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초등교사로 10여년 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호민씨 자녀의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 개드립이 시끄러워졌네요.
몇년 전부터 이어진 특수교사-주호민 가정 사건을 보면서 상호 안타깝다고 느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 나눔을 통해, 조금 더 사건의 추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사례로 삼으시면 어떨까 해요.
제가 교사다보니, 아무래도 교사를 옹호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개드립은 조금 더 공적인 느낌이 있어
유저 개드립에 쓰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줄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잘 안 읽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호민씨 사건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빌런(?) 어린이를 만났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해당 학교는 해당 지역 내에서는 제법 교육적 열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1학년 입학식을 할 때, '그 아이'가 마스크를 얼굴에 쓰고 사방에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아, 애가 상당히 산만하네' 정도로 생각했어요.
* 가명인 '철수'로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1. 철수가 학교에서 벌였던 문제상황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철수는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교실에서 뛰쳐나가거나, 큰 소리를 지르거나, 친구들을 때리거나
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아주 악독한 녀석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동성, 이성 친구도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워했고,
문제상황이 생기면 바로 고성을 지르거나 손이 나가는 친구였습니다.
경미한 피해는 친구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고 서로 친하게 지내자는 다짐으로 해결했습니다만,
'상처'가 생기는 사건이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특히 자녀를 소중히 키운 집이라면, 친구에 의해 상처를 입고 오는 사건은 격노할 만한 일이지요.
부모님간의 싸움이 격해질 여지도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일주일에 한번씩은 생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8살 아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입니다. 교실에서 지켜보면, 8살의 아이들은
어떤 사고든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나이에 충동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상처를 입혔다고 해도, 아이들이 정말 '너를 상처입히겠다'
고 마음먹고 상처를 입히는 일은 드뭅니다. 손이 지나가다 손톱에 할퀴어지기도 하고요.
또 아이들은 금세 회복하고 잘 지냅니다.
그래서
'보호자님, 죄송합니다. 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아이들이 실수를 거름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그 중간 과정을 방파제 역할을 하며
문제행동이 줄어들도록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철수의 아버지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철수의 아버지는 정말 면구해하며 집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겠노라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이렇게 다짐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문제가 심각한 학생은 반년, 1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하나하나씩 바로잡아가야합니다.
철수는 늘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문제행동이 즉시 0이 된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중간에 폭력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폭력을 당한 아이의 부모가 이해해줄까요?
교사는 부모님들께 상당한 양해를 지속적으로 구했습니다.
교사 본인의 과실이며, 더 노력하겠노라고요.
철수 아버님도 매 사건마다 진심을 다해 상대 부모에게 사과했습니다.
철수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지만, 다른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철수의 바른 인생 궤도를 위해 자신들이 희생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2. 철수의 성장과정
그러던 어느날, 철수의 아버님께서 가정사를 털어놓으셨습니다.
철수는 어린 시절 엄마가 집을 나갔노라고요.
가출할 때 엄마가 부엌칼을 들고 고성을 질렀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아이 머리에 종양이 있답니다.(암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종양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요.
집에는 형들이 있었는데, 형들은 문제행동이 있었으면 폭력으로
철수를 바로잡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으로 오냐오냐 사랑으로 키웠답니다.
엄마도 없이 큰 녀석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너무 불쌍하다고.
그 결과 아이가 이렇게 된 것 같아 너무 죄송하고, 집에서도 매일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철수 아버지 본인도 너무 힘들답니다.
매일매일 훈계하고 지도하고 노력하지만 또 사고가 터지면 힘이 쭉 빠진다고요.
상대 부모님께 매번 사과하지만,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을 때면
서럽고 화가 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철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버지도 안타깝고,
철수도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오냐오냐 키운 철수 아버지를 잘못했다고 해야했을까요?
아니면 그 집에서 그렇게 자라게 된 여덟살 난 철수의 잘못이었을까요?
그 날 부터 매일마다 아이의 생활을 아버님과 모두 공유하면서,
가정과 담임교사 사이의 협력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3. 모두의 노력과 철수의 성장
이 녀석은 집안에서도 서열이 있는 야생에서 자랐고,
자기 문제행동을 형들에게 폭력으로 교정받았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폭력이 아님을 알게 하기 위해서,
매 순간마다 교실에서 물리력보다는 설득, 보상, 배제, 협력을 사용하여
반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이제 철수는 제법 친구들에게 자기 불만이나 분노를 대화로 말할줄 알았습니다.
친구들도 철수의 성장을 응원해줬습니다.
저 역시 다른 것을 제쳐두고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정말 제 마음을 갈아가면서 매일매일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장과정은, 어느날 갑자기 착한아이로 바뀐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4. 문제는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담임교사와 부모가 노력한다고 해서, 아이가 즉시 나이지는 기적은 없습니다.
오랜 시간 누적되어야 합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빈도는 줄어듭니다.
아이 본인도 더 바른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한번씩 사고는 벌어집니다.
그날의 사고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철수가 교실에 있는 셀로판 테이프를 보고, 그것을 길게 늘여
다른 친구의 목에 감고 당겼습니다.
목을 조른거지요.
특별히 상대 친구를 싫어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재미있겠다'는 충동을 실행해버린겁니다.
그럼 상대 아이는 어땠을까요?
공포에 질려서 학교를 나오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달받았습니다.
제가 매일 노력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선생님께서 고생하신다며, 우리 아이를 설득시켜 학교에 보내겠노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등교한 그 친구는, 책상에 부모님과 함께 만든 '격려 인형'을 두고 학교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인형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OO아!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사랑해'
부모님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와 이 인형을 만들었을까요? 학교에 보내는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 날 아침에 그 인형을 보고 무서움을 이겨내는 우리 반 아이를 보는 순간 이성이 끊어졌습니다.
