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롯데의 마지막 우승단장. 송정규

송정규 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비 야구인 출신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단장을 맡아 첫 해엔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고 다음 해인 1992년 팀을 우승시키는데 기여했다. 이후 롯데는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적이 없다.

 

당시 사학 명문고인 경남고등학교 출신으로 1976년 한국해양대학교 항해과를 졸업한 후 항해사를 거쳐 선장이 되었다. 열혈 롯데팬이었던 그가 지리멸렬하게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롯데의 문제점을 여러 경로로 구단에 알렸지만 구단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격분하여  '필승전략 롯데자이언츠 탑 시크릿(Top Secret)'라는 책을 자비로 저술, 출판하였다. 이후 이 책을 롯데그룹 신준호 부회장(당시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과 신격호 회장이 읽게 된 후 신격호 총수로부터 야구단 단장직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장고 끝에 수락했다.

 

보통 대기업 과장직 나이였던 38살에 롯데 단장으로 발탁된 그는 당시 8개 팀중 최하위였던 롯데를 1991년 4등에, 이듬해인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빙그레를 꺾고 우승을 이끄는 신화를 세우게 된다. 하지만 그의 단장 생활은 쉽지 않았다. 특히 야구 관련 직종에서 일했던 이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프런트 내부 부하 직원들과 상당한 트러블이 많았다고 한다. 기존의 언론과 대화통로를 갖고 있던 프런트 기득권자들은 언론에 그의 실정을 흘려 가며 그를 흔들었고, 신준호 구단주와 학연 때문에 낙하산 단장으로 온 거라는 루머도 흘렸다. 롯데 구단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타 팀 야구인들도 비야구인 출신인 그를 못마땅하게 여겨 그를 적대시했다고 한다.

 

결국 1992년 우승 후 송정규 단장을 사장으로 진급시키려는 움직임이 그룹 고위층에 있었는데, 그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에 구단 내부에서 '조직의 화합을 해친다'는 보고서가 구단주에게 올라갔고 그 사실을 확인한 송정규 단장은 이후 미련없이 자진사퇴했다.

 

사실 롯데 단장으로서의 임팩트가 강해서 그렇지 송정규씨는 해운계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고교 졸업 후 서울대 상대를 목표로 재수하던 중 "앞으로는 자격증 시대라며 의사를 하던지 도선사를 하던지 하라"라던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로 진로를 바꾼 그는 대학 졸업 후 2년 만에 선장 자격증을 취득하며 27세로 대한민국 최연소 상선 선장이 되었다. 영어 실력이 출중하여 미국인 선주들과 막힘없는 의사소통과 영작 비즈니스 레터를 작성할 수 있었고 선내 기율을 확실히 하는 뛰어난 통솔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00년부터 도선사의 길을 걸으며 부산항 도선사회 회장과 한국도선사협회 회장에 당선되었다. 또한 해양분야 최고 경력인 항만위원장 자리까지 올랐는데 이는 부산항 도선사가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이 된 최초의 사례였다고 한다. 또한 한국해사법학회장직도 역임했다. 이후 40여년 해운인의 길을 마무리하고 2020년 부산항 도선사로서 정년을 마감했다.

 

은퇴 후에도 야구 관련 컨텐츠나 인터뷰 등에 간간히 얼굴을 보이며 롯데에 대한 사랑을 계속 피력하고 있다. 아직도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있다고. 그가 쓴 '필승전략 롯데자이언츠 탑 시크릿' 역시 그 이후 단 한 번도 우승한 적 없는 롯데팬들 입장에선 일종의 바이블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이 책에 적힌 내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칙 없는 운영, 선수 기용 및 육성 시스템이 그대로라고 깐다) 물론 책이 과대평가되었으며 적당한 기사 짜깁기 수준이라며 너무 고평가 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5개의 댓글

29 일 전

경남고면 롯데 야구 dna 공유하는 사람이었네

0
29 일 전

도선사니깐 연봉은 단장보다 많았을수도 있었겠네

그러니 쿨하게 떠났지.. 병신 좆데..

