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8. 뜻밖의 진짜 우군

토마스 에란은 즉각 보고타로 전보를 보내 혁명가들이 미 국무부와 접촉하고 있으며, 조약이 비준되지 않으면 파나마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분리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렸다. 그는 뉴욕의 콜롬비아 총영사에게 파나마 철도 회사가 반란에 연루되어 있다고도 알렸다. 

 

에란은 아마도르를 추적하기 위해 탐정을 배치하고, 크롬웰과 프랑스 파리의 신 파나마 운하 회사 본사로 편지를 보내 파나마 분리 독립 운동에 연루될 경우 직접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에는 신 파나마 운하 회사가보유한 모든 권리와 특권, 즉 4천만 달러에 매각될 예정인 모든 권리를 철회하겠다는 위협이 암시되어 있었다.

 

한편, 두케가 저지른 배신을 까맣게 몰랐던 아마도르는 난데없이 난관을 부딪힌 것만 같았다. 그는 크롬웰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자신에게 무례하고 냉담해진 것만 같았다. 그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 

 

여비조차 넉넉하지 못했던 아마도르는 파나마에 있는 친구들에게 단 한 단어, 영어로 "Disappointed"라는 전보를 보내고서는 바로 다음날 배를 타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의 지인이 그에게 뉴욕에 조용히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도움의 손길이 올 것이라고 귀띔하여 뉴욕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9월 22일, 프랑스인 필립 뷔노-바리야가 뉴욕에 도착했다. 아마도르가 "Disappointed" 전보를 보낸 지 정확히 2주, 즉 공교롭게도 크롬웰이 파리로 보낸 전보를 받고서 곧바로 배를 타고 올 경우 걸릴 법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신 프랑스 운하 회사의 주주였던 이 프랑스 엔지니어는 여름 내내 보고타로 전보를 보내며 콜롬비아가 조약을 거부할 경우 발생할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느라 바빴다. 크롬웰과 그는 운하 회사의 주요 관계자이자 운하 건설을 위해 싸우는 동지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서로에게 한 치의 명성도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아마도르는 뷔노-바리야를 만나 크롬웰 때문에 혁명이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자식을 죽여버리겠다고 분노를 표했다. 뷔노-바리야는 애초에 크롬웰의 말을 들은 것부터가 매우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지 않았다. 뷔노-바리야는 자기 손에 맡기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뷔노-바리야는 훗날 아마도르가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고 회고했다. 파나마에는소규모의 약한 콜롬비아군이 주둔하고 있으나, 이 병사들은 몇 달째 급여를 받지 못했다. 그들의 지휘관인 젊은 우에르타스 장군은 혁명 운동에 동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해상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병력을 원하는 대로 상륙시킬 수 있었다.

 

(우에르타스 장군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이는 지난 몇 달 동안 신문을 꼼꼼히 읽는 것으로 충분히 알 수 있거나 크롬웰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아마도르가 뷔노-바리야에게 새로 제공한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뷔노-바리야와 크롬웰이 비밀리에 접촉했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뷔노-바리야는 이제 상황을 완벽히 이해했으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며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마도르는 사람들과 접촉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야 했다.

 

뷔노-바리야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혁명에 참여하고 이를 촉진할 도덕적 권리가 있는가?" 

 

그는 곧 "그렇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 왜냐하면 콜롬비아는 틀림없이 프랑스인들의 소중한 업적 - 즉, 페르디낭 드 레셉스의 파나마 운하 - 을 파괴하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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