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Q44z_ZqzXk
흡사 잭슨 폴록의 추상화를 피아노로 옮겨놓은 듯한 이 곡은 바르톡의 정수라 불린다. 잘 들어보면 프로코피예프 같은 멜로디도, 드뷔시 같은 멜로디도 있지만 첫인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바르톡이 이 둘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타건법이다. 피아노가 가장 대중적인 건반악기의 자리를 차지한 이래 지금까지도 피아니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어떻게 프레이즈를 이을 것인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논-레가토 연주법을 고수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부드러운 연주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귀에 바르톡의 피아노곡은 대부분 거북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피아노로 드럼을 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같은 곡도 두 번 들을 때 다르고, 세 번 들을 때 다른 법이다. 특히 바르톡이나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같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중반 작곡가들이 그렇다. 듣다보면 갑자기 명곡인거같고 작곡가의 의도가 보이는 지경에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사실 바르톡의 의도를 분석하려면 악보를 보며 수학적인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
바르톡의 피아노 소나타는 그냥 들으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지만, 머릿속에 장면을 생각하고 거기에 곡을 끼워맞추면 생각보다 이해가 쉽다. 가령, 곡이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건조하니, 우선 1악장의 배경이 공장처럼 기계적인 곳이라고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설정한 장면에 음형을 하나하나 기계 부품 맞추듯이 넣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인트로를 발맞춰 걸어가는 근로자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이 연상법으로 2악장은 삐걱거리는 인형극, 3악장은 출발하는 열차에 가까스로 올라타는 사람을 연상하고 듣는다.
https://youtu.be/8mTCCs_zx9U
2개의 루마니안 댄스. 순한맛 바르톡. 비교적 초기 작품이라 낭만주의적 리듬이 남아 있다.
몇 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바르톡 박물관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리스트 박물관은 다뉴브강 동쪽 번화가에 잘 해놨는데 바르톡 박물관은 다뉴브강 서쪽 주거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지도 차이가 접근성 차이로 이어지는 어쩔 수 없다 생각했지만, 사실 그 주거지가 헝가리의 버버리힐즈라 불릴 만큼의 부촌이라서 바르톡 박물관은 아늑했고 볼 것도 많았다. 하얀색 건물에 마당도 있어서 도심 속 대로변에 위치해 다소 칙칙한 리스트 박물관보다 더 편한 감도 있었고. 다시 부다페스트에 간다면 리스트 박물관보다는 바르톡 박물관에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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