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x9ZSEpR1Vww
70년대, 80년대의 록이 클래식을 접붙이려는 시도를 통해 잊혀진 뿌리를 찾는 여정을 시도하며 오페라 록, 프로그레시브 록, 멜로딕 메탈 등 여러 장르가 생겨났다면, 이 곡은 클래식이 록, 재즈 등의 타 장르를 접붙이면서 탄생한 곡이다. 악장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클래식의 틀을 어느정도 벗어나기도 했고(2악장과 3악장을 이어서 치라 주문하던 선배 작곡가들의 attacca와는 또 다르다), 카푸스틴 본인에게 내재되어있는 재즈 스케일과 리듬이 그대로 녹아있는데 그러면서 기본적인 리듬은 2,4가 아닌 1,3인데다가 강박에 스네어를 때려주는건 또 영락없는 록이다. 여러 장르를 이렇게 하나로 모으는데 별 위화감 없이 들린다는 것은 카푸스틴 스스로부터가 장르 구분 없이 곡을 작곡해왔고 1989년의 이 걸작에서 그간의 농축이 폭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르 간 크로스오버의 의미도 크지만, 이렇게 분석적으로 듣지 않고 직관적으로만 들어도 충분히 흥미롭고 신나는 곡이다. 고루한 클래식과는 다르게 들으면서 박수도 치고 발을 굴러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서울시향에서 레퍼토리로 건다면 당장이라도 예당 가서 관람하고 싶은 곡이긴 한데 문제는 피아노의 난이도가 상당해서 피아니스트의 역량이 받쳐주냐이다. 게다가 카푸스틴이 아믈랭에 의해 재발견된 것도 클래식 기준으로는 얼마 안 된 20년 정도밖에 안 되어 아직 메인스트림에 편입되지 않기도 해서, 당장 유튜브에도 이 영상 이외에는 기성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없을 정도이다. 그나마 국내 피아니스트 중에서는 손열음에게 기대볼 만 하지만 손열음도 카푸스틴은 피아노 독주곡 위주인 것 같고. 손열음이 콘체르토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
https://youtu.be/-A6J9_J2-vE
비슷한 분위기의 2번. 주제의식은 약간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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