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폴리 아 되 진짜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뭘 재밌게 봤는지 설명하려고 글쓴다. 글 기니까 읽을 사람만 읽어.
참고로 택시드라이버(1976),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인생, 어느 가족(2018), 레퀴엠(2000)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의 고뇌와 선택을 예술적으로 조명한 영화들 재밌게 봤었음.
1. 메타포의 사용이 좋았다.
조커 본편부터 작중 테마와 캐릭터의 구성은 ‘극’의 형태를 띠고 있음. 관객이 바라는 배우의 모습, 관객을 만족시키고자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 등 조커라는 캐릭터와 아서 플렉의 삶을 통해 이 메타포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함.
속편은 한정된 장소(감옥, 법원)에서 전개되는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 역할의 죄수들, 공용티비, 배심원단, 인터뷰 카메라, 빛의 사용 등으로) 무대를 만들고 거기서 삶과 연기와 망상을 넘나드는 아서 플렉을 러닝타임 내내 보여줌. 호아킨 피닉스는 매번 그 상황에 맞는 다양한 심리 묘사를 보여주면서 연기에 빠져들게 했고. 이런 무대가 갖춰졌기에 아서 블랙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극을 관람할 수 있었던 거 같음.
2. 연기가 진짜 미쳐 날뛴다
이건 진짜 호불호를 떠나서 다 공감하는 부분일 듯. 자세, 어투, 어조, 표정, 뭐 죄다 ㅅㅂ 얼굴 근육을 마이크로 단위로 조절하면서 연기하는데 솔직히 소름 돋더라.
3. 음악의 사용이 좋았다.
작중 아서 플렉은 유년기부터 이어진 가정폭력 때문에 불안정한 심리를 보여줌. 특히 엄마가 아동학대 수준으로 애를 키우는데, 정서적 조율을 통해 제대로 부정적인 상황과 감정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스트레스 상황을 병적으로 도피하려는 모습을 보임.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서 플렉은 영화나 극의 배우처럼 행동하는 자신을 망상하는데, 조커 본편이 망상을 스토리로 가져왔다면, 속편에서는 철저히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면서도 극의 스트레스를 뮤지컬로 푸는 느낌이었음. 아서 플렉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좀 무거워졌다 싶으면 노래로 흐름을 끊어먹는 거임. 아서 플렉이 망상으로 도피할 때 관객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좋든 싫든 몰입을 깨고 리프레시하게 됨. 아서 플렉이 자신의 망상을 조절할 수 없다는 (피셜이지만 자기 자신도 불쾌하게 생각했을) 것을 생각하면 극 중 스토리를 계속 뮤지컬로 끌고 나오면서 메타적 일치를 이루지 않았는지 생각함. 난 솔직히 이거 뮤지컬 안 넣었으면 못 살렸다고 봄.
연애 망상이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부분도 좋았음. 아서 플렉은 제대로 된 애정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로맨스 영화에 큰 관심이 없고 음악과 해학이 있고 가사 둘러둘러 애정을 표현하는 뮤지컬은 더 받아들이기 쉬웠을거임. 정해져 있는 가사 뒤에 숨어서 시적인 내용으로 애정을 전달하는 게, 자기 자신조차 완전히 알 수 없는 내면을 전달하고자 애쓰는 아서 플렉이 잘 표현된 것 같음.
4. 속편으로서 완성도는 높았다.
많은 사람들이 조커 2라고 생각하고 보러 가서 스토리와 엔딩에 실망한 것 같았는데 후일담을 다루는 속편으로써 완성도는 매우 높았다고 생각함. 긴 러닝타임을 활용해서 입체적으로 아서 플렉의 심리를 비추면서 조커라는 역할이 주어진 극 중 배우라는 자신의 페르소나와 현재 자기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의문을 잘 살린 것 같음.
본편도 그랬지만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입체적이고 연약한 인간을 잘 표현했고 고뇌와 불완전, 심리적 불안, 도피, 공포, 사랑과 희망, 자기애, 등등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아래 예술적으로 묘사된 것 같음. 아서 플렉이라는 인간의 욕망과 자기가 만들어낸 페르소나와 그 페르소나를 연기하는 배우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좋았고. 정신없이 경계를 뛰어넘는 아서 플렉, 조커, 조커를 연기하는 아서 플렉을 사람, 그림자, 메아리에 투시하며 수미상관 한 부분도 깔끔했다고 생각함.
++추가: 아쉬운 점
할리퀸을 너무 아서 플렉의 고독을 조명하는 단면적인 툴로 이용해먹지 않았나 하는 점이 좀 아쉽다.
아서플렉의 인간적인 상황을 계속해서 무시하고 조커를 관객에게 보이는 사회자 역할만 하던 철없는 리가 아서 플렉이란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조커의 그림자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서 폭발로 아서를 구하고, 엔딩에 서로가 서로를 위한, 또한 관객을 위한 연기를 하는 관계가 되었다면 좀 재밌었을 것 같은데.. 아서라는 배우가 만든 ‘조커’가 메아리처럼 이어지는 것과 그걸 보며 멜랑콜리하게 죽어가는 아서를 그리기 위해서 재미가 좀 희생된 것 같음..
그럴거면 이렇게 탱고 투샷으로 맛도리하게 광고하지 말았어야지 >=(
퍼리데이투나잇
개인 취향이니 존중합니다
전 이걸 두번 보는건 못해먹겠음
Avekgiks
잘만든 개고기미트볼을 '잘만들었음'이라는 측면에서 고평가하는 느낌인듯
그레고리하우스
라오어 2 같다는 비유가 맞다고 생각함
찌개마을
솔직히 라오어보다는 덜 억지스러웠다고 생각함. 메시지를 위해서 사랑받는 캐릭터를 희생시킨건 비슷한데 긴 러닝타임을 이용해서 그 과정을 충분히 납득시킨듯. 결말이 그렇게 허무하지 않으면 좋았겠지만..
그레고리하우스
조커라고 하면안됬음 아서 플랙 이랬으면 이해함
근데 조커는 저렇게 퇴장하면안되지
오즈라
그니깐. 막컷같은걸로 홍보하면 안됐지 ㄹㅇ
내몸의법선벡터
다들 이 영화를 흐름 끊는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뮤지컬과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생각함.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스토리와 대사를 노래로서 표현하는 극이고, 조커에서 노래는 아서의 망상을 대변하는 장치였지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장치가 아니었음.
마지막 계단씬에서 할리보고 노래 그만부르라 하는 아서에서 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기도하고.
찌개마을
ㄹㅇ.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을 시나리오에서 떼어내서 아서의 심리를 표현하는 메타적 장치라고 보는게 공평하다고 생각함.