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썰을 게임판에 올리려다가 여기 올림

[배틀 그라운드 썰] 게임하다 미친 한국인을 만났다.




그놈이 미친놈이라는 것을 대기섬에서 미리 깨달아야만 했다.

 

나와 내 친구 둘이서 항상 하던 대로 3인 스쿼드를 돌렸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랜덤으로 잡힌 한명의 출신지를 조사했다.

 

"hello? where r u form?"

 

"오우! 킴취 좋아요! 사랑해욘에가 중게!"

 

한국인이었다. 다시 보니 아이디도 sunbizombie그 발음과 유쾌함을 글로 옮길 수 없을 만큼 하이 톤의 남자는 단 한마디로 우리 스쿼드를 폭소하게 하였고 우리 역시 그에 맞춰서 '부르고기 조아효! 촉발 사랑해효!' 하며 유쾌하게 웃으며 농을 던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00초는 순식간에 지나버렸다.

 

비행기의 진행방향은 몹시 평범하게도 밀베와 밀타 사이를 지나가는 코스였다. 우리는 대기섬에서 너무 흥분하여 '밀베 고! 디귿디귿 고고!'를 외쳤고 sunbizombie도 끊임없이 '! ! 호우!'를 외치며 같이 비행기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 스쿼드는 곧바로 현실을 깨닫고 말았다. 항상 하던 대로 Alt를 누른 채 좌우를 확인하였고 어째서인지 하늘과 사람이 반쯤 섞여 보이는 현실에 인게임 채팅이 아닌 디스코드로 대화를 나누었다.

 

"....행님 좀 많은데요? 일단 외곽에 내리죠?"

 

"... 그러게...대강 봐도 5스쿼드 정도 같은데..."

 

그리고 방향을 돌려 활주로로 떨어졌고 곧바로 sunbizombie의 채팅이 이어졌다.

 

"밀베라며? 디귿자라며!"

 

"..죄송해요...너무 많아서 외곽으로 빠졌어요"

 

".....나 버리는거에요? 나 버리는 거야?"

 

하이 톤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음침한 로우톤의 목소리가 헤드셋을 진동시켰다. 얼마나 낮은 목소리였는지 헤드셋의 진동이 느껴지는 착각도 들었다.

 

sunbizombie는 예정대로 디귿자 건물(기숙사라고도 하더라)에 떨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끼리 그의 묵념을 빌어주며 이른 추도사를 던졌다. 유쾌하고 좋은 친구였는데 아쉽다. 얼마 만에 만나 한국인인데... 구하러 가지 못해 미안하다... 등의 얘기를 나누며 10초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밀베는 언제나 그렇듯이 총성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이디를 확인하기도 힘들만큼 빠르게 킬로그가 갱신되었다.

 

"호우! 인간사냥이다!"

 

sunbizombie는 아까의 하이 톤으로 돌아와서 외쳐댔다. 그리고 킬로그가 하늘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광경을 킬로그를 통해서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쓰는 총도 다양했다. S1897, P92, 마체테, 프라이팬, 프라이팬, AKM, SKS, M16, R1895 등등 그의 무기는 계속 바뀌었다. 특히 R1895로 킬을 할 때는

 

"석양이 진다... 또 진다... 계속 진다...."

 

를 외쳐댔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됐나 싶더라도

 

"오늘의 미친놈은 나야 나~! 나야 나~!"

 

"빼쇼넹 샤빠 모흐가흐~"

 

"아무도 내게서 숨진 몬해~"

 

등등 온갖 드립을 날려댔다. 우리도 처음에는 웃으며 듣다가 사플이 필요한 시점에서 채팅을 뮤트시키고 게임에 집중했다.

 

다시아를 구해 밀베를 벗어나 다리근처 집에 잠복했던 스쿼드를 몰살시키고 파밍도중 후배 한명이 레토나 소리를 들었고 우리는 곧바로 창문에 달라붙어 사격준비를 했다. 하지만 맵에 나타난 것은 바로 sunbizombie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반갑고 신기하고 놀라웠고 다시 채팅을 언뮤트 하여 환호하였다. 하지만 sunbizombie는 침묵했다. 그리고 밖에서 시체를 파밍하던 친구 한명을 죽여 버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놀라 그를 쏘았지만 그는 곧바로 우리가 잠복했던 건물의 담에 엄폐하였다. 그리고 sunbizombie는 입을 열었고 우리는 그의 로우 톤 목소리에 소름끼치고 말았다.

 

"왜 날 버린 거야?"

 

"왜 아무도 대답을 안해주는거야?"

 

"나 버리는 거야? 버림받은 거야?"

 

이러한 말은 멈추지 않았다. 창문을 쏘며 우리를 견제하는 와중에도 수류탄과 연막을 던져대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수류탄 소리가 잠잠해지고, 창문은 다 깨졌고, 연막연기가 사라지고 나서야 sunbizombie의 말은 멈추었다. 이미 나를 제외한 스쿼드는 건물의 2층에서 계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감히 바깥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내미는 거 같으면 총알이 날아왔었다.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sunbizombie의 소리가 들렸다.

 

"흑흑흑"

 

소름끼치는 흐느낌이었다. 소름이 돋는 로우 톤도 흥이 넘치는 하이 톤이 아닌 진짜 흐느낌이었다. 그 흐느낌은 멈추지 않았다. 게임을 하는 우리는 감히 화면에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원이 줄어들 때까지 몇 초가 남았는지도, 지금 총알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오로지 우리는 계단과 sunbizombie의 흐느낌에 집중되었다. 우리는 그의 흐느낌에 집중하다가 곧바로 말을 걸었다. '이러지 말자. 한명 죽었지 않느냐. 미안하다.' 등등의 말을 꺼냈지만 그의 대답은 흐느낌뿐이었다.

 

우리는 이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가 곧바로 이 상황을 타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명 이서 설마 한명을 못 죽이겠냐는 생각에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후배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뚜벅. 흐느낌이 멈추었다.

 

뚜벅. 그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뚜벅. 우리도 조용해졌다.

 

뚜벅...... 그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히히힛 히히힛 히히히히히히히히힛

 

그리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지금도 잘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계단에서 갑자기 마스크를 쓴 그가 나타났고 총소리가 꽤 들렸고 나도 총을 몇 번 쏘았고 곧바로 우리는 기절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sunbizombie는 기절하여 엎드린 우리들의 시체의 중간에 섰다.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속삭이듯이 말을 했다.

 

 

"같이 살 수 없다면 같이 죽어버리자 히히히히"

 

 

그리고 그는 수류탄으로 자폭하였고 회색화면으로 게임이 뒤덮였다. 스쿼드를 하던 나와 친구들은 몇 초간 조용히 화면만을 응시하다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애써 크게 웃고야 말았다. 하하하하 겁나 미친놈이네 하하하하하하하 그러게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우리는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갔다. 서로 그 상황이 굉장히 웃긴 상황임을 증명하려 애썼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크게 웃으며 넘기려 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스쿼드를 돌릴 때마다 그를 잊을 수 없다. 대기섬에서 랜덤으로 잡힌 익명의 스쿼드원에게 물어볼 때마다 그를 떠올리수 밖에 없는 것이다.

 

"Hello? Where r u from?"

1개의 댓글

2017.06.19
이걸 여기다가 올리는게 맞나? 게임판으로 옮겨야 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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