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이 원래 그랬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혐오의 시선이 지배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봐.

썩 재미있는 현상은 아니야. 우리는 모두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한(혹은 이수할) 사람들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걸맞는 도덕 의식을 함양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스스로의 내면을 거침없이 해방하곤 하는 인터넷 공간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분별력과 공감능력을 보여주리라는 내심의 기대가 있어.

예컨대, 흔히 이야기되는 "짱깨" 드립을 보자. 좋은 짱깨는 죽은 짱깨 뿐이다라는, 필립 셰리던의 일화를 따온 드립이 있지. 뭐, 나도 좋짱죽짱 드립은 안 쓰는 건 아냐. 습근평이가 지랄염병을 떨 때나, 자의식이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짱깨를 다룬 글을 읽을 때면 저도 모르게 좋짱죽짱! 외치곤 하지.

그런데 그게 중국인을 다루는 이야기 전반에 통용되느냐... 그건 아니라고 봐. 이번에 이슈가 된 사파리 글을 보면, 분명히 다른 이를 위해 나선 사람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상황임에도 매크로 눌린 것처럼 좋짱죽짱 ^^ 이러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

나는 이게 일종의 집단광기라고 봐.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또 사건의 한 부분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맹목적인 비난을 가한다? 두 글자로 줄여보자. "혐오"다.

다른 논리적 귀결 없이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혐오로 개드립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를 생각해보자. 1년 남짓된, 여성혐오 강점기를 떠올려보자고. 아주 기가 막혔지. 말로만 듣던 일베가 이런 건가 했다고. 요즘도 그럴 전조가 보여. 그래서 무섭다. 남에게 보여주기 힘든 커뮤를 하긴 또 싫잖아.

그래서 제안하건대, 해외시사 게시판같은 걸 만드는 게 어떨까.

이전에 있었던 여혐의 광풍들은 젠그떠로 인해 어느정도 가라앉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이슈가 안 올라오는 건 또 아니야. 좋짱죽짱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도 만족시키고, 생각없이 선넘는 사람들에 스트레스 받던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이 아닐까 해.

예컨대 이런 거지. 막 진핑이가 또 머가리터진 소리를 해. 어 저거 아무리 생각해도 좆병신같음. 같이 욕해줄 사람이 필요해! 이런 생각으로 유개에 글을 올린다 쳐. 고건 논리적인 귀결에 의해 적절한 정보를 함유했으므로 짱그떠 통과. 근데 막 중국인이 사지절단당해서 굴러다니는 짤을 보고 ㅋㅋㅋㅋ 이런 거 올리면 개드립 씹가능ㅋㅋㅋ 하는 마음으로 올린 글은 얄짤없이 수용소... 다른 말로, 해외시사 게시판에 쳐넣는거지.

개드립에 오는 건 즐거운 일이여야 해. 우리는 맘에 안 들면 일단 치고박고 싸우는 것에서 벗어나, 서로를 만족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