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플랫폼에서 만화 그리는 만붕이야

 

요즘 사회 분위기도 뒤숭숭한데 회사 내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묵힌 건 많으면서 달리 하소연할 곳이 없다 보니까 여기에라도 글 남겨.

 

정신적으로 많이 핀치에 몰려 있는 상태라 까딱하면 택선인적단극 을 할 것만 같아서..

 

두서 없는 글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볼 사람만 봐줘.

 

 

평생 그림만 깨작 거리고 그려 오다 어떻게 우연히 웹툰 회사에 스카우트 돼서 나름대로 n년간 열심히 해왔어.

 

남들 만화 하나 할 때 난 두 개 하려고 노력했고, 중구난방이던 사내 제작 시스템 안에서 내 나름대로의 틀을 만들어서 칭찬도 받았지

 

만들었던 만화들도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평가 자체도 나쁘진 않았고 말이야. 물론, 평가가 매출과 상충하진 않지만..

 

일단 우리 회사는 지인의 지인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관행이기도 하고 워낙 갈라파고스화 된 업계다 보니

'잘 모르는 사람1' 보다는 '아는 사람1' 에게 일을 맡기는 게 더 편한 구조거든. 사실 어디든 그런가..?

 

아무튼

 

그러다 보니까 회사 내의 직급은 있어도 사실상 아는 사람들 끼린 사석에선 형 동생 언니 오빠 하는 경우가 많고

동갑들 끼리는 친구 먹는 경우도 많지

 

꼴에는 엄연히 실적과 능력으로 평가 받는 회사라고, 장 급들 나름대론 내부 인원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모습은 보이지만

 

역시 가재는 게편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 건지..

은근 자기 지인 더 챙겨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이고, 똑같이 실적 안 나와도 더 오래 참아주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 업계는 몇 년에 걸쳐 만화를 하나 내놓아도 흥행 여부는 운칠기삼인 업계라서 실적을 히트작, 장기 연재작 유무로만 판단할 수가 없는 구조인데도

결국 껍데기는 회사다 보니까 윗 분들은 절대적인 수치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고

히트작이 없는 외부인은 능력이 있건 없건 자연스럽게 도태되거나 터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구조인데도 말이야.

 

이 안에서도 절박한 사람들 많이 있어.

나도 그 중에 하나고 말이야.

 

내 나이 3X 살에 가족들과 다 끊고 홀로 나와 살면서, 단순히 만화가 너무 좋으니까

결혼 같은 거 상관없으니까 일만 하고 살고 싶다고 마음먹었었는데도

 

이렇게 인맥에 밀려, 정치에 밀려 상대적으로 도태된 취급을 받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절망적이기만 하네..

 

자기들 딴에는나름대로 신경 써주려 한다는 게 진짜인 것 같기는 해. 그걸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럼에도 자기들이 스카우트한 외부인1 은 그냥 실험용 쥐새끼 느낌을 받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근래에는 그런 회사 사람들이 너무 싫어서 가볍게 인사 주고받는 거 제외하면 말도 잘 안 섞고 있어

어차피 말해도 심각한 줄 모르고, 자기들 말만 맞다고 생각하고 내가 능력도 없이 삐져있는 사람이 되는 모양새거든ㅋㅋ

 

난 그냥 만화가 너무 좋고, 내 상상력을 펼치는 게 너무 좋고, 내 캐릭터들이 너무 예뻐 보여서 열심히 살고 싶은데도

이젠 다 끝내고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이젠 나 같은 거 기다려 줄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으니까 말이야.

 

단순히 위에 적힌 일들을 제외하고서도 적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익명 판이라도 왠지 특정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만 말 줄일 게

 

욕해도 상관 없어, 그냥 얘기 들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던 것 뿐이거든..

 

다들 고마워.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