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50일간의 세계 여행, 14 - 후제스탄 주의 작은 도시 Izeh

https://youtu.be/Qu3vaC73UvQ

 

 

 

image.png

 

 

아주 오래 전 이스파한의 서쪽 현 후제스탄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머나먼 고대에 엘람 왕국이 통치하던 곳이었다

성서에도 기록된 엘람인들은 기원전 3천여년 전 부터 행적을 남겨왔으며 수메르 문명과도 활발히 교류하며 지역의 패권을 다투던 강력한 세력이었다.

 

성경에서 노아에게 축복받은 아들인 셈의 혈통으로 기록된 엘람인들은 

 

한때 찬란한 황금기를 이어오던 민족이었으나 그들의 융성했던 시간은 그들이 믿었던 영원한 권속을 가진 신으로부터 외면을 맞이하였고 신들과 함께 바람에 바스라져갔다.

 

 "엘람이여 올라가고 메대여 에워싸라 그의 모든 탄식을 내가 그치게 하였노라 -이사야"

 

정복당해 사라졌던 문명의 후손들의 정체성은 잊혀져갔으나 먼 훗날 엘람의 후손들은 페르시아인들과의 결속 아래 과거 그들의 신성한 성지와 수도를 파괴했던 이들을 몰아내었고 비록 페르시아 제국 이후에는 독립된 '엘람인'이라는 정체성이 문헌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그들의 흔적들과 이야기들은 지금까지도 역사가와 지역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발굴되어오고 있다.

 

 

 

1.png

 

 

이란의 천장이라고 불리우는 해발 2천미터 고지대인 샤흐레코드를 지나 후제스탄 주의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 '이제'는 건조하고 메마른 산들 속에 감춰져 있었다.

 

분지 지형에 걸맞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산속에 숨겨진 요새와도 같았으며 산들은 오래 전부터 이 작은 도시의 성벽과도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 추측된다.

 

 

 

 

우리 나라의 고구려인들이 그랫듯이 이곳의 고대인들에게 산은 하늘에 계신 선조와 신들에게 민족의 풍요와 번영을 부탁하기 위한 신성한 장소였고 이 곳의 산 역시 그러했다. 엘람인들은 이곳에서 제사를 드리며 당시 그들의 의례 모습을 담은 암각화를 남기기도 했다.

 

 

 

샤흐 레코드만큼의 고지대는 아니지만 해발 7백미터의 분지에서 바라보는 도시를 둘러싼 낮은 산들은 이전에 방문했던 우르먼 탁흐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저물어가는 태양빛에 반사된 붉은 산들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 단단한 흙 위에 쏟아진 물이 저지대를 향해 나아가듯 역동적인 모습으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그 아래 고요하면서도 잠시도 고요하지 않은 바람으로 가득찬 사방은 하늘과 맞닿아있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참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두꺼운 옷들과 커튼으로 뜨거운 햇살을 막아놓은 친구의 집의 창살 틈새에는 끊임없이 잔잔한 바람이 밀려들어와 더위를 식혀주었기에 나는 친구의 집에서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12.jpg

 

이곳의 바람처럼 자유를 사랑하는 친구에게는 언젠가는 해외로 떠나 자신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보고 싶은 소망이 가득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예전에 그럴 기회가 있었지만, 한 욕심 많은 친척에 의해 우리는 모든 재산과 터전을 빼앗기고 이곳에 자리잡아야했어."

 

이곳에서의 삶이 마치 저주를 받은 것 처럼 느껴지는것 같았다고 회고하는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들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야."

 

 

9.jpg

 

 

 

"우리 셋이서 일하지만, 생활비를 모으는건 정말 힘들어. 이곳에서 일하면서 받는 건 거의 50달러에 불과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먼 나라의 이들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쳐볼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 친구는 언젠가 자신도 나처럼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너의 여행과 인생을 사랑하고 그것이 값진 여정이길 바래.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해도 평생동안 단 한번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기회일테니까"

 

 

 

10.jpg

 

11.jpg

 

 

나에게는 과분하게도, 친구의 가족들은 특별한 손님을 맞이했다고 환영하며 성대한 저녁식사를 마련해주었다. 그날 먹었던 고기는 이란에서 먹었던 가장 좋은 품질이었고 친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에게 계속해서 그 고기들을 집어주었다.

 

당신들도 드셔야한다는 간곡한 만류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배부르다고 말하며 나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권했다.

 

 

14.jpg

15.jpg

 

선물로 가져온 것들 중에서도 친구는 포우 인형을 정말 좋아했다. 우울한 표정을 짓고있으면서도 귀여운 포우의 모습이 친구에게는 정말 맘에 들었나보다.

