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상담 판

즐겨찾기
최근 방문 게시판

고기집 잠깐 일해봤다가 그만둔 썰

316803d1 12 일 전 319

아는 친구가 해외에서 고기집을 운영중인데,

"너 혹시 하고 싶냐"하고 물어보길래,

 

"야 내가 무슨 고기집이냐 나 그런거 못한다-"

"혹시 아냐 적성에 맞을지"

"어디 들어가서 한번 두세달 서빙부터 해보고 적성 맞으면 연락줘라-" 이러더라고.

 

어차피 이전에 하던 일 실업급여 수급도 딱 끝난 타이밍이라서 해봤는데...

야... 이거 쉽지 않더라.

 

어차피 요식업계인거 비슷할텐데 뭐가 그리 다르겠나 싶었는데 그냥 실제로 가서 보니 뭔가 굉장히 억척스러움.

 

나보다 어린 직원은 뭔가 고기집에 처음 일해본다는데 나이까지 많으니

날 유난히 불편해하고 뭔가 군기덜빠진 느낌으로 날 갈구는듯 아닌듯한 느낌으로 대하는데,

어찌되었건 자기 나름대로의 일관성은 있어서 이건 전혀 기분이 나쁘진 않았음.

본인만 모르지 그냥 하는 말에 자존심만 살려주면 되는 문제라서...

 

근데 내 옆을 보면 나도 이제 20대 후반인데 나보다 30대 중반 형님께서 서빙 경력직이라는데,

무례할 의도는 전혀 없이, 난 서빙이라는 쪽에도 경력직 개념이 붙는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음...

그런데 말하는걸 들어보니 급여는 똑같음. 아마도 그냥 식당일 텃새에 좀 면역력이 있다 정도로 통하는 개념같음.

 

중국인 이모는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중간중간 은연중에 애매하게 무시당하고 있는건 좀 안타깝더라.

 

운영방식은 좀 주먹구구임.

분점도 여러개인 모양이던데 매뉴얼화 된 것 없이 우리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 왜 안함?인데

 

배우지않았나요? 왜 모르죠?

 

머리속으로 물음표 한 세개정도 띄워보고 생각해보니

 

중국인 이모가 부재료 취급을 알려줬는데 발음이 부정확해서 갯수가 다른 거였음.

근데 이건 애초에 규모가 좀 있음에도 가족오락관놀이를 하는 체계의 문제지 사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함.

 

다른 물 먹은 척하면 바로 쫓겨날테니 그냥 어벙이인 척하면서 아 예 ㅎㅎ...했는데,

이제 그게 차츰차츰 쌓였더니 슬슬 가스라이팅으로 돌아와서 생으로 지침...

 

갑자기 쉬는 시간에 혼자 앉아 있는데 반삭 빡빡이 아저씨가 내 앞에 앉더니...

자기가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받은 썰을 막 품...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왜하는거지 싶어서 너무 혼란스러웠는데,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조용히 그냥 그렇군요 하면서 이야기 들어줌.

장사 망하고 집에 돌아가면 우두커니 적막하고 할게없어서 소주 들이키고 뭐 들이 박았다나...

 

근데 그 빡종 퇴사 직전

 

유난히 복통땜에 땀 뻘뻘나고 배아파서 지쳐 있었는데,

 

그 집행유예아저씨가

내가 배가 쓰려서 우두커니 어줍잖게 걸레질하니까

너 초등학교때 뭐했길래 걸레질을 이런식으로 하냐

인생을 희한하게 살았네 하는 둥 갑자기 존나 급발진을 함ㅋㅋㅋ

 

솔직히 걸레질 바보같이 한 건 맞는데 걸레질이 그냥 걸레질이지.

 

갑자기 스위치가 확 들어와서 씨발 한번 들이 박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집행유예인 인간이 지금 내 인생을 평가한건가? 생각하니까 극심하게 현타 와서 식음.

 

어차피 저런 사람이랑 싸우면 나만 잃을 것 같다는 결론이 들어서 조용히 사장님한테 전화함.

