 않을 거야."

 

 충격의 미로 속에서 그녀는 신음하듯 말했다.

 

 "잠시만요. 다시 말하라고는 안 하겠어요. 하지만 유품이라는 건 무슨 의미예요?"

 "좀 더 고상하게 말해 줘야 했나? 어려서부터 실컷 뛰어다녔으니 이제는 바람이 되어 하늘을 유람해 보겠다는 말이다."

 

 그녀가 눈을 깜빡였을 때 그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왜 벌써 가신 거예요. 아직 못한 말도 많은데. 그녀는 그가 있던 자리로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아직 못한 말도 많은데. 그녀는 은하수의 후광, 등불과 달의 정광을 받으며 양옆으로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그림자는 좌우로 찢어진 모양이었고, 그것은 그녀의 심정을 시각화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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