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입맛을 보아하니 벌써 아저씨네

분명 어렸을 때는 난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와 KFC에서 나온 부리또를 모티브한 트위스터에 환장해 매일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졸랐고...

 

선호하는 음식은 치킨과 피자였다. 그 때 애들 취향은 대부분 이랬을 거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사먹는 피카츄돈까스와 떡볶이는 기본이고...

 

부산오뎅 한 꼬치에 100원이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사람 입맛이라는 건 참 묘하다. 어떤 사람은 선입견이 한 번 생기면 그 것을 못 고치고 평생 가져가서 아예 그 음식이나 식재료는 피하게 된다.

 

입맛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나와 동생은 여러모로 대비되는 특징을 가졌는데 동생은 입맛이 미친년 널뛰기 하듯 지랄맞아서 본인이 한 번 싫어하는

 

것으로 낙인찍힌 식재료나 음식은 평생을 안 먹을 것으로 확정된 것 마냥 기피하곤 한다. 나는 그 반대다. 입맛에 관해선 무제한 오픈 마인드로

 

삭힌 홍어회... 처음엔 먹기 힘들었지만 먹다보니 나름 적응이 되었고 드레싱 소스 없이 두부 겉피를 또띠아 대용으로 활용해서 말아만든

 

맛없는 야채부리또도 어찌됐든 꾸역꾸역 먹는다.

 

동생하고는 입맛에 대해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 모르겠지만 내가 나의 입맛에 대해 생각하자면 우선 맛이 안 느껴지거나 첫인상은

 

오묘하면서 별로여도 먹다보면 의외로 또 그 음식의 맛을 깨우치게 되어 먹게 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입맛이 좀 달라졌다 느낀 건 어릴 때 마약에 가깝다시피 집착한 치킨, 피자, 피카츄돈까스, 떡볶이, 오뎅꼬치에 대해 어릴 때에

 

비해 딱히 미련을 못 느낀 것이다. 먹으라면 먹긴 먹는데 옛날만큼 아주 중독된 듯한 모습을 보이진 않고 그냥 오늘 끼니때울 게 이거구나 하고

 

먹는 정도이다.

 

점점 입맛은 변화해가서 그런 패스트푸드들을 즐기기보단 양파 고추 쌈장에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기본으로 나오면서 양도 낭낭하게 주문하면

 

공깃밥 따로 국밥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2010년대와는 다르게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물가 폭등으로

 

국밥을 시키면 기본이 만원에 특으로 주문하면 만이천원이었지만 그래도 그 가격에 그 성능비를 지닌 음식은 국밥이 그래도 여전하지 않나 싶다.

 

국밥에만 그치지 않는다. 삭힌 홍어회, 홍어무침, 꼼장어 썰은 것에 우동 곱빼기 한 그릇을 주문해먹던 포장마차. 거기에 쏘주는 참이슬 후레쉬

 

어느 새 내 입맛도 나이가 들어 아저씨 입맛 테크트리를 타는 듯 보인다.

 

어쩌겠나? 30대 꺾인 나이니 아저씨라 불려도 20대 때 아저씨라 불리는 것만큼의 타격도 없고... 에휴 입맛만 봐도 내가 아저씨인 데 뭐 어쩌겠나?

 

결혼과는 상관도 없다. 30대 꺾인 나이면 아저씨가 맞다. 그리고 내 입맛도 역시 전형적인 아저씨 입맛이 됐기에 가끔 혼자 벤치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릴

 

때 세월 참 무상하네. 내 입맛도 세월따라 무상하고... 이런 반쯤은 언어유희적인 생각에 잠기곤 한다.

 

사람의 인성도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던데 토종 한국인인 나도 결국 입맛은 자국 문화에 깃들여져 아저씨 입맛으로 가게 되지 않았나 싶으면서

 

동시에 이 글을 끝마치는 지금 아~ 속도 좀 출출한데 뜨끈하게 순댓국밥 특 한 그릇만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는 것 같다.

 

다른 것은 괜찮지만 국밥이 사라진 내 인생은 상상도 하기 싫다.

 

양파와 풋고추 쌈장 기본에 국물에 깍두기 국물 넣고 다대기 넣고 정구지 아낌없이 넣고 바로 담군 배추김치 슥 올려 먹으면 아주... 그리고...

 

들깨가루 팍팍 넣어서 한 입 속에 넣는 국밥을 상상만 해도 즐거워 벌써 머릿속은 어디 국밥집을 탐방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아~ 못 참겠어. 빨리 컴퓨터 끄고 국밥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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