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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나이츠 후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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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IGHTS

 

장르 : ARPG 연애시뮬레이션 

출시기종 : PS5, STEAM

가격 : 33,800원

출시일 : 2023년 9월 12일

 

 

 

 

 

 

소설 [드래곤 라자]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단순히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연인이며 누군가의 친구, 또 누군가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다양한 '나'의 모습이 곧 나를 규정하고, 그렇기에 유대는 사람을 사람으로서 기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이터나이츠]는 이러한 나를 구성하는 유대에서 시작하는 RPG 게임이다. 캐릭터들은 타인이 바라보았던 나와, 스스로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 속에서 방황하고, 고통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 성장한다. 

 

 

혹은 그러고 싶었거나.

 

 

 

 

 

 

 

 

GIF 출처: https://snaketeacher1.tistory.com/5287

 

 

 

1. 액션 게임의 기본만 지킨 전투 시스템

 

 

이터나이츠의 전투 시스템은 단순하다. 타이밍에 맞춰서 회피를 하면, 시간이 느려지고 프리딜 타임이 주어진다. 이 시간에 맞춰서 신나게 패고, 다시 뒤로 빠져서 기회를 노린다. 그러다가 강력한 기술 게이지가 모이면 기술을 써서 추가로 데미지를 주고, 다시 회피 타이밍을 기다린다. 플레이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스트 회피를 노리면서 플레이해야 하고, 적들 역시 저스트 회피를 전제로 점점 강력해진다. 

 

 

[이터나이츠]는 복잡한 액션 연계를 써먹지 않는다. 게임은 저스트 회피를 한 다음 순식간에 두들겨팬다는 공식만을 마지막까지 밀고 나간다. 이 때문에 [이터나이츠]의 전투는 심플하면서도 시원시원하다. 타이밍을 잡아서 회피만 해준다면 잡몹도 네임드도 전부 녹아내린다. 처형 기술에 게이지 기술까지 더해, 빠른 속도로 적을 녹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걸 권장하는 설계다.

 

 

최근 JRPG 게임들의 추세가 피통이 끔찍하게 높은 몬스터를 늘어놓고 5분 10분 동안 패게 만드는 거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런 단순하면서도 빠른 진행에 맞춘 설계는 요즘 게임보다 낫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이터나이츠]의 우직함은 정말 단순하기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다. [이터나이츠]는 액션 RPG 장르로서 , 액션으로서 기본은 갖췄지만, RPG로서는 내실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속성 기술이나 마법은 존재하지만, 속성 상성은 명확하게 표기 되지 않는다. 장비 등의 강화 요소는 전무하고 오로지 유대만으로 캐릭터를 강화하며, 강화되는 캐릭터도 플레이어 한 명 뿐이다.

 

 

소비 아이템은 아예 없어서 초반부터 후반까지 힐러 스킬 하나에 체력 관리를 의존해야 한다. 힐러 스킬에 체력 관리를 의존한다는 게 굉장히 거슬리는 단점인데, 힐 스킬과 다른 마법 스킬들이 전부 같은 자원을 소모하고 던전 내에서 자원 회복 수단이 없다. 따라서 힐을 쓰면 다른 공격 마법은 쓸 이유도 투자할 이유도 없다. 두들겨패도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잡히니까.

 

 

다른 스킬들을 쓰라고 만들어놨는데 게임 시스템의 한계로 육성 우선도가 고정되는 것이다.

 

 

효율적인 육성 우선도를 따지게 되는 상황에서 유대는 꽃필 수 있는가?

 

 

[이터나이츠]는 이 질문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2. 게임 시스템에 녹아들지 못한 유대

 

 

 

[드래곤 라자]에서 나온 대사 '나는 단수가 아니다'는 계속해서 장르 소설 독자들의 입에 맴돌며 불멸을 얻었지만, [이터나이츠]가 외치는 유대는 공허하기만 하다. [이터나이츠]는 [페르소나] 시리즈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캐릭터들과 대화를 하여 친밀도를 쌓고, 친밀도 랭크에 따라서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유대를 구현했다. 하지만 어째서 이터나이츠의 유대는 공허하기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터나이츠]의 동료 캐릭터들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와 거의 유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주인공과 함께 싸우는 든든한 동료인 반면, [이터나이츠]의 동료 캐릭터들은 플레이어가 액션을 펼치는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캐릭터들은 그냥 같이 다니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마네킹처럼 필드 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할 뿐이다.