 

"너가 일찍 떠나야 한다고 하니 아쉽지만, 다음번에 또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아바즈에 데려갈게"

 

 

 

3.png

 

 

늦은 밤중임에도 친구와 친구의 가족들은 버스정류장까지 마중나와 버스가 멀어질 때까지 멀리서 나를 지켜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마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텐데도 계속 손을 흔들고 있던 친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엘람인들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았던 것 처럼 '이제'에서의 시간도 끝을 향해 저물어가고 있었다.  영원한 번영이 없었듯이 영원한 만남도 없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역사에는 번영이 있었으며 나에게도 이곳 사람들과의 반나절에 불과했던 시간은 그들의 번영처럼 기쁨으로 가득했다.

 

엘람인들이 왕국의 끝을 마주하며 통곡하였듯이 나 역시도 창가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간절하게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어하던 친구의 말, 그리고 웃음을 잃지 않던 가족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어쩌면 길고 머나먼 여정속에 마주할지도 모르는 꿈을 그리는 그들의 두번째 부흥이 찾아오길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18.jpg

17.jpg

 

 

 

9개의 댓글

2025.02.15

오늘도 재밌게 읽었어!

1
2025.02.17
@드립은개드립

항상 읽어줘서 고마워. 부족한 글이지만 덕분에 계속 쓸 원동력이 생긴다!!

0
2025.02.15

정말 그림같다

저 탁 트인 경치를 나도 실제로 보고싶어

1
2025.02.17
@Renaissance

나도 평화로운 느낌의 탁 트인 경치를 좋아해. 거기에 신비로움이 더해진곳일수록 더욱

0
2025.02.17

개인적으로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1
2025.02.17
@charlote

항상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다음번에 여행을 떠난다면 어느나라로 가보고 싶어?

 

0
2025.02.17
@포민

글쎄 뭐 옛날에 해외주재원하면서 여기저기 다녀봐서 요샌 해외여행 갈 시간도 없고 그러네...... 이탈리아나 미국 차 렌트해서 돌아다니는게 버킷리스트이긴 해.......

0
2025.02.17
@charlote

이탈리아 하니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랑 대부가 생각나네. 이탈리아 시골 분위기 한번 느껴보고 싶다.

0
26 일 전

재밌구로나

1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816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8. 뜻밖의 진짜 우군 쀓꿻휋쮉뛟쀍휇꿿 0 1 시간 전
12815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7. 뜻밖의 우군 쀓꿻휋쮉뛟쀍휇꿿 0 1 시간 전
12814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6. 파나마의 비밀결사 쀓꿻휋쮉뛟쀍휇꿿 0 1 시간 전
12813 [기타 지식] 국민연금 55년에 고갈되나? 4 카에데카렌 2 2 시간 전
12812 [호러 괴담] 아내 살인범으로 몰려 25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 그그그그 0 2 시간 전
12811 [호러 괴담] 뛰어난 NFL 선수의 죽음을 둘러 싼 미스테리. 그그그그 4 2 일 전
12810 [기타 지식] Ai작성] 개드립넷 역사 및 사용자 분석 10 Ultragear 0 2 일 전
12809 [호러 괴담] 소년이 본 것은 악마의 집이었다 2 그그그그 5 4 일 전
12808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5. 백악관의 비선실세 1 쀓꿻휋쮉뛟쀍휇꿿 1 7 일 전
12807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4. 파나마 독립이 거론되다 쀓꿻휋쮉뛟쀍휇꿿 0 7 일 전
12806 [호러 괴담] 살인범으로 지목된 범인, 그는 공범을 지목하는데... 그그그그 5 7 일 전
12805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3. 워싱턴과 보고타의 희비 쀓꿻휋쮉뛟쀍휇꿿 0 7 일 전
12804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2. 파나마를 그냥 사버리면 안됩니까? 쀓꿻휋쮉뛟쀍휇꿿 1 7 일 전
12803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1. 콜롬비아의 버티기 쀓꿻휋쮉뛟쀍휇꿿 1 7 일 전
12802 [역사] 레디 메이드 혁명 0. 프롤로그 쀓꿻휋쮉뛟쀍휇꿿 2 7 일 전
12801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문 - 2 16 타케이테아시 1 8 일 전
12800 [호러 괴담] 20년을 키웠더니... 검은 머리 짐승의 이야기 3 그그그그 8 9 일 전
12799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꿈 8 타케이테아시 5 10 일 전
12798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기계 2 타케이테아시 1 10 일 전
12797 [기묘한 이야기] 악마의 문 - 1 12 타케이테아시 7 10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