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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쩌고 글 집중력 어쩌고 해서 멍청해진다는게 헛소리인 이유

요즘 뭐만하면 문해력이 어쩌니, 글을 집중해서 못읽겠다느니, 결국 사람들이 멍청해진다느니 하는 글이 많은데

쇼츠나 커뮤 글같이 좀 자극적이고 짧은 내용 보면 실제로 글 읽는 속도나 글 읽을 때 집중력이 좀 떨어질수는 있을거같음. 

근데 그게 사람들의 평균 지능이나 뭐 '실제 지식', '깊은 지식'을 깎아먹는다고 주장하는데엔 동의하지 못하겠음. 개 헛소리라고 생각함

 

나는 ai쪽을 전공했고 지금도 계속 트렌드 따라가기 위해서 새로 나오는 논문들을 계속 보고있음. 근데 이 논문 나오는 속도가 진짜 진짜 오지게 빠름 심지어 갈수록 계속 빨라짐. CVPR이나 NIPS같은 아주 유명하고 수준높은 컨퍼런스에서 매 해 7000편의 논문이 통과됨. 이 말은, 7000편의 논문들이 다 ai를 크게 진전시킨 의미있는 논문이라는 뜻임. 근데 컨퍼런스가 저거만 있냐, 저 컨퍼런스들에서 나오는 논문 아니면 다 퀄리티 낮냐 그런것도 아님. ECCV, ICCV, WACV, AAAI, ICLR 다 수준 높은 학술대회인데 여기까지 합치면 체감상 매년 2만편은 나오는거같음.

 

그럼 이 2만편을 다 읽을 수 있겠어? 물론 선택적으로 읽으면 되겠지 ai는 굉장히 많은 소그룹이 있으니까. 뭐 이미지 분류니 이미지 분할이니 다양한 목표가 있고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음. 근데 그걸 추리고 추려도 한 500편 되잖아. 하루에 논문 2편씩 보면서 회사 일도 하고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해야하고 이게 말이 되겠음?ㅋㅋㅋ 무슨 조간신문 생각할수도 있는데 내가 위에서 언급한 논문들은 전부 영어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수식을 활용한 설명 및 해석이 필요하고, 내가 이해한게 맞는지 꼼꼼히 읽어봐야 하고... 단언컨대 조간신문 읽는거의 최소 몇 배는 걸림. 밑에는 그냥 올해 발표된 논문 아무거나 하나 페이지 캡처해서 가져온거임. 24페이지인거 보이지? 대학원 나오면 논문 보는 연습을 좀 하니까 진짜 빠르면 30분에 한 편도 볼 수 있지만, 내가 그렇게 영어나 수학을 잘 하는건 아니라 보통 1시간 반정도 걸림. 매일 3시간씩 논문보고 8시간 일하고 밥먹고 하면 삶이 어찌 되겠음?

 

화면 캡처 2023-11-17 214340.png

 

그래서 요즘 ai 논문은 거의 대부분 1장 인트로덕션에 자기들이 이 연구를 통해서 어떤 기여(contribution)를 했는지 정리함. 그래서 논문 빨리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abstract, contribution 항목만 봐도 논문의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됨. 밑에 사진도 그냥 논문 보던거 잘라온거임

 

화면 캡처 2023-11-17 214853.png

 

개드립에서 맨날 세줄요약 드립하는거랑 똑같지? 물론 논문에는 abstract가 딸려있기 때문에 정석은 논문의 타이틀과 abstract를 읽고 내가 읽어야 할 논문인지 판별하는게 정석임. 하지만 abstract는 너무 많은 내용을 함축해야 하기 때문에, 저자들이 뭘 의도했는지, 유의미하게 연구해서 성취했는지 제대로 안 담기는 경우가 많음. 그래서 이렇게 '저자들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만을 세줄요약으로 적는거임. 요즘 연구원들이 멍청해져서, 긴 글 못 읽어서 세줄요약을 해주는걸까? 개드립 댓글에 보면 그런애들 천지더라고? 무슨 요즘 글 세줄요약 안달면 못보는애들 천지다, 문해력이 낮아진다, '고급 지식'이 사라진다. ai분야 논문들은 점점 'easy to follow' 개념이 중요해지고 재빨리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수식도 최대한 보기 편하게 간단하게 나타내주고 있음. 물론 실제 발표하는 영상까지 있으니까 글 읽기 싫은 사람들은 발표영상을 봐도 됨. 근데 이런 행태가 '지식이 퇴보하는' 그림임?

