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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시다(듣는 쪽이었던 청년)는 어느 날 밤 그 벼랑길 쪽으로 산책을 향했다. 그는 평소 걷고 있던 길에서 남자가 가르쳐준 길 쪽으로 첫 걸음을 들였을 때, 대체 이런 곳이 자신의 집 근처에 있었는가 하고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그 주변은 쓸데없이 언덕이 많아 구릉과 골짜기가 많은 지세였다. 마을 높은 곳에는 황족이나 화족의 저택을 따라서 화려한 대문의 집이, 밤이 되면 고풍스러운 가스등이 켜지는 조용한 길을 끼고 늘어서 있었다. 깊은 나무들 속에는 교회 첨탑이 솟아 있거나, 외국 공사관 깃발이 별장 형식의 지붕 위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 골짜기에 해당하는 곳에는 음침하고 답답한 집이, 보통 통행인을 위한 길이 아닌 듯한 협로를 숨기고 썩어갈 뿐인 존재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시다는 그 길을 지나갈 때, 누군가에게 혼나지 않을까 하는 찝찝함을 느꼈다. 왜냐면, 그 길로 지나가는 집들이 대놓고 창문을 열어 놨기 때문이었다. 그 안에는 헐벗은 사람이 있거나, 벽시계가 울고 있거나, 재미없는 생활이 모기향을 피우거나 하고 있었다. 거기에, 처마등에는 정해진 듯이 도마뱀붙이가 붙어 있어 그를 기분 나쁘게 했다. 그는 몇 번이나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서, ―― 그 때마다 더욱 더 자신의 발소리에 떳떳치 못함을 느끼면서, 겨우 벼랑을 따라 난 길로 나왔다. 잠시 걸으니 인가가 끊기고 길이 어두워져, 희미하게 전등 하나가 발 밑을 비추고 있는, 그것이 남자가 가르쳐준 장소인 듯한 곳으로 왔다.
그곳에서는 과연 벼랑 밑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수많은 창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알고 있던 마을의 뜻밖의 조망경이었다. 그는 희미한 여정이 짙게 주변에 감도는 실망초의 냄새에 섞여서 자신의 마음을 물들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느 창문에서는 운동셔츠를 입은 남자가 미싱을 밟고 있었다. 지붕 위의 어둠 속에 수많은 세탁물 같은 것이 희미한 흰색으로 떠 있는 것을 보니, 그것은 세탁소 집으로 생각되었다. 또 어느 한 창문에서는 리시버를 귀에 대고 열심히 라디오를 듣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열중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자신의 귀 속에도 그 라디오의 작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마저 생각되었다.
그가 전날밤 취해 있던 청년을 향해서, 창문 속에 서거나 앉아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무언가 덧없는 운명을 등지고 속세를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 것은, 그가 마음 속에 다음과 같은 정경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의 시골집 앞을 지나고 있는 가도에 초라한 상인숙 하나가 있어서, 그 2층 난간 너머에 아침 등에 출발 전 식사를 하는 여행객의 모습이 길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왠지 그 안에 있는 정경 하나를 확실히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것은 쉰 살쯤 된 한 남자가, 안색 나쁜 4살 정도의 남자아이와 마주보며 그 아침밥상을 향해 있는 모습이었다. 그 얼굴에는 속세의 고생이 음울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색 나쁜 아이도 조용히, 익숙하지 않은 손동작으로 밥그릇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면서 몰락한 남자의 모습을 느꼈다. 그 남자아이를 대하는 사랑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린 마음에도 그들이 체념해야만 하는 운명임을 알고 있는 기분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방 안에는 신문 부록 같은 것이 미닫이문 틈에 붙어 있는 것 등이 보였다.
그것은 그가 휴가를 위해 시골로 돌아간 어느 날 아침의 기억이었다. 그는 그 때 자신이 위태로이 눈물을 흘릴 뻔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억을 마음속 깊이 되살리면서 눈 아래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그에게 그런 기분을 일으킨 것은 한 연립주택의 창문이었다. 어느 창문 속에는 낡은 모기장이 걸려있었다. 그 옆 창문에는 남자 한 명이 멍하니 난간에 몸을 내밀고 있었다. 그 또 옆의 가장 잘 보이는 창문 속에는 옷장 등과 나란히 있는 등불이 켜진 불단이 벽에 붙어 서 있는 것이었다. 이시다에게는 그 방들을 구분하고 있는 벽이라는 것이 한없이 슬퍼보였다. 만약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 누군가가 이 벼랑 위에 올라서 그 벽들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자신들이 안주하고 있는 가정이라는 관념을 약하고 덧없이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에는 어둠 속에 유달리 밝게 켜진 창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그 안에는 머리가 벗겨진 노인 한 명이 재떨이를 앞에 두고 손님 같은 남자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 그곳을 보고 있으니, 그곳이 계단 오르막이 되어있는 것 같은 방 구석에서 일본식으로 머리를 묶은 여자가 마실 것을 쟁반에 담아들고 나타났다. 그러자 그 방과 벼랑 사이의 공간이 불현듯 한번 흔들렸다. 그것은 여자의 모습이 그 밝은 전등 빛을 갑자기 가렸기 때문이었다. 여자가 앉아 쟁반을 권하자 손님 같은 남자가 굽실굽실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시다는 무언가 연극이라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그 창문을 바라보고있었지만, 그의 마음에는 전날 밤의 청년이 말한 말이 무의식 중에 떠오르고 있었다. ―― 점점 남의 비밀을 훔쳐본다는 기분이 의식되어 온다. 그리고 비밀 속에서도 베드신의 비밀을 찾고 싶어진다. ――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그런 창문이 열려 있다면, 나는 그 남자 같은 욕정을 느끼기보다도, 오히려 슬픔이라는 감정을 그 속에 느끼진 않을까?”
