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봉된 영화와 실종된 여배우의 비밀을 찾아서 영상을 존나 클릭하고 다녀야 하는 fmv (FULL MOTION VIDEO) 게임
게임 내에 영화 3편의 랜덤한 컷신이 나오는데 이 컷신에서 배우의 얼굴이나 과일, 광원 같은 부분을 클릭하면 그 키워드와 관련있는 영상이 해금됨
이걸 무한히 반복하면서 모든 영상을 해금하고, 여배우와 영화에 얽힌 비밀을 밝히는게 게임의 목적
개발사의 전작인 HER STORY 같은 경우엔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 단서를 찾아나갔다면 이 게임은 그림을 클릭해서 단서를 찾음
이 방식은 문제점이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로 이 게임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사람이 플레이하면 뭐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거
영상은 늘어나는데 영상 내에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어떤 특징이나 복선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내가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거나
진상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너무 어려움
나는 아예 처음부터 이 게임이 영상을 해금해 나가며 진상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는데도 하는 내내 뭐 어쩌란건지 좀 짜증났음
두번째로 게임 내에서 내가 뭘 클릭하고 어떤 키워드에 꽂히는 지 게임 디자이너가 통제할 수 없는 구조다보니
단서가 되는 영상이 풀리는 것도 지 좆대로임 심지어 어떤 알고리즘으로 구성되는 건지 ㄹㅇ 랜덤으로 영상이 나오는 느낌이라
내가 원하는 영상이 나오지 않을수도 있고 내가 우연치 않게 충격적이고 핵심적인 영상을 먼저 찾아버리면
이전 복선에 대한 빌드업이 전혀 안되어 있기 때문에 감흥이 떨어짐
이 점은 이 게임이 내가 진상을 직접 파헤치는 스토리형 게임이라는 부분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함
멋진 스토리와 풍부한 구성을 준비했는데, 영상이 랜덤하게 나오는 그 구성 탓에 오히려 불쾌하고 짜증나는 숙제로 느껴지기 때문임
내가 찾아봐야 하는 영상은 200개가 넘고 그걸 랜덤 변수로 찾아봐야 하는게 재밌을 거 같음?
이게 내가 '찾는거'라면 뭔가 진상을 향해 다가가는 기분이 들고
영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맛이 있어서 좋았을거임
그런데 이 게임은 영화 3개 영상이 ㄹㅇ 랜덤으로 튀어나옴
어떨 때는 수도사 관련된 영화에서 수도사가 기도하는 장면 나오다가
다음 순간에는 살해당한 예술가에 대한 영화에서 주인공이 조사하는 씬으로 이어지고
또 다음 순간에는 똑같이 생긴 여가수가 나오는 영화에서 수영장씬이 나옴
넷플릭스에서 영화 3개 틀어놓고 아무거나 랜덤 재생했다가
다른 거 틀고 다른 거 또 랜덤 구간으로 재생하면서 줄거리 짜맞추려고 해보셈
이게 딱 그 느낌임
물론 이 영상들이 재미가 없는 건 아님
영화 제작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줘서 이 쪽에 관심있다면 엄청 재밌게 볼거임
영화 내용 하나하나가 퀄리티 있어서 계속 보고싶게 만들었음
리허설 장면에서도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력이 살아있는 부분이 많아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만한 작품이 없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음
특히 메인으로 등장하는 여배우 연기가 대단함
나도 영상을 무지성으로 찾는 방식의 게임 구성 자체는 별로였는데
그냥 영상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 한 것 같음
영화 전개와 연기력, 연출이 그냥 존나 재밌음
하지만 게임이 게임으로서 갖춰야할 직관성과 풍부한 영상을 제대로 활용못한 방식은
이 게임에 대한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괴리감을 제대로 보여주는 요소인듯 함
이게 게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말하는데
사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 게임은 어필 요소가 전무한 지루한 영상의 나열일 뿐임
모든 게임이 대중을 만족시키는 건 아니지만, 일단 이 게임은 대중과 확실하게 괴리되어 자기 하고싶은거 만들었음
사실 이 게임이 메타 90점을 받은 것 자체가, 게임 평론의 본질을 잃어버린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함
이 작품은 영상이 재밌는거지 게임 구성면에서 재밌는 건 아님
근데 가격 생각하면 뭐 좆대로 만든 건 좀 용서해줘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한 애매한 기분임
2만원에 영화 3편 좀 이상하게 본다고 생각하면 갓겜 맞음
결론
1. 영화 좋아하면 추천인데
2. 그 외엔 비추
3. 가격 혜자임 ㅇㅇ
법학박사김중근
5분해보고바로껏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