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Y_vJznOUmsc
파데레프스키는 당대의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정치인이었다. 폴란드에서는 제2의 쇼팽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의 피아니스트였는데, 쇼팽이 폴란드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해보면 이는 절대 가벼운 타이틀이 아니다. 거기에 정치인으로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독립하여 수립된 폴란드 공화국의 첫 번째 총리이자 외무장관을 겸임했던, 입지전적의 정치인이기도 했다. 미국 후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폴란드의 식량난을 해결한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현대 한국에서는 속칭 '파데 판 쇼팽' 때문에 피아노 전공자에게나 쇼팽 악보 편집자로 알려진 사람이긴 하다. 그래서 전공자에게 파데레프스키에 대해 알려주면 놀라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낭만주의의 세가 저물어가고 민족주의가 극에 달했던 19세기 후반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랬지만 파데레프스키도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다. 특히나 자신의 조국이 지도에서 지워져버린 시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폴란드는 살아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 메시지가 한껏 담겨있는 곡이 바로 이 '폴란드 환상곡'이다. 폴로네이즈 리듬의 서주, 중간중간 쇼팽의 녹턴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파트,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폴란드 민속춤인 크라코비아크의 리듬까지. 나라 잃은 폴란드식 국뽕이란 이런 것이라는 듯 모든 것을 섞어서 보여준다. 힘찬 기상과 애수 어린 서정까지, 곡 하나로 잃어버린 조국을 표현하는 쇼케이스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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