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입원기

때는 2014년, 무더위가 파리떼마냥 덮쳐오는 여름이었다.


당시의 나는 기분 부전장애로 몇개월 전부터 약을 먹고 있어서 입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시국의 흐름이 조금 이상했던것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리가 비었던것 때문인지 춘천에 있는 K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통보에 아무 생각 없이 짐을 챙겼는데, 보통 병실을 지나쳐 정신과 입원실의 철문앞에 선 순간에야 비로소 폐쇄병동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지.


단순 구조도.jpg



벌써 꽤 시간이 지났는데,  그래도 아직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을 대충 묘사해보면 위의 그림이 나옴.


노란색은 독방 혹은 의사및 간호사들의 방(맨 위 노란색은 독방, 그밑은 간호사 근무장소, 맨 밑 의사 근무 장소) 회색은 책장, 하늘색은 탁자,  보라색은 운동기구, 갈색은 책장


빨강은 화장실 분홍은 게시판 짙은 파랑은 나가는 문, 초록색은 수면구역 연두는 공중전화 검은색은 의자(TV가 있는 의자부분은 소파)



처음 도착했을땐 독방에 가서 옷을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물건을 검사해서 병실 내에서 쓸 수 없는 물건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꽤 까다롭게 물건을 검사함.


편의상 표현하자면 이른바 검열되는 물건인데, 자해 및 자살 시도를 할 수 있는 모든 물건. 즉 끈으로 풀어 쓸 수 있는 물건이나 뾰족한 물건, 금속재질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물건이 해당됨. 당연하게도 샤프, 샤프심, 연필또한 반입이 안되서 입원생활중엔 플러스펜을 썼음. 



일과는 기상-체조-식사-아침약 복용-아침 활동-점심-점심약 복용-오후 치료-저녁식사-샤워-자유시간-저녁약-수면을 반복함. 화장실은 2~3인 1조로 간호사나 의사에게 간다고 허락을 맡고 가게됨. 


매일마다 체조나 오전, 오후의 치료방법은 달랐음. 월/수/금에는 국민 체조나 도수체조를 했으면 화/목에는 요가를 하듯이. 매일 그림치료, 음악치료, 카드로 알아보는 심리치료, 영화보기 등 월~금에는 항상 이런 치료를 받은거 같음.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만 그렇게 치료하고 나머지는 다 자유시간이라 TV를 보던가 책을 읽던가 했었지. 보드 게임도 있었는데 카탄의 개척자기 그렇게 재밌더라.  당시엔 룰 브레이커 재방송을 한창 돌려보던 중이라 인디언 홀덤을 하려고 바둑알을 칩으로 하고 다른 보드게임에서 쓰는 판데기 가지고 하기도 했었고. 물론 낮에 이랬고 아침엔 대부분 그냥 적당히 느러누워서 잤음. 특히 나는 약물 부작용떄문에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서 심할떈 아침도 안먹고 소파에 시체마냥 드러눕기도 했었음. 나중엔 손도 떨고 했는데 이건 약을 줄이니까 사라지더라.


그렇게 한 4주 입원했다가 퇴원했고, 약은 더 처방받는거 까먹어서 4개월동안 복용했던 약 복용을 도중에 중단하게 됬는데 2주일만에 금단증상 나타나서 1주일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거의 잠만자다가 겨우 극복했음.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있긴 한데, 효과가 있으니 약을 줄여보자, 이제 괜찮은것 같으니 약을 끊어보자 같은 말 없이 그냥 끊어버린것 떄문에 완전히 치료된건 아니라서, 지금도 가끔 뜬금없이 우울함이나 자살충동이 치밀어 오르곤 함.



그러니 가급적이면 우울하다고 약부터 먹거나 하는건 삼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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