 

나는 그 '온전한 책을 읽어야 얻을 수 있다는' '고급 지식', '깊은 지식'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음. ai분야 논문은 그러면 10페이지 20페이지밖에 안되니까 '저급 지식' '얕은 지식'임? 저자와의 대화? ai 논문은 진짜로 리뷰를 공개해서 리뷰어들과 저자들의 갑론을박을 검색해서 볼 수 있는데? 진짜 저자와의 대화도 할 수 있음. 모든 논문에는 저자의 이메일 주소가 나와있음.  나는 매일 평균 논문 2~3편씩 보는 대신 제대로된 책은 군대 전역 이래로 본적이 없으니까 '저급 지식'만 익힌 '멍청한 요즘 z세대 애들' 인거임?ㅋㅋㅋ 

 

왜 발작임? 긁힘? 이런 말 뭐 하든 말든 상관 없음. 내가 어이없는건 40대 넘는 나이만 처먹은 븅신들이 이런 얘기 해서 그런게 아니라, 10대 20대 애들도 똑같이 말함. 무슨 책이 진짜 지식이고 어디 글이나 영상은 가짜 지식이고? 뭔 개소리임? 매체 형태로 지식을 판별할 수 있어? 그럼 논문 안읽고 발표영상으로 대신 보면 더 멍청한거임? 논문 현장 발표는 엄격하게 시간을 지켜야함. 15분 발표에 5분 질의응답임. 20분만에 논문 한편 뚝딱인거임. 20분만에 논문 한편 뚝딱 읽는 영어 존나 잘하는 사람 여기 있음? 그런 사람은 글 읽으라 그래. 근데 글이 영상보다 훨씬 압축적인 지식을 담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며? 도대체 그 근거가 뭐임? 글은 빨리 읽을수 있어서? 그렇게 머리가 좋음? 그렇게 한국에 머리좋은 사람이 많아서 인구수 8백만인 스위스한테 2022년 ai 리드 랭킹 따이고 그럼?ㅋㅋㅋ 

 

혼자 발작해서 쓴 글 맞긴한데 좀 같잖은 소리좀 안했으면 좋겠음

15개의 댓글

솔직히 책보다 논문이 더 중요하긴하지

0
2023.11.17

책을 안 읽는다고 해서 진짜 지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는 나도 회의적이긴 하지만 바코드 개붕이의 논리전개의 헛점은 짚고 넘어가고 싶음. 논문 독해는 일반적인 독서와는 다른 분류로 다뤄진다는 것임.

가령 속독 기법은 일반적인 책을 읽을 때는 크게 추천하지 않지만 빛을 발하는 분야가 있는데

1.너무 많은 자료를 훑어서 봐야 할 때

2.내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서 대충 읽어도 어느정도 이해가 될 때

이 두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고 여기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게 논문이거든. 그래서 아예 요약을 달아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함

3
2023.11.17
@인싸지망생

논문은 해당 분야의 고인물이 소비하는 글이라 일반적인 독해 논리를 벗어났기 때문에 대충 흘려읽거나 3줄요약만 봐도 되는거지, '엄청난 지식을 쌓은 사람들도 3줄요약을 보니까 일반인들도 괜찮다!' 는 것은 타당한 논리가 아니라고 생각함

2
2023.11.18
@인싸지망생

논문은 해당 분야의 고인물이 소비하는게 아니라 전국에 80%정도 존재하는 대학생 레벨에서 3~4학년 수준에서 다 읽히고 있음. 일반적인 독해 논리가 뭐지? 일반적인 글의 형태를 얘기하는거임? 일반적인 글이 뭔지 잘 이해가 안 가네... textbook은 논문을 200개 가까이 집대성한걸 얘기하는거고, 교양서적 또한 논문을 50~100개정도 집대성한 경우가 대부분임. 물론 그 사람들은 각 논문들을 읽기 쉽게 정리하는 편이지만, 반대로 내가 말하는 '최신논문'도 똑같이 ~50개 정도의 논문을 인용해서 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논문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가 모르는 것 뿐이지 사실 대부분의 서적들은 논문을 기반으로 함. 논문 또한 논문을 기반으로 하고. 소설이나 수필같은걸 얘기하고 싶은거야?

0
2023.11.18
@lIIIIllIlIl

논문을 읽고 쓰는 사람들 대부분은 해당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기 때문에 속독으로 흘려읽거나 3줄요약을 해도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음.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야니까 핵심만 추출하거나 듬성듬성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대충은 알 수 있다는 말이지. 대학 3~4학년생이라고 해도 두뇌회전이 최고점인 시점에서 3~4년간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수련했다는 거니까 석박사보다는 한참 못하지만 일반인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발달해있을 거고.

0
2023.11.18
@lIIIIllIlIl

대충 3줄요약 읽고 넘어가도 된다는 경우는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전문적인 분야에 한정한 경우라는 말임. 내가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에 3줄요약을 읽어도 괜찮을 뿐이고 그 외의 부분에서까지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함.

