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지구 관측 중 특이 현상 발견. 즉시 응답 바람."
알렉세이는 떨리는 손으로 교신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의 귓가에는 오직 우주정거장의 기계음과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 맴돌았다.
그는 둥둥 떠다니는 몸을 억지로 창 쪽으로 밀어붙이며 다시 지구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본 것이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지구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불덩어리들이 대기권을 가르며 솟아오르더니, 이내 검은 연기가 휘감았다. 마치 행성 자체가 불타는 것 같았다.
"세르게이! 이리 와서 봐!"
그의 외침에 다른 승무원인 세르게이가 다가왔다. 그녀 역시 창밖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게 뭐야?"
"모르겠어. 핵폭발일까?"
"그럴 리가. 저 정도 규모라면 수백 개 이상의 핵폭탄이 동시에 터져야 해."
알렉세이는 곧바로 지구와의 모든 통신 채널을 확인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보통 여러 나라의 기지와 교신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위성 데이터도 엉망이었다.
그때, 함께 있던 일본인 승무원 다케시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여기서 본 것이… 세계 3차 대전이라면?"
그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전 세계적인 핵전쟁. 인류 문명의 끝.
그 끔찍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엄습했다.
"혹시… 생존자가 있을까요?" 세르게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방공호 같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살아남았을지도 모르지." 알렉세이가 말했다.
"하지만…" 다케시가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거야."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지구를 내려다보았다. 아름다운 푸른 행성. 그러나 이제는 거대한 화염과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공포와 절망 속에서 알렉세이는 천천히 중력 없는 공간을 떠다니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린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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