육성으론 내뱉지 않았습니다만,
정말 철수를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너 진짜 한번 더 그러면 진짜 죽여버릴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철수 아버님도 그날 애를 반쯤 죽여놨을겁니다.
철수 아버님도 미쳐버리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제가 죽고싶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동안의 내 노력은 뭐지? 우리반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내 스스로 너무 자괴감이 들었어요.
정말 힘들었던 건, 누구를 원망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잘하지 못한 제 잘못이었을까요?
그날만큼은 그냥 첫날부터 개패듯 패서라도 아무짓도 못하게 했어야 했을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키워놓은 철수 아버지를 원망해야했을까요?
그렇게 키우게 되었던 절절한 사정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제가 알고 함께하는데요.
철수를 원망해야했을까요?
그 집에서 그렇게 자란 것에, 8살의 아이에게 '그렇게 큰' 책임을 물어야할까요?
자괴와 분노가 갈 곳이 없어서, 7월(방학)까지 아이가 나아지지 않으면
그냥 면직하고 그만두겠노라고 생각했습니다.
5. 그럼에도 철수는 성장하더라
그리고 그렇게 흘러흘러 7월이 되었습니다.
철수는 많이 성장했습니다. 여전히 사고를 벌이긴 하지만, 상술한 수준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거의 한달에 한번 정도 일어날 수준이었습니다.
저도 절치부심했고, 아이들이 즐겁게 어울리며 지내는 것을 보고 면직하려던 마음을 잠깐 보류해서 1년은 마무리지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교직에 있네요.
제가 철수와의 있었던 일을 이야기 드리고 싶은 건 이 정도입니다.
6. 누구의 잘못일까
읽으신 분께서는 명료하게 답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이 더 잘하지 그랬냐?'
'애비가 잘못키운거 맞지 않음?'
'애가 나아진다는데 다른 부모도 좀만 더 참아보지'
만약 제가 테이프 사건이 있던 날 아이에게 분노의 고함과 막말을 했다면,
저는 아동학대 선생님이 되었을까요?
만약 테이프 사건이 있던 날 철수 아버지가 매를 들고 호되게 떄렸다면
철수 아버지는 아동학대 부모가 되었을까요?
철수와 같은 반인 부모님들은, 철수의 기행과 폭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철수가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 아이가 입는 피해를 감수해야할까요?
7. 덧붙임 상식
특수교육대상자는 특수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학급(1학년 5반) 과 특수학급을 오가면서 공부를 합니다.
아이의 적응 정도에 따라 일반학급에서 친구들과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해요.
이 과정에서 특수교사 - 담임교사 - 학부모 간의 공조가 매우 긴밀하게 일어납니다.
8. 주호민씨 가족은 어땠을까
이 이야기를 어느정도 정독하셨다면, 각자의 입장이라는게 있을 것을 아실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공통적인건, 아이가 계속 문제를 일으킬 때 정말 모두가.. 정말 모두가 괴롭다는 것입니다.
주호민씨의 가족은 어떨까요.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키우는 심정은 어떨까요?
매일 훈육하고 지도해도 사건이 벌어지고 상대 부모와 매일 통화하고 사과하면
부모는 멘탈이 박살납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게 됩니다.
그 날 특수반으로 분리조치 되었다고 했지요?
일반 반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없애고 당분간 특수반에서만 하루를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특수교사는 왜 그날 주호민씨의 아이에게 폭언을 했을까요?
그 이전에 특수교사는 주호민씨 아이에게 어떤 노력과 교육을 하고 있었을까요?
사실 몰라요. 궁예질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정도는.. 제 경험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 학생이 있는 패턴은 비슷하게 흘러가거든요.
나아지는 속도가 현저히 느린 아이,
우리 아이를 지켜주고 싶지만 자주 사고쳐서 매일매일 읍소의 반복, 우리 아이를 까내려가는
날카롭고 원색적인 말을 들어도 변명하기 힘든 상황..
장애를 가진 친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의 피해때문에 괴로운 피해부모..
그 와중에 중간에서 아이의 성장과 발달, 다른 아이들의 피해 보호 양쪽을 다 고려하며
노력해야 하는 교사.
마치며
어느 한쪽이 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는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갑니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도 사실 이미 한계거든요. 한 쪽만 터져도 다 같이 터져버립니다.
저는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괴로움을 겪는 협력자였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잘 해결할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이해하지만 아쉽습니다.
점심시간을 기해 아이들 밥먹는 중에 썼습니다.
너무 지극히 주관적으로 줄줄 쓴 글이라 퇴고도 되지 않았습니다. 읽기가 불편하실겁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이 사건 속 양측을 조금만 더 긍휼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줄줄 쓴 글인데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8145060분의1
철수는 잘못된 가정환경에서 자란 발달이 현저하게 더딘 아이라 시간이 지나면 성장을 하긴 하지만 주호민 자폐아는 거의 평생 그 수준에서 몸뚱아리만 커질거라..
지금은 애가 어리니까 그나마 감싸줄려고 하는거지 애 몸뚱아리 커서 부모한테까지 폭력성 보이는 순간 주호민도 그냥 다 내려놓고 어디 병원같은데 처박아둘지도 모름. 애가 걔 하나라면 모를까 보니까 둘째 아들은 멀쩡한거 같던데
dd2d
중간 입장에서 너무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