0
29 일 전

롯데는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0
29 일 전

오히려 경남고니까 단장 명분이라도 생겼던거지, 그거 아니었으면 단장 자체가 불가능했을거임

 

며칠 전에 신본기가 편파중계에서 대놓고 썰 풀었잖아ㅋㅋㅋㅋ2023년까지 코치진 파벌 있었고, 성 단장은 지가 뽑은 선수 쓰라고 엔트리 개입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튼동 오면서 좀 나아진건 같던데 아마 완전히 뿌리 뽑히지는 않았을거라 장담함

 

윗 선은 자기 입지 정치질하려고 엔트리에 개입해, 코치진은 자꾸 내 말이 맞다면서 파벌 싸움 걸어, 선수들은 눈치만 존나 보게 돼, 그래서 그 육성 실패한 그 코치가 잘리나? 경남고/부산고-롯데 출신 성골들은 한바퀴 돌고 돌아서 다시 돌아옴

 

다른 팀 투수들 잘만 키워쓰는 와중에 이 팀만 20대 후반~30대 초반 나이대의 선수가 텅 비어있고, 유독 육성이 안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 답이 매우 쉬움ㅋㅋㅋ

1
26 일 전
@LotteGiants

대통령 2명 배출한 학교가 두곳인데 그중 하나가 경남고 아닌가

하나는.. 다니다가 전학했으니 졸업까지 치면 경남고 말곤 없고..

저때 경남고 하면 그냥 반에서 꼴찌 해야 연고대 가던시절이고..

동문파워 있었으니 찍소리도 못냈지

0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982 [유머] 역사학자가 말하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제일 큰 문제 19 oxox 38 1 일 전
12981 [역사] 19세기, 일본 지방정부와 영국과의 전쟁 4 oxox 10 1 일 전
12980 [기타 지식] 카드 결제와 QR 결제에 대해 알아보자. 17 수호천사 13 1 일 전
12979 [호러 괴담] 캣피싱(Catfishing)으로 2명을 죽음으로 몬 여성 3 그그그그 4 1 일 전
12978 [과학] 포비돈 요오드의 역사와 원리, 그리고 상처에 직접 바르면 안된다는 ... 7 dagdha 4 2 일 전
12977 [기타 지식] 인테리어 업체 선정법 27 돌관공사전문 13 2 일 전
12976 [기타 지식] 좋은 유무선 공유기 고르는 방법 40 수호천사 4 2 일 전
12975 [자연] 300년 안에 인류의 99%가 사라질 것이다 13 식별불해 9 3 일 전
12974 [기타 지식] 멀티탭 구매 요령 40 수호천사 23 3 일 전
12973 [기타 지식] 케이팝 데몬 헌터스 2탄 시나리오 좀 만들어줘라고 AI에게 지시했다. 10 미구 7 3 일 전
12972 [기타 지식] 브라질의 룰라와 보우소나루의 끝나지 않은 전쟁 (feat. 트럼프) 6 dagdha 8 4 일 전
12971 [과학] 수면과 건강의 상관관계 - 하루 7시간은 꼭 자야 하는 이유 9 dagdha 6 4 일 전
12970 [호러 괴담] 왜 경찰은 사건 조사에 소극적이었나? 18년 만에 밝혀진 충격 고백 5 그그그그 6 4 일 전
12969 [역사] 왜 인구 몇억 되는 국가들이 병사 숫자 최대 100만 정도만 가지고잇음? 26 사노라면 0 4 일 전
12968 [기타 지식] 복 있는 자들 -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10 음앗 7 5 일 전
12967 [기타 지식] 일본의 민폐 철덕. 토리테츠 10 dagdha 18 6 일 전
12966 [호러 괴담] 가석방 8개월 만에 다시 시작된 범행. 그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4 그그그그 4 6 일 전
12965 [기묘한 이야기] 폭싹 속았수다 "광례" 프리퀄 써봄.(7,8,9,장) 작은버튼 2 6 일 전
12964 [기묘한 이야기] 노크, 그리고 도어락. 3 오골닭 1 7 일 전
12963 [역사] 중동은 이란이 중동 통합하려고하는데 아프리카는 그런나라 없나? 8 사노라면 0 7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