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5. 백악관의 비선실세

콜롬비아인들은 미국의 정치적 이상에 대해 높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콜롬비아 주재 미국 공사 제임스 T. 뒤부아는 콜롬비아가 1903년까지 리오그란데 이남에서 미국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되돌아보면 비교적 적은 금액과 약간의 외교적 배려만으로도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틴아메리카 정치인들에 대한 미국 지도부의 개인적인 평가는 이전부터 그다지 높지 않았다. 북미 기준으로 볼 때 콜롬비아는 극도로 가난하고 낙후된 국가였으며, 1902년 11월에 끝난 끔찍한 3년간의 내전으로 인해 정부는 불안정하고 재정적으로 파산 상태였다. 

 

국무부와 백악관에서는 마로킨을 강압적인 독재자로 이해하고 있었다. 마로킨이 한 마디만 하면 조약이 승인될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마로킨의 권력은 제한적이었고, 그의 개인적 위신은 하락하고 있었으며, 운하 문제와 관련한 그의 모든 행보는 북미에 나라를 팔아넘겼다고 비난하는 자유당의 정적들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점들은 워싱턴에서 결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마로킨은 운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의도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승산 없는 위치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전년도에 “역사는 내가 파나마 운하의 개통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지협과 콜롬비아 전체를 망쳤다고 기록하거나, 내 나라의 권리를 부끄럽게 훼손하며 이를 허용했다고 기록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워싱턴에서 사태를 이렇게 몰고 간 또 하나의 주범은 윌리엄 넬슨 크롬웰이었다. 루스벨트와 헤이는 크롬웰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크롬웰은 콜롬비아인들은 가장 부패하고 교활한 라틴아메리카 정치인의 전형이며, 주권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위선에 불과하다고 미국 지도부가 믿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조약으로 가장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회사의 변호사가 공식 직함도 없고, 공식적으로 관여할 정당한 권한도 없으면서, 최고 외교 수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며 국무장관과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완전히 면책을 받았다는 것은, 최소한으로 말해도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무부는 프랑스 회사, 그 주주들, 그리고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관련자 중에서 가장 큰 개인적 이익을 얻을 미국 변호사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미국 정부가 외국 정부와 민간 기업 간 분쟁에서 정당한 권한이 없다는 점은 간과되었다. 

 

신 파나마 운하 회사가 파나마 지협에 대한 권리를 판매한 대금으로 4,000만 달러를 받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이 재산을 점유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설사 전쟁을 초래하더라도.

 

8월 초, 국무부는 콜롬비아 측이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조약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콜롬비아가 미국을 “강탈하려 한다”는 잘못된 인상이 널리 퍼졌으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8월 12일, 콜롬비아 상원은 헤이-에란 조약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이 소식은 즉시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보고되었다. 콜롬비아 상원이 조약 비준을 거부했다는 소식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격노했다. “이 토끼 같은 자들에게 교훈을 줘야 할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 볼 때, 파나마의 쿨레브라 고개에서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니카라과에서 댐을 짓고 더 길고 태평양 쪽으로 더 가파른 갑문 운하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워 보였다. 니카라과의 산 후안 강을 준설하는 일은 훨씬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8월 18일, 루스벨트가 헤이에게 보낸 서신에서는 파나마에 대한 그의 입장이 분명히 나타났다. “최고의 엔지니어 대부분이 파나마 경로가 최선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보고타의 이 토끼 같은 자들이 미래 문명의 주요 경로 중 하나를 영구적으로 가로막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단지 수십 년뿐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행동하기 전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이 강압적인 어조 뒤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 1904년 선거가 다가오면서 그는 운하 건설이 미국에 가져올 웅장함과 국가적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는 시카고에서 연설하며 운하 건설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질적 업적—이전 세기의 어떤 유사한 업적보다 더 위대하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이 아닌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개의 댓글

2 일 전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810 [호러 괴담] 소년이 본 것은 악마의 집이었다 그그그그 4 22 시간 전
12809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5. 백악관의 비선실세 1 쀓꿻휋쮉뛟쀍휇꿿 1 3 일 전
12808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4. 파나마 독립이 거론되다 쀓꿻휋쮉뛟쀍휇꿿 0 3 일 전
12807 [호러 괴담] 살인범으로 지목된 범인, 그는 공범을 지목하는데... 그그그그 5 3 일 전
12806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3. 워싱턴과 보고타의 희비 쀓꿻휋쮉뛟쀍휇꿿 0 4 일 전
12805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2. 파나마를 그냥 사버리면 안됩니까? 쀓꿻휋쮉뛟쀍휇꿿 1 4 일 전
12804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1. 콜롬비아의 버티기 쀓꿻휋쮉뛟쀍휇꿿 1 4 일 전
12803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0. 프롤로그 쀓꿻휋쮉뛟쀍휇꿿 2 4 일 전
12802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문 - 2 15 타케이테아시 1 5 일 전
12801 [호러 괴담] 20년을 키웠더니... 검은 머리 짐승의 이야기 3 그그그그 7 6 일 전
12800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꿈 8 타케이테아시 5 6 일 전
12799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기계 2 타케이테아시 1 7 일 전
12798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문 - 1 12 타케이테아시 7 7 일 전
12797 [과학] 유한게임과 무한게임. 플레이어. 게임의 미래 = 새로운 현실 창조. 14 Bellingcat 1 8 일 전
12796 [호러 괴담] 술만 마시면 사람이 변했던 남성. 그는 전 여친에게 집착했는데... 2 그그그그 3 9 일 전
12795 [기타 지식] 우울증 환자의 B 회사 적응기 7 한없이투명에가까... 7 9 일 전
12794 [기타 지식] 의료로 보는 자유와 책임 52 쀓꿻휋쮉뛟쀍휇꿿 11 10 일 전
12793 [호러 괴담] 인산 2동 성당은 폐쇄되었습니다 34 군석이 33 12 일 전
12792 [호러 괴담] 여대생의 실종, 경찰의 안일한 대처, 그리고 얼마 뒤 걸려온 전화 4 그그그그 10 12 일 전
12791 [기타 지식] 시장에서 가격의 역할은 신호에요. 7 쀓꿻휋쮉뛟쀍휇꿿 2 12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