 

사장님도 해당 아저씨가 집행유예인거 처음 알았다고 함...

사장님이 "가서 대신 어떻게 해드릴까요?"하고 물어봐주셨는데,

 

전화로 얘기해다가 의식의 흐름을 더듬어보니...

뭔가 그냥 불만이라기보다는 다른 세상이구나 싶어서, 그냥 그만두겠습니다 함.

사장님은 점잖은 신사분이셔서 잘 이야기하고 그냥 더 출근할 필요 없이 퇴사하고 나옴.

 

내내 놀라울 정도로 굿 리스너인데다가 엄청 신사적이셨는데,

이 사람은 다른 곳에서 회사생활했어도 좋은 직급에 계셨겠다 싶었음.

 

문득 처음에 나한테 고기집 규모 확장하면 같이 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던 친구 평소 성격 생각도 딱 났는데...

이런 업장을 다루려면 사람이 둥글둥글해야 기 센 사람들 끌고 고기집 운영할 수 있는거 아닐까.. 생각한다.

 

.

.

 

5개의 댓글

08c8f8ff
12 일 전

이런 곳을 다루려면 사람이 둥글둥글해야 기 센 사람들 끌고 고기집 운영할 수 있는거 아닐까.. 생각한다.

 

-> ㄹㅇ 공감함

장사가 힘든게 사람때문이지 손님이든 직원이든

0
316803d1
12 일 전
@08c8f8ff

쉽지않더라...

0
16736475
12 일 전

원래 하던일이 좀 고상한 쪽이었음?

0
316803d1
12 일 전
@16736475

고상하다고하면 저쪽사람들을 험하다고 말하는 꼴이라 그 표현은 좀 그렇고 좀 상대적으로 조용조용했음.

1
d589ab4f
12 일 전

좋은 글 잘봤어...혹시 원래는 뭐하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외식업이었어?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7998 급식들한테 존대말 하면 찐따같아보임? 2 a5e5b692 8 분 전 43
407997 30대 초반 키 157 여자 데일리백 추천점 5 988993e0 10 분 전 58
407996 퇴사하고 싶은게 고민 1 4bea3048 10 분 전 27
407995 ㅈ소충에 박봉이라 연애할 자신이 없어 12 b6c4219f 15 분 전 74
407994 다이어트중인데 체중 재는거 무슨 기준으로 해야하냐 10 610d918b 23 분 전 48
407993 상담센터 가려고 하는데 어느 곳 가야하지 1 71190180 33 분 전 37
407992 망한거냐? 4 6b3fba03 41 분 전 63
407991 혹시 부동산 등기부 잘보는 사람있어? 19 33367216 49 분 전 81
407990 힘들때 짜증내는 여친 너무 실증난다 6 5bf57b9e 58 분 전 121
407989 갑자기 나보고 교육받아서 알아오라는데..엑셀자동화+ 파이썬... 3 ee19fe40 58 분 전 49
407988 하반신 마취 아프냐 제발 안아프다고 해주라 7 c0859e4a 1 시간 전 83
407987 아 회피형 남친 글보니까 갑자기 개빡치는게 3 e0daed8f 1 시간 전 214
407986 남친이 잠수 탐 50 7efe6f1f 1 시간 전 424
407985 과대평가vs과소평가하는 상사? 3 6942608d 2 시간 전 84
407984 원룸 월세 살다가 중간에 자유롭게 나갈수 있지? 6 ae2cecd0 2 시간 전 175
407983 겨털 없애는 법만 나오는데 나는법은 없나요 5 9fc588b8 2 시간 전 134
407982 차 구매 고민 25 962ed349 3 시간 전 232
407981 지난주 소개팅 다녀오고 별 마음 없었는데 16 38c91b0c 3 시간 전 395
407980 사장이 나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낼려고함 6 6942608d 3 시간 전 275
407979 사무쪽으로 컴퓨터 잘다루시는분 헬프좀요 ㅠ 7 fd5c863d 3 시간 전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