그리고 그는 벼랑 밑에 보인다는 그 남자가 말한 그것 같은 창문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그런 창문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잠시 있은 뒤 길을 벼랑 밑 마을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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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밤도 와 있어.” 이쿠시마는 벼랑 밑 방에서 벼랑길 어둠 속에 떠오른 그림자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몇 날 밤이나 그 그림자를 보았다. 그 때마다 그는 그것이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청년이 설마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마음속으로 꾸미고 있는 공상에 그 때마다 전율을 느꼈다.
“저것은 내 공상이 세운 그림자야. 나와 같은 욕망으로 벼랑 위에 서게 된 나의 이중인격이야. 내가 이렇게 나의 이중인격을 내가 즐겨 서는 장소에 바라보고 있다는 공상은 얼마나 어두운 매혹일까. 나의 욕망은 드디어 나와 분리되었어. 이제는 이 방에 전율과 황홀만이 있을 뿐.”
어느 날 밤, 이시다는 며칠째 절벽 위에 서서 아래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산부인과 병원 한 동의 창문이었다. 그것은 병원이라고 해도 결코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낮이 되면 “임산부 맡습니다”라는 간판이 지붕 위에 내걸려 있는 조촐한 서양식 가옥이었다. 10개 정도 있는 그 창문 중에는 밝은 것도 있고 어둡게 닫혀 있는 것도 있었다. 깔때기형식으로 전등 덮개가 방안의 명암을 구분하고 있는 창문도 보였다.
이시다는 그 속에 창문 하나가 침대를 둘러싼 몇명의 사람들이 서 있는 정경을 해방하고 있는 것에 눈이 끌렸다. 이런 밤에 수술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 같이 움직이는 기색도 없이 의연하게 침대 주위에 빙 둘러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잠시 보고 있은 뒤, 그는 다시 눈을 돌려 다른 창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세탁소 2층에는 오늘밤은 미싱을 밟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잔뜩 있는 세탁물이 희읍스름하게 어둠 속에 걸려 있었다. 창문 대부분은 여느 밤과 다름없이 열려 있었다. 카페에서 만난 남자가 말한 것 같은 창문은 다름없이 보이지 않았다. 이시다는 역시 마음 어딘가에서 그런 창문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공공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몇날 밤이나 오고 있는 것에는 그런 기분도 섞여 있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어느 벼랑 밑에 가까운 창문을 바라봤을 때, 그는 하나의 예감에 움찔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림없이 자신 은밀하게 바라고 있던 정경임을 알았을 때, 그의 심장은 불현듯이 고동을 늘렸다. 그는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는 기분으로 때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이 문득 좀 전의 병원으로 향했을 때, 그는 다시 이상한 것에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침대 주위에 서 있던 있던 좀 전 사람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한 번에 움직인 것이었다. 그것은 무언가 경악 같은 몸짓으로 보였다. 그러자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인 것이 보였다. 이시다는 그곳에 일어난 일이 한 인간의 죽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마음은 일시에 날카로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눈이 다시 벼랑 밑 창문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 있는 것은 역시 원래대로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다시 원래 같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그런 기쁨과 슬픔과 단절된 엄숙한 감정이었다. 그가 느낄거라고 생각한 슬픔이라는 기분을 초월한, 어느 의지가 있는 무상감이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풍습을 마음 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망자를 안치한 석관 겉에, 음란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암양과 교합하고 있는 목양신을 조각해 넣은 그리스인의 풍습을. ――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른다. 병원 창문의 사람들은 벼랑 밑의 창문을. 벼랑 밑 창문의 사람들은 병원의 창문을. 그리고 벼랑 위에 이런 감정이 있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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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추석에 올렸던 걸 지금 마무리하네
급하게 한다고 번역 질은 장담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