 

 

이 캐릭터들이 뭔가를 하는 순간은, 플레이어가 게이지를 모아서 [엘리멘탈 공격]이라는 아머 브레이크 기술이나 내가 직접 스킬을 쓸 때 뿐이며, 이 때 잠시 시점을 변경하여 기술을 쓴 뒤에는 다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존재만 한다. 이는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매우 방해가 되는 요소인게, 게임 모델링이 조악하고 게임 분위기가 매우 어둡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적과 아군 모델링이 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군을 향해 돌진 기술을 썼다가 뻘줌하게 몸을 돌리다보면, 과연 유대라는 것은 무엇인지. 얘들을 왜 방해되게 걸어다니게 하는 건지 개발자에게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체 얘들은 왜 돌아다닐까? 아이템을 주워주는 것도 아니고, 나를 회복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격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밖에서 걸어다닐까? 왜 헷갈리게 이런 짓을 한걸까?

 

 

이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션 파트는 플레이어와 캐릭터의 유대를 최대한 옅게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비템이 없어서 체력 및 스킬 자원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힐 스킬 외에는 스킬 우선도가 낮아지고, 두들겨패기만 해도 몹이 녹으니 공격 마법 스킬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스킬 컷씬을 거의 볼 필요 없게 설계가 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존재감 없는 동료들이 돌아다니며 날 헷갈리게 만드니 유대감보다는 '얘들은 왜 돌아다니는 걸까?' 라는 의문과 짜증이 먼저 쌓인다.

 

 

 

그리고 유대를 생각한 게임 설계라기엔 굉장히 의아한 부분이 있는데

 

 

 

 

 

 

 

 

 

 

 

 

 

 

[스포일러 있음]

 

 

 

 

 

 

 

 

 

 

 

 

 

 

 

 

 

1회차 기준으로 내가 캐릭터 하나를 인연 랭크 만렙을 찍으면, 최종 전투에서 그 캐릭터를 못쓴다. 이게 스토리와 별개로 게임 설계적으로 굉장히 큰 미스인 이유가 뭐냐면, 1회차 기준에서 내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해서 그 캐릭터 궁까지 쓸 정도로 투자를 했다는 건, 플레이 스타일이 그 캐릭터에 맞춰져 있다는 건데 마지막에 갑자기 이걸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료와의 유대를 강조한 게임인데, 가장 투자를 많이 한 동료가 없어진 시점에서 다른 동료들은 전부 정말 구경만 하는 애물단지로 남는다. 가장 많이 투자한 애가 없으니, 쓸 수 있는 마법 스킬도 없다. 보스 아머를 깰 때도 랭크에 따라서 엘리멘탈 스킬이 강해지는데, 가장 강한 내 엘리멘탈 스킬을 쓰면 된다. 심지어 마지막 보스는 내 최종 스킬인 '총공격'으로만 아머를 깰 수 밖에 없다. 

 

 

유대의 힘으로 이어지는 게임이지만, 나 혼자서 다 해먹어야 되는 게임이라는건 얼마나 우스운 구성인가. 이 게임의 최종전 구성은 동료의 유대가 아니라 나 혼자 힘으로 각성하고, 내 자아를 찾고, 내가 강해져서 다 해먹어야 하도록 이루어져 있다.

 

 

보스를 혼자 힘으로 깨게 설계를 해놨고, 실제로 혼자서 보스를 깨야 하는데. 마지막 보스는 나를 보며 유대의 힘을 운운하며 원통하게 죽어간다. 유대를 단절해버리고 게임은 마지막에 유대를 강조하며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교훈을 주장한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벌어지는 엔딩은 나에게 감동보다는 의아함을 남기고, 멋들어지게 만든 연출에도 나는 흥이 식고 말았다.

 

 

아마도 게임 제작진 측에서 나무위키 자기 이름에 [악랄한 구성] [악마 같은 전개] 같은 이상한 표어가 붙길 원한게 아닌가 싶은데, '유대'가 주제인데 캐릭터들의 유대감이 없는 게임 구성을 해놓으면 보통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스포일러 없음]

 

 

 

 

 

 

 

 

 

 

 

 

 

 

 

 

 

 

 

 

3. 나는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 게임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게임의 유대는 허상일 뿐이며 게임 깨고 남는 건 공허함과 질 낮은 번역을 곱씹으며 밀려오는 불쾌감 뿐이다. 실속없는 RPG 구성과 기묘한 구성은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치고 싶은 욕망이 그득한데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 비대한 에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아내며, 아버지거나 아들이며,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니까.

 

 

그 사실을 깨닫는데 이딴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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