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2. 파나마를 그냥 사버리면 안됩니까?

1902년 2월, 콜롬비아 정부는 탈진한 마르티네스를 해임하고, 마로킨 대통령의 전쟁부 장관이었던 호세 비센테 콘차를 임명했다. 콘차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외교 경험이 거의 없었으며, 콜롬비아를 떠나본 적도 없었다.


4월 18일, 한 달간 국무장관 헤이와 신 파나마 운하 회사의 변호사 윌리엄 크롬웰과의 치열한 협상 끝에, 콘차는 이른바 헤이-콘차 각서(Hay-Concha Memorandum)로 알려지게 될 협정의 조건에 동의했다.

 

미국은 운하 구역을 관리할 권한을 유지하는 반면, 콜롬비아는 운하 통행료의 몫이나 운하 관련 활동에 대해 과세할 권리를 포기했다. 콜롬비아는 선불로 700만 달러를 받고, 협정 체결 후 14년 이내에 고정 임대료가 결정되기로 되어 있었다.

 

콜롬비아의 주권은 제한되었고, 지협에서 계속되는 미국의 군사 개입은 정당화되었다.

 

4월 26일, 콘차가 보고타로부터 파나마 지협에 대한 콜롬비아의 주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최선의 조건을 얻으라는 지침을 받았을 때, 그는 자신이 양측 모두에게 얼마나 철저히 이용당했는지를 즉시 깨달았다.

 

콜롬비아는 신 파나마 회사의 의 양허가 1904년에 만료되기 전에 어떤 협정도 체결하고 싶지 않았으며, 미국은 초기 조건에서 벗어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콜롬비아의 주권이나 제안된 조건을 존중할 의사가 거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는 8월 21일, 국무장관 헤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콜롬비아로부터 지협을 임대하는 대신, 왜 우리가 파나마 지협을 그냥 사버릴 수 없습니까? 저는 그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제안을 한다면 헌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르티네스 실바와 콘차가 반복적으로 언급한 주요 쟁점은 제안된 운하 구역에 대한 콜롬비아의 주권이었다. 1902년 가을, 헤이와 콘차의 협상이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을 무렵, 콜롬비아의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이 지협에서 다시 격화되었다.

 

파나마 철도를 확보하기 위해 루스벨트는 콜롬비아 당국—지방 또는 중앙 모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미국 해병대를 상륙시켰다. 이는 이전까지 미국군이 상륙할 때 항상 이루어졌던 관례를 깨는 것이었다. 해병대는 결국 철수했지만, 조약 진행에 입힌 손상은 돌이킬 수 없어 보였다.

 

콜롬비아인들을 특히 격분시킨 것은 한 미국 제독이 중요한 시점에 파나마 철도를 통한 콜롬비아군의 이동을 차단하기로 결정한 일이었다. 콘차 박사에게 이는 1846년 조약의 단순한 위반을 넘어 용납할 수 없는 굴욕이자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완벽히 드러내는 사례였다. 미국 측의 요구에 응하라는 점증하는 압력에 직면한 콘차는 협상을 포기했다.

 

11월, 그는 마침내 보고타로부터 조약에 서명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최종 결정은 콜롬비아 의회에 달려 있다고 상기되었다), 그의 “양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고국의 명예에 대한 모욕으로 여겨진 상황에 격분한 콘차는 사임했다.

 

콘차는 11월 28일 워싱턴을 떠났다. 이후 콘차는 이렇게 기록했다. “콜롬비아는 오늘날 외국 정부의 범죄와 폭력에 의해 잘려나갔다. 그들[미국]은 명예로운 전통을 버리고 해적질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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