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만난건 스물의 갓 성인이 됐을때였어, 첫인상과 다르게 마음이 맞는 친구로 오래오래 친하게 지냈었지

그러다 스물여섯에 너의 고백으로 시작된 사랑은 서른하나까지 이어졌어

친구로 6년 애인으로 5년 

너와 20대를 함께하며 모든게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고 부족했었다고 생각해

그치만 처음이라 설래고 재미있고 행복했어...

처음 데이트 한 날, 처음 외박한 날, 처음 친구들한테 소개하던날, 처음 너랑 떠나본 여행까지...

그거 아니더라도 맛있는거 먹으면 니 생각이나고 너랑 함께하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너무 즐거웠지

그래도 우리 약속대로 사랑하지 않게 돼서 헤어지자 했으니 널 붙잡지 않을께

사진 정리해달라고 해서 보는데 심장이 터질꺼 같다는게 뭔지 알겠더라...

근데 슬퍼도 눈물도 안난다. 왤까?

너와 함께한 지난 추억들이 사진으로 가득한데 그 안에 너와 나는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이젠 전부 지워야하네...

널 더이상 붙잡고 있기에는 우리는 너무 가난했고 부모님 반대도 심하셨지. 만약 내가 가족들 다 버리고 뛰쳐나와서 너랑 같이 월세 단칸방에서라도 시작하자고 했다면 넌 날 사랑했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부족해서 널 채워주지 못했으니 결국 날 떠나게 됐을까?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널 붙잡지 못했지만 난 여전히 널 사랑해

이제는 니 얼굴도 볼 수 없을까 겁이나고, 너라는 사람이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앞날이 저주스러워

그냥 전처럼 친구라도 될 수 있음 어떨까?

나 더 욕심 안낼께 사귀기 전처럼 가끔 안부 전하고 오랜만에 만나면 너무 반갑고.. 그리고 너 좋은사람 만나면 축하해주고

그렇게라도 눈에 담았으면 좋겠어

니가 고백하면서 헤어지면 평생갈 친구 잃을까봐 겁난다고 했잖아

나 친구 잘할수 있어 불편하게 티 안낼께 제발 갑자기 내앞에서 사라지지 말아줘

전에 개드립 고민게시판에 싸우고 글썼다가 니가 보고는 엄청 화냈잖아...

이번에도 혹시 본다면 이게 너한테는 담담하게 알겠다고 한 내 속내야,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데 사랑하지 않으면 보내주기로 한 그 약속하나 마지막으로 그거라도 지켜주려고 너한테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울고불고 붙잡지 못했던 내 마지막 허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