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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동안 기간제 교사를 했다

1730c2ab 2018.02.14 654
임용시험만 준비를 해왔는데 나이만 먹는거 같고
자존감이 떨어져서 뭐라도 하자는 마음에 기간제를 시작했다.

합격을 했다면 연수를 받아서 어느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런게 없었던 나는 모든게 처음이고 두려웠다.

3월 한달동안은 부장쌤이 시키는 기본적인 일들만 하고
수업도 처음이라 1년이 지난 내가 하는 수업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수업이었다.

4월부터는 대충 흐름을 파악하고 임용시험 병행을 시작했다. 수업준비를 해야할 때마다 새벽잠을 잤지만 그래도 버틸만 했다.

공개수업을 하고 학생들 지필시험을 준비하고 하나둘 배워나갔다.

슬슬 업무가 본격화 되었고 수업도 중요한 부분이 진행되면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공부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한학기가 끝나고 방학때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방학기간 자체가 짧았다.

이후 나는 공부를 거의 놓았다. 퇴근 후 공부하다가 책상에 앉은 채 졸았고 출근 해야하는 시간에 깨어났다.
너무 힘들더라. 그런데 이걸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중요하지. 나한테는 힘들더라.

수업은 점점 안정화가 되었고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보여주고 싶은 수업 진행도 가능해졌다.
업무 역시 무난하게 진행하면서 학교일에 적응했다.

하지만 임용시험준비와는 점점 멀어졌다.

2학기 말. 임용시험을 치뤘다.
결과는 작년보다 4점. 올해 합격컷보다는 6점 부족한 결과로 광탈했다.

내년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최종합격 발표가 나왔고 신규발령도 마무리 되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내 과목 신규발령이 안되었지만
타지역 선생님이 오셔서 내 기간제 자리는 없게 되었다.

재계약은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막상 재계약이 없게되버리니 씁쓸했고. 이것이 기간제교사의 아픔이란걸 깨달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좋으신 분들이었다. 정말 행복하게 한해를 보냈다. 학생들도 너무 착했다. 마지막에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이 교무실 가득 찾아와 인사를 하는데

감동을 받았기보단 이녀석들한텐 내가 고등학교에서의 선생중 하나로 기억될 것인데 끝까지 책임을 못지고 떠나야 한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겉으로 표현할 순 없어서 별거 아닌마냥 떠난다고 인사했다.

다시 기간제를 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올해 임용올인과 기간제 병행을 두고 3주동안 고민했다.

그동안 기간제 접수 시즌이 찾아왔고 일단 기간제 원서를 써봤다.

경력이 생겨서 그런지 하나 썼는데 최종합격 하였고
내가 다니던 학교와 같은 시에서 기간제를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기간제쌤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털어놓고 지내려고 했다. 한해동안 이것을 숨기고 지내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기존 학교에 부장쌤이 병행을 극구 말리셨다.
다른 다수의 쌤들도 말렸다.
나이가 한살이라도 어릴 때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올인을 해서 떳떳하게 선생이 되라고 하셨다.
일부 쌤들은 병행해도 될거다 하셨지만 모두가 올인하는게 합격하는덴 안정적이다 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3주동안 많이 고민을 했다.
나도 사실 병행이 힘들다는 것은 몸소 느껴봐서 안다.

하지만 난 두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첫째로는 올인한다고 해서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고 병행을 하면 적어도 경력이 쌓이는데 올인을 해서 떨어지면 남는게 없다는 거다.

둘째로는 이 생활을 접고 다시 책만 보는 생활로 돌아가는게 싫었다. 한심하다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되더라.

엄청 많이 고민했었는데 결국 나는 올인을 택했다.

합격했던 학교에 불참의사를 밝히고 지금 이글을 쓴다.
이제 다시 올인이다.

1년동안 그래도 괜찮게 모았다.
1400만원을 모았다. 이정도면 1년은 충분히 공부하고도 남는다.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는 상태라 더더욱 남는다.

여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이제 나한테 필요한 것은 정신력과 체력이다.

지금도 아이들한테 문자가 온다. 왜 떠나냐고.
그럼 나는 두리뭉실하게 더 좋은 교사가 되기위해 노력하려고 떠난다고 말한다.

사실 이후에 아이들이 계속 연락하면 어쩌나도 싶다.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안해봤다.

아무튼 올해는 올인이다. 실업급여 받으면서 공부하면 그나마 위로가 되려나ㅋㅋㅋ
돈 걱정은 없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긴하다.
아이들을 못본다는게 아쉽긴 하지만 내 욕심 채우자고 기간제 했으면 또 연말에 아이들한테 미안할 일이 생기겠지.

올인하자 올인.

8개의 댓글

ab52e2e1
2018.02.14
올인해 기간제는 늪이야 일년 일년 하다 가라앉음
0
1730c2ab
2018.02.14
@ab52e2e1
그것을 깨닫는데 3주가 걸렸다
0
c6776099
2018.02.14
잘했다
꼭 붙어봅세
0
0543b985
2018.02.14
[삭제 되었습니다]
1730c2ab
2018.02.14
@0543b985
과목이 뭐고 어떤 취업 준비중인데?
나는 과학쪽이긴 하지만 전공살려서 취업하긴 순수전공쪽 능력이 부족하고 무리하게 전공쪽으로 취업하려면 소기업 엔지니어 수준에 그것마저도 처음부터 배워야한다. 그래서 결국 과학 교육쪽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거든.
0
16d8cbab
2018.02.14
파이팅해 형아 공부하는 거 쉽지 않지만 즐기고 끈기있게 하자
0
5020c461
2018.02.14
임용합격 가즈아
0
86e2fbba
2018.02.14
임용합격 가즈아ㅏㅏㅏㅏ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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