0
2023.11.17

책 , 읽음, 공부 , 외움

이런거 보다

공 한 상태에서의 사색이나 나를 볼줄 아는게 더 중요한거 같다

0
2023.11.18
@nibbana

논문은 해당 사색을 아이디어로 나타내고, 아이디어의 근거를 압축적으로 제시함. 그걸 통해서 단순히 정보만을 얻는 게 아니라 저자들의 문제해결 과정을 기승전결 전개해서 볼 수 있고 심지어 리뷰어들과의 대화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색 능력을 충분히 익힐 수 있음.

0
2023.11.17

조깅 30분씩 주5회 하면 건강해진다고 함.

 

바쁘면 안할 수 있지, 안해도 세상사는데 지장 없지. (나도 안하고) 그리고 달리기 백날 해봐야 선수만큼 안빨라지고 선수들도 자전거보다 느림. 효율적이지도 않아

 

또 운동 안해도 건강한 사람 있지. 술담배해도 건강한 사람 많은데 뭐

 

근데 그렇다고 원 주장이 설득력이 싹 사라지는가? 그건 아니거든, 책읽기도 그런 거 아닐까 싶음. 반례도 많지만 일반적인 얘기니까

 

책도 '나무야 미안해' 하는 책이 많은데 무결한 수단은 절대 아니지.

 

근데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책이 유튜브보다 나은 점을 생각해보자면

 

글자라서 스스로 상상하는 걸 유도한다.

알고리즘 영향을 덜 탄다. 정도?

 

물론 유튜브가 더 나은 점도 많으니 유튜브가 잘나가는 거지만~

0
2023.11.18

논문의 초록이랑 유튜브 쇼츠나 릴스 같은 걸 왜 비교하고 있어..

1
2023.11.18
@sufjan

최근 vsause같은 초대형 유튜버들도 그렇고 쇼츠에 압착적인 지식을 담는 경우가 많음. 심지어 논문 초록이랑 구성이 별로 다르지도 않음

0
2023.11.18

지식의 양극화 모르냐 공부 안하는놈들은 더 멍청해지고 공부하는놈들은 더 똑똑해지는거임

0
2023.11.18

지식을 습득하는 여러방법중에 독서가 중요시되는이유는 학습의 기초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함.

뭐든 읽어야 생각할 껀덕지가 생기지 않을까.

 

독서..라기보단 긴글을 읽고 소화할 인내력 이해력 등이 갖춰진 사람이라면 긴글이던 짧은글이던 읽고 소화할수 있겠지만 애초에 긴글을 못읽거나 안읽는 사람이라면 짧은글밖에 선택지가 없겠지.

 

그래서 본격적인 학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독서를 중요시 하는게 아닌지 생각됨.

이미 학습이 충분한사람은 애초에 저 문제가 필요가 없고..ㅎㅎ

 

내가 학교다닐때도 생각해보면 문제 자체를 "읽지" 않아서 시험 점수가 낮은 친구들이 꽤 많았음.

 

이것도 요약하자면

 

사람은 이미지를 눈으로 보고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는데 문자의 경우 해석 혹은 렌더링 같은 절차가 있어야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는다고 생각함

즉 그 해석 혹은 렌더링 하는 연습 이 독서나 장문 읽기라서 중요하다고 하는게 아닐지..

1
2023.11.18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는 알겠는데 본인 분야를 말하고 싶어서 경우가 다른 케이스를 억지로 연결한 느낌이다. 또 논문을 쓸 전문성을 가지려면 요약본만 봐서 될 게 아니잖아? 이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요약하는 것과 사람들이 휘발성 정보만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르지.

0
2023.11.26

나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쇼츠나 요약성 글을 읽는거에 대해서. 지능이 낮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근데 지금 생각은 틀린게.지능은 자기만의 사고 사유와 관련이 깊거든? 이 말은 무슨 말이냐면. 자신이 이해한거에 대해서 고찰하고 생각의 방향을 이리저리 넓히면서 천천히 음미해야.사고범위가 넓어지고 이게 창의력과 연관되어서 지능이 높아지는건데.요새는 1분 영상 보고 바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고 그러니까. 그냥 생각 없는 암기식처럼 되는거지.빡빡이에 영어단어 반복적으로 계속 써서 외우는 것 처럼.정리하자면 이 말은 쇼츠나 요약을 보는게 직접적으로 지능을 후퇴는 안된다는 말이야. 그런데 고찰을 안하는 습관이 계속 생기고. 그게 나중에 조금 긴 문장이나 책을 읽고나서.생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든. 그래